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적나라한 가족 이야기, 연극 ‘마지막 여행’, ‘고령화 가족’
현대인의 외로움과 공허함, 가족의 의미를 묻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한 개인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 간의 서로 다른 생각들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연극 ‘고령화 가족’은 이 시대의 밑바닥을 사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두 편의 연극을 통해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있었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마지막 여행’
-장례식장을 찾은 인간 군상 속 ‘욕망’을 엿보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장례식장에서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어느 하나 이타적인 사람이 없다. 작품은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인간성을 기반으로 자신에 대해 냉철하게 반성하게 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경험하게 한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윤정이 죽은 후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윤정의 어머니는 두 번의 암 수술을 받았고, 수술비용을 모두 죽은 윤정 부부가 충당했다. 윤정은 세 딸 중 막내지만, 첫째인 윤희 부부는 사업을 한다고 빚만 지고 있고, 윤희 부부에게 돈을 댔다가 몽땅 날린 윤선은 의절한 상태다. 윤정 부부는 빚을 져서 수술비용을 댔고, 자신의 집도 대출받은 상태여서 늘 빚에 허덕이며 살아간다.
윤정은 답답한 심정을 풀지 못한 채 자신에게 소원해진 남편 성진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윤정은 영업을 위해 고객을 접대하는 성진이 다른 여자와 잤다고 생각한다. 남편 성진도 윤정이 이 대리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둘은 다투다가 윤정이 집을 나가고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녀는 교통사고 이후, 다시 삶을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떠난 여행에서 실족사로 죽음을 맞는다. 윤정의 죽음 이후 그녀의 사망보험금으로 1억 5천만 원이 있음이 밝혀진다. 보험금을 계기로 가족과 친구들이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서로의 입장에서 펼치게 된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례식장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인물들은 순수하게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시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 내내 밥을 찾고, 자신의 잠자리가 시끄럽자 다른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시어머니는 죽은 며느리보다 자신의 아들을 감싸기 위해 더 슬프게 운다. 남편은 장례식장에서도 돈 생각뿐이다. 윤정의 어머니는 남들에게 가족의 치부를 보이기 싫어한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오는 8월 4일부터 8월 21일까지 공연된다.
연극 ‘고령화 가족’
-평균나이 49세, 이 시대 밑바닥 인생들이 가족으로 모였다!
올해 4월 초연된 연극 ‘고령화 가족’이 앵콜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다섯 번째 정기 공연인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천명관은 감동과 교훈, 복잡한 서사의 소설을 조롱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깨는 작품을 내놓는 작가다.
이번 연극은 앵콜 공연을 맞아 더욱 연극적인 구조의 선택, 탄탄한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더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사건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담아내 ‘무대에서 만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 ‘고령화가족’은 평균나이 49세의 가족들이 한여름 방 2개 딸린 어머니의 빌라에 모여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나이 70세가 넘도록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한다. 맏아들 한모는 120킬로그램 거구에 전과 5범이다. 집안에 유일한 엘리트인 둘째 인모는 실패한 영화감독이다. 막내 미연은 유부남을 꼬여내 결혼에 성공했으나 온갖 풍문을 안고 이혼당해 친정으로 도피했다. 작품은 이 시대 밑바닥을 살고 있는 개개인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련되지도 쿨하지도 않은 이들 가족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통해 작가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보금자리도, 인생을 얽매는 족쇄도 아닌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아간다. 우리 주변에 흔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애틋하면서도 구차하지 않게 개성 만점의 캐릭터로 그려낸다.
연극 ‘고령화 가족’은 오는 7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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