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이사 온 날 밤 처음 그의 음성을 들었다, 연극 ‘응시’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 ‘응시’의 사전적 의미다. 포스터 속 세 사람과 연두색 글씨의 ‘응시’가 어울리지 않는다. 모두 눈길을 모아 어딘가 바라보고 있으나 그들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의 표정에서 풍기는 오묘한 분위기도 ‘응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자는 웃고 있고, 한 남자는 침울하고, 한 남자는 회피한다. 세 사람의 관계는 무엇이며, 그들이 응시하는 곳은 또 어디인가.

 

창문 테두리의 명백한 갈색 톤은 포스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창은 꽤 넓다. 창의 너비로 본다면 세 사람은 빛에 반사로 눈부셔야 할 테지만, 빛은 어디에도 없다. 그 대신 오랜 기억을 회상하는 듯 갈색 톤만이 포스터 전체를 비춘다. 색의 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맨 왼쪽 부분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흑백의 사람은 갈색 톤에 숨 쉬는 두 사람과 대조되며, 더욱 침울하고 암울해 보인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믿을법하다.

 

사실 세 사람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관록의 배우들이다. 이호재, 윤소정, 전무송! 그들의 무대 위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대가 되는데 저런 색다른 표정이라니, 저절로 이 연극을 ‘응시’하게 된다.

 

연극 ‘응시’는 현대인들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 후 어릴 적 동네로 이사 온 준태가 현실 회피, 환청, 환상 등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각가 권진규의 삶과 작품을 모티브로 박정희 연출가와 극작가 정복근이 만나 제작했다.

 

관계자는 “정복근 작가와 박정희 연출가의 만남만으로 기대를 만든다. 노련함과 신선함의 만남, 부드러움과 예리함의 조화, 감춰진 힘과 파헤치는 힘의 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2011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 사업, 2011 서울연극제 기획 초청 공연으로 선정된 연극 ‘응시’는 오는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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