[포스터 it] 복수의 시대에 보내는 화해의 메시지,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

암흑에 덧입힌 보라색 꽃잎은 저절로 슬픈 기운을 낳는다. 보라색 꽃잎은 하늘을 향해 흩날리고 있다.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여인의 눈물 인 듯 애처로워 보인다. 무슨 한이 있길래, 어떤 슬픔을 담고 있길래, 화려하게 피어나야 마땅할 꽃잎이 저리 슬퍼 보인단 말인가.

 

꽃잎을 따라 내려가 보니 사람의 형상이 숨겨져 있다. 그들의 자태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아래 위 검정색 옷을 맞춰 입은 두 여인. 그들은 보라색 꽃잎을 두 손 모아 곱게 쥔 채 서있다. 눈물의 꽃잎을 하늘 위로 보내는 이가 바로 이 여인들이었구나! 검정색 옷을 입은 그녀들,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을 암시한다.

 

포스터 위에는 역시 보라색으로 날짜가 적혀있다. 2006년 10월 2일. 꽤 구체적인 숫자다. 공연 시작 날짜라고 하기에는 너무 먼 과거다. 신문 기사도 아닌 포스터에 상세한 날짜는 어딘가 꺼림직스럽다. 그러다 날짜 밑 ‘남자가 아미시 학교에 들어가 총을 쏘다’라는 글 귀에서 눈이 멈춘다.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2006년 10월 2일 아미시 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총기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한 남자가 초등학교에 난입해 10명의 아이들을 총으로 쓰고 자살한 아미시 총기 사건은 미국 전역을 경악케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아미시인들의 다음 행동에서 일어난다. 아이를 살해한 범인을 용서한다고 발표하고, 살인자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그의 가족을 위로했던 것이다. 어찌 이럴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작품은 복수와 절망이 범람하는 이 시대 아미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신촌 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오는 3월 5일부터 4월 10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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