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비타민’ 같은 배우 김승대 인터뷰
- 최근 근황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 ‘강동수’ 역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 동안 했던 작품과 많이 다르다. 주로 무겁고 뜨거운 작품들을 많이 했었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따뜻한 작품이라 즐겁게 작업 하고 있다. 무대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지금은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감기에 걸렸다. 지금이 고비다. 이런 육체적 고비는 어느 공연에서나 겪는 과정인 것 같다.
-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향수’가 아닐까 한다. 이 작품은 ‘성장통, 첫사랑의 추억, 아픔’ 등 한국인의 다양한 정서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 ‘오만석 연출’과의 작업은 어떤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오만석 연출님이 배우 출신이기도 하지만, 앞서 ‘강동수’ 역을 하셨던 분이다. 처음 ‘내 마음의 풍금’을 하게 됐을 때 연출님과 ‘같은 직업’이라는 부담감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좋은 부분이 더 많다. ‘오만석’ 연출님은 이 작품에서 ‘강동수’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대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미 고민했던 분이다. 그래서 배우의 입장에서 내가 어떤 벽에 부딪혔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잘 아신다. ‘아, 저 친구 지금 집중이 잘 안되는구나, 나도 예전에 저 부분에 부딪혔는데’하고 생각하면서 많이 배려해 주신다. ‘나는 이때 이렇게 생각했다’라는 식으로 말씀해주셔서 더 빠르게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마음의 풍금’을 시작할 때 이렇게 순수하고 행복한 작품은 처음이라 겁이 났었다. 처음인 만큼 조금 더딘 부분도 있다. ‘오만석’ 연출님은 배우를 믿고 기다려주신다. 연출가가 믿어준다는 것에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그 부분이 지금도 정말 감사하고, 감동하고 있다.
- 영화가 워낙 사랑받은 작품이다. ‘강동수’ 역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예전에 영화를 한번 봤었다. ‘내 마음의 풍금’을 하게 됐을 때 일부러 다시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뮤지컬만의 무대 양식이 있지 않나. 영화를 보면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가진 색깔에 의존하게 될 것 같았다. 영화와는 굳이 다르게 표현하려 한 것도 없고, 비슷하게 하려 한 것도 없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원작 소설이 ‘여제자’라는 작품이다. 원작 소설이 주는 힘에 집중하려고 했다. 원작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홍연의 성장통’도 있지만, ‘강동수의 성장통’도 있다는 점이다. ‘강동수’가 사회생활을 처음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려 했다.
- ‘내 마음의 풍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명장면’이 있다면?
‘내 마음의 풍금’의 명장면을 꼽자면 ‘홍연과 강동수가 어른이 되어가는 부분’을 들 수 있다. ‘홍연’이 겪는 성장통의 정점 중 하나는 배우들이 ‘운동회씬’이라고 부르는 장면이다. 홍연이가 생리를 시작하게 된 걸 알고 진짜 아가씨로 거듭나는 부분이다. ‘강동수’가 겪는 성장통의 정점 중 하나는 ‘나의 사랑 나의 수정’이라는 넘버를 부를 때다. 사회 초년생인 ‘강동수’가 사랑을 하면서 한 단계 자라는 것이 보이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비의 꿈’ 장면을 좋아한다. 선생님이 되어가면서 동시에 어른이 되어가는 ‘강동수’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강동수’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장면이라 좋아한다.
-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이후 첫 뮤지컬 작품이다. 연극이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나?
원래 전공은 연극영화과였다. 어쩌다 보니 계속 뮤지컬을 계속 하게 됐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2인극이고 텍스트가 어려운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평소 갖고 있었던 정극 연기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뮤지컬도 깊이 있게 연기하지만, 연극 작업에 정말 참여하고 싶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공부했던 것들을 다 내뱉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연기적으로 내공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예전에 연기할 때는 내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을 했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를 하면서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는 '큰 눈'을 갖게 됐다. 그것이 연극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 같이 공연을 하게 된 팀, 정운선, 최주리, 선우, 서영, 이수빈 양에 대해서 '기대평'을 한다면?
'팀'은 그 나이 대의 남자가 가질 수 없는 '순수함'이 있다. 개인적으로 '팀'의 그러한 부분들이 부럽다. 관객들이 '팀'에 대해 염려하는 부분들도 오히려 '강동수'가 가진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강동수'가 가진 설레임이나 어색함, 순수함을 포괄적으로 잘 담고 있다. '정운선'은 학교 후배다. 학교에서도 주목받는 학생이었다. 무대에서 내가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상황에서도 믿고 기댈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동료다. '최주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춰 본다. 주고받는 호흡이 처음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잘 맞다. '선우'는 감성이 굉장히 풍부하다. ‘양수정’ 캐릭터가 가진 감성이 평소 모습과도 비슷해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서영'은 방송에 비춰지기로 섹시한 이미지로 많이 아신다. 평소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 다닐 때도 학구파라고 불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굉장히 똑똑한 친구다. 작품 분석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화술도 좋고 성격도 털털하다. '이수빈'은 실제로 '홍연'과 나이가 같다. 처음에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나이 때 생각할 수 없는 감성과 해석을 해낸다. 나중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 ‘내 마음의 풍금’에서 관객이 유심히 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 마음의 풍금'은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해서 보기보다 편한 마음으로 과거여행을 한다는 생각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작품 속 대사나 행동이 누구나 다 겪어 왔던 것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선생님의 말버릇, 학생들의 노는 것, 사는 이야기들을 아울러서 본다면 그것이 '내 마음의 풍금'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 연습현장에서 보니 유독 팀워크가 좋아보였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굉장히 많다. 정말 지금도 연습 현장에 들어가면 다 웃고 있다. 모두들 정말 행복하게 연습한다. 이전의 출연작들은 무거운 작품이 많았다. 이런 작품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다.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김재만'이라고 할 것 같다(웃음). 정말 좋은 선배님이다. 김재만 선배님은 '내 마음의 풍금'의 배우들을 하나고 뭉치게 하는 힘을 가진 분이다. 작품에서 좋은 선배를 만난다는 것은 진심으로 행복한 일이다.
-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비춰지고 싶은지?
어떻게 비춰지겠다는 것보다 '김승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 배우가 저 작품 하네? 궁금하다'하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내 별명이 '비타민'이라고 하더라. 다른 분들께 내가 얼마나 '비타민'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별명을 지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내 인생 최고의 관객은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민지'라고 하는 꼬마 관객이다. 작품 속에서 죽는 장면이 있었는데, 공연이 끝난 뒤 뛰어와 나한테 폭하고 안기더니 '다신 죽지 마'라며 엉엉 울었다. 그 꼬마 관객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다른 한 분은 아주머니 분이셨다. 공연을 많이 보시는 분도 아니었다. 공연이 끝나고 오셔서는 '살면서 참 힘들었는데, 어쩌다 당신 공연을 보게 됐다.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가는 것 같다. 삶에 의욕이 떨어지면 당신 공연을 다시 보러 오겠다'고 하셨다. 악수를 청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원하지도 않으셨다. 내 공연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것이 정말 감동이었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갈 때 지치거나 힘이 빠질 때 힘을 채워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 ‘내 마음의 풍금’ 이후 계획이 있다면?
차기 작품은 이미 언론에 공개가 됐다. 한국창작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게 됐다. 우선 '내 마음의 풍금'을 안정화 하는 것이 먼저다. 그 후에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의 인물과 만날 것이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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