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남매의 우애로 희망을 노래해, 연극 ‘묻지마 육남매’

1960년 혹은 1970년, 육남매가 아주 흔했던 그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수한 사투리가 전해지고, 따뜻한 웃음과 가슴 저린 눈물이 쏟아진다. 화제의 연극 ‘묻지마 육남매’가 공연된다. 사실 육남매의 옛 이야기는 뻔하고 닳았다. 그러나 연극 ‘묻지마 육남매’의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어째서 일까?

 

아버지는 유난히 도박을 좋아했다. 도박을 하면 세상 시름이 잊히기라도 하는지 아니면 정말 아버지의 꿈대로 인생이 역전될 수 있는 것인지. 그러나 현실은 아버지의 바람을 무참히 앗아갔다. 결국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니 집을 나갔다. 돈 벌어 오겠다는 아버지의 외침도 희미해질 즈음 도박 빚으로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육남매만 덩그라니 남겨놓고. 남겨진 육남매가 걱정된다. 

 

시끌벅적! 아침부터 집이 분주하다. 억순은 쉴 틈이 없다. 아빠, 엄마 두 역할을 모두 감당 하고 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첫째 오빠 덕분에 억순은 둘째지만 오빠와 동생들을 돌보는 가장이 됐다.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면 안 되는 걸까. 차력사를 꿈꾸는 철없는 첫째 가식, 구두닦이를 하며 누나를 돕는 셋째 천식, 어린 먹보 넷째 두식, 어리지만 철이 든 다섯째 모순, 막내 말식까지 육남매네 집은 늘 사건 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사고뭉치 육남매를 보는 마음이 찡해진다. 이들의 사건 사고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와 다르다. 그들의 사건에는 늘 사랑이 있다. 가족의 힘을 믿는 사랑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육남매는 실망하지만 한 번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럽게 울지만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쉽게 절망하고 쉽게 포기하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닳고 닳은 추억의 육남매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무대가 기대된다. 

 

연극 ‘묻지마 육남매’는 2007년 6월 부산에서 초연돼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연극으로 선정돼 전국 소외지역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극단 에저또는 “우리는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가볍지만 만만하지 않고,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삶과 연관된 공연을 올리고 싶다. 참고 이겨내는 육남매의 사랑과 우애를 보며 우리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의 삶을 노래하는 극단 에저또의 연극 ‘묻지마 육남매’는 오는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대학로 우리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