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즐거움에 휘말린다, 코믹극 ‘보잉보잉’

‘뉴보잉보잉’은 하숙집의 시끌벅적한 냄새가 난다. 하숙집은 소란한 해프닝이 있어야 즐거운 법이다. ‘뉴보잉보잉’이 8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는 비결은 이 ‘시끌벅적한 즐거움’에 있다. 시끌벅적한 해프닝을 보고 있으면 복작복작한 하숙집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하다. 저녁 한때 밥하는 냄새를 맡으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는 TV처럼, ‘뉴보잉보잉’은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 작은 공간 속 스릴 있는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다


무대는 아담하고 화려한 장치도 없다. 가정부 ‘옥희’와 주인공 ‘성기’, 친구 ‘성수’를 주축으로 세 명의 미인이 빠르게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회오리 같은 소동이 무대를 휩쓴다. 주인공 ‘성기’의 아슬아슬한 바람현장은 초를 다투는 긴박감을 연출한다. 머리카락이 손에 쥘 듯하다 멀어지고, 꼬리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관객이 좁은 장소에서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빠르게 급물살을 타는 스토리 덕분이다. 이 구멍에서 빼서 저 구멍에 찔러 넣기 식의 임기응변 대처는 관객들의 폭소를 불러온다. 언제 들통날지 모르는 나쁜 짓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객들은 세 여자와 바람을 피우면서도 어딘가 완벽하지 못한 주인공을 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은근슬쩍 공감도 한다. 결국 화려하게 들통이 나는 대목에선 ‘그럼 그렇지’ 하는 통쾌함도 있다. 누구나 속으로 한번쯤 생각했을 바람기에 대한 달콤한 망상을 한껏 부풀렸다가 통쾌하게 터뜨려준다. 누구나 빠르게 공감하면서 결말에도 만족한다. 결국 ‘뉴보잉보잉’의 인물 중에는 피해자는 없고 수혜자만 있다. ‘성기’는 진정한 관계가 될 유일한 약혼녀를 얻었고, ‘성수’는 엉겁결에 애인이 생겼다. ‘성기’의 세 여자도 각자의 사랑을 찾았다. 나쁜 짓을 했지만 결국 용서받고 모두 행복해지는 결말이 관객에게 단순유쾌한 웃음을 준다.

 

- ‘뉴보잉보잉’의 톡톡 튀는 개성만점 캐릭터들


하숙집은 저마다 제각각의 개성과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식성도 차림도 다양하다. 하숙집의 빨랫줄에는 색색의 빨래가 정겹게 널린다. ‘뉴보잉보잉’의 스토리는 하숙집 마당에 제각각 내걸린 빨래처럼 독특한 각자의 개성을 정겹게 늘어놓는다. 주인공 ‘성기’는 입담 좋고 매너 좋은 전형적인 바람둥이다. 세 명의 약혼녀들을 두고 화려한 연애플레이를 마음껏 선보인다. 반면, 그의 친구 ‘성수’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 청년이다. 정 많고 어리숙한 성격에 특유의 능청스런 재치가 더해져 저절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세 명의 약혼자도 제각각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이지적이고 똑부러진 ‘이수’는 거침없는 표현과 무서운 추진력을 보여준다. 귀여운 성격의 ‘지수’는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의 ‘애교덩어리’다. 시종일관 갖가지 표정과 동작을 동원한 폭탄애교로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혜수’는 풍부한 감성이 매력적이다. 지고지순한 내면과 폭력적인 행동이 모순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려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 ‘말뚝이’같은 매력, 누구나 이런 친구 한 명쯤 있다


주인공의 친구인 ‘성수’는 주인공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다. 어리숙한 듯 뻔뻔하고, 순진한 듯 능청스러운 그의 다양한 표정과 우스꽝스런 몸짓은 친숙해서 더 웃음이 난다. 지방에서 막 상경한 그는 깐깐한 서울살이를 특유의 능청스런 여유로 맞선다. ‘성수’의 캐릭터는 누구나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배꼽친구 그 자체다. 하숙집에서도 이런 고학생이 꼭 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으면 평상에 술상부터 펴고 맞장구를 쳐준다. 친구의 바람피우는 행각을 어쩔 수 없이 돕게 되는 ‘성수’도 그랬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괜히 끼어들어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모습이 하숙집 뒷방 고학생처럼 정겹다. 언제나 해결사로 나서지만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마는 것도 그가 매력적인 이유다. 그의 걸진 경상도 사투리는 상황을 교묘히 풍자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의 구성진 입담과 재치는 마치 전통 마당극의 입담꾼 ‘말뚝이’를 보는 듯하다. 관객이 한층 배우를 가깝게 느끼게 한다는 점도 마당극과 닮았다. ‘성수’는 주인공의 해프닝을 관객과 주인공의 중간 지점에서 맛깔스럽게 전개해나간다.

 

‘뉴보잉보잉’에는 억지웃음이 없다. 정신없이 웃음이 휘몰아친다. 바람 잘 날 없는 어느 하숙집의 거실처럼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관객은 손님으로 왔다가 금세 마루에 걸터앉은 하숙생이 된다. 그들의 이야기에 휘말려 함께 종종거리게 된다. 웃음이 귀해진 시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은 귀중하다. 누구에게나 밥상머리에 쪼로록 둘러앉아 시끌벅적 반찬 싸움을 벌이던 추억의 시절이 있다. 시끌벅적한 웃음 속에서도 묘하게 사람과 추억을 그립게 하는 것, 그것이 ‘뉴보잉보잉’ 속 웃음의 숨겨진 맛이다.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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