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플레이 ‘피터팬’ 주혜자 연출가 [인터뷰]

최근 어린이 연극, 뮤지컬 등 어린이 공연이 범람하고 있다. 그 종류도 체험연극, 화려한 장치를 사용한 플라잉 뮤지컬, 에듀테인먼트 등 다양하다. 다채로운 어린이 공연들은 TV, 컴퓨터와 지나치게 가까워져 있는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부모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공연은 많지 않다. 연출가 주혜자는 ‘마스크 플레이’라는 색다른 장르를 들고 어린이 공연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연출가 주혜자는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은 어른이 되면서 상처를 받았던 부모들과 어른이 될 아이 모두 감동 받을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서울 관객을 찾아올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의 주혜자 연출가를 만났다.

 

“마스크 플레이, 그게 뭐지?”

 

연출가 주혜자는 부산에게 주로 연극 대본을 쓰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을까. 그는 “요청 받은 작품이 ‘피터팬’이어서 하게 됐다. 평소 동화 ‘피터팬’의 주제나 에피소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었다”고 답했다.

 

주혜자는 이번 작품이 첫 연출작이다. 처녀작으로 어린이 공연에다가 생소한 장르인 ‘마스크 플레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마스크 플레이’는 간단하게 말하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탈을 쓰고 하는 공연’이다. 그저 ‘탈’을 쓰고 공연하는 것이 아니다. ‘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캐릭터를 배우에게 덧씌워서 공연하는 거다. ‘탈’을 쓴 몸을 사물화 해 공연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번 공연은 일본 극단 ‘히코센’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공연되는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은 일본에 라이선스가 있다. ‘히코센’이라는 극단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고 만든 작품이다. 이번 공연을 제작하신 제작사 측에서 일본 공연을 보고 매력을 느껴 선택했다. 나도 마스크를 쓰고 하는 공연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제대로 보기 위해 일본에 갔었는데 장치가 정교하다. 어른이 봐도 인형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터팬’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다. 탈이 성격에 맞게 만들어져서 예쁘다.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은 실제로 인형이 움직이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탈이 가진 둔한 느낌이 거의 없다”고 ‘마스크 플레이’라는 공연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어른에겐 ‘치유’를, 어린이에겐 ‘성장’을”

 

동화 ‘피터팬’은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어린이를 다룬 고전이다. 주혜자는 ‘피터팬’이 담고 있는 주제나 캐릭터가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피터팬’의 주제는 어떤 것일까. “‘피터팬’의 주제는 ‘성장 과정이 힘들더라도 그럼에도 어른이 되는 것’이다. ‘피터팬’은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어린이의 상징이다. 우리 작품은 ‘왜 작품 속 캐릭터들은 어른이 되기 싫어할까?’, ‘우리는 왜 어른이 될 수밖에 없을까?’에 대해서 말한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주혜자는 덧붙여 “작품 속 주인공들이 무조건 어른이 되기 싫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이유가 ‘후크 선장처럼 되기 싫어서’다. 어른들의 세상은 책임과 여러 가지 상황이 엉켜있다”고 말했다.

‘피터팬’의 주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명장면이나 명대사가 있느냐고 묻자 “작품에서 가장 멋진 대사는 ‘어른이 되는 것도 아주 큰 모험이다’라는 부분이다. 그 대사를 들으면 어른이 되면서 받았던 모든 상처가 씻겨 나간다. 물론 어린 친구들은 그 대사가 지금은 안 들릴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상처받은 어른들이 있다면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보는 것 같은 공연이다”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은 배우들이 ’탈‘을 쓰고 하는 공연이라 둔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광고를 보면 ‘애니메이션 보는 것 같은 공연’이라고 돼 있다. 우리 공연은 고전 명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어린이 만화에서 많이 보던 성우가 녹음했다. 익숙하고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무엇보다 ‘탈’의 무게가 가볍고 활동성이 좋게 제작됐다. ‘탈’을 쓰고 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이 느끼는 둔감함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탈’을 썼지만 가볍고 역동적이라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일본에서 라이선스를 받아온 작품인 만큼 일본 극단 ‘히코센’의 버전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른 ‘피터팬’ 작품을 보면 플라잉 기술을 많이 쓴다. 우리 작품은 원작이 가진 테마를 지키려고 했다. 가장 원작을 잘 살린 ‘피터팬’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쇼적인 부분도 약하지 않다. 단지 아이들이 쇼보다 드라마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려 했다”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은 요즘 범람하고 있는 ‘어린이 공연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색다른 방법론이 아니라면 그저 그런 어린이 공연으로 남을 수도 있다. 주혜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우리 작품은 요즘 공연에서 절대 쓰지 않는 호흡을 썼다. ‘10초간 침묵하기’ 같은 것도 한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했다.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화려한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관객을 믿고 만들었다. 어린이 관객이 성장하면서 공연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이 관객들에게 어떤 것이 더 유익한지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 만나다”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은 일본에서 오랜 시간 동안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일본팀이 제작한 ‘탈’에는 긴 연구 끝에 탄생한 노하우와 땀이 서려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정서는 다르다. 일본의 정서가 담긴 작품을 한국 어린이에게 어떻게 전달하려고 했을까.

 

주혜자는 “‘한국 정서’와 ‘일본 정서’가 어린이지만 다르다. 일본 관객은 공연을 볼 때 박수를 치지 않는다. 한국 관객들은 적극적이고 솔직하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관람한다. 일본의 연출가와 이야기할 때도 한국 어린이들의 활동적인 성향을 말했다. 한국 배우들도 젊고 몸을 잘 쓰는 배우들이 합류해 에너지가 넘친다.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이 적극적인 만큼 서로 주고받으면서 공연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일본 연출가를 설득하는 일이 힘들었다. 일본 연출가가 한국 공연을 보고서는 ‘아, 이래서 그런 주문을 했구나’하고 이해해줬다. 일본 원작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우리 것을 지키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과 함께 작업하는 일본 극단 ‘히코센’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극단이다. 공연만 연습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탈’까지 연구하고 직접 만든다. 주혜자는 “‘마스크 플레이’는 ‘탈’이 움직이는 느낌이 아니라 쓰고 있는 ‘탈’이 사물화 돼서 연기하는 거다. 일본 배우들도 몸을 잘 쓰는 기량 좋은 배우들이다. ‘마스크 플레이’에서 테크닉적인 면은 따라가기 힘들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히코센’ 측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도움들을 쌓아놓으면 다음 작품에 연기적인 면에서도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며 다음 공연에 대한 준비도 잊지 않았다.

 

한일합작인 만큼 ‘히코센’과 작업에서 힘들거나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물었다. “신기하게도 일본 배우의 의상이나 마스크들이 우리 배우들이 맞춘 것처럼 잘 맞았다. 우리가 ‘마스크 플레이’를 할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공연은 무대 위에서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품과 장치들을 통해 장면을 만든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매우 바쁘다. 일본 배우들이 인수인계를 잘 해줬지만 무대 뒤에서 가끔 ‘우당탕’할 때도 있다”(웃음)

 

마지막으로 주혜자에게 마스크 플레이 ‘피터팬’을 통해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물었다. “많은 분이 어린이 공연에 대한 편견을 갖고 계신다. 아이들이 우리 공연 본 뒤에 ‘피터팬’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공연 자체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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