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비딕’, 새로운 땅에 닻을 내리다! 신지호와 이일근(KoN) 배우의 항해일지③
인터뷰 도중 신지호와 이일근의 말 속에서는 둘이 가진 아티스트의 천재성이 번뜩였다. 연주자이자 배우,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작품의 창작에 참여하는 역할로서 변신을 거듭해 온 그들의 다양한 얼굴이 흥미로웠다. 뮤지컬 ‘모비딕’은 물론 신지호와 이일근, 두 사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음악 세계에 귀를 기울였다.
- 작년 발매 했던 앨범에서 전곡을 작곡, 작사, 편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했다. 뮤지컬에서 곡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어땠나?
이일근 : 원래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 ‘모비딕’은 악보가 디테일한 부분도 있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음악감독님이 소재를 던져줘서 우리가 분위기를 맞춰 합의해 나가기도 했다. 그런 부분의 자유도가 높아서 좋았다. 모비딕과 사투를 하는 신에서도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원래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다 보니 작곡가 보다 바이올린에 대해 섬세하게 아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잘 활용했다. 장면이나 곡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내가 이런 식으로 해보면 어떻겠냐 하는 제안을 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잘 이뤄졌다.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더 매력적이고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다른 출연진도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에 많이 참여했다.
- 그런 부분이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설명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연주가들이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말인가?
이일근 : 우리끼리 앙상블을 맞추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신지호 : 딱하면 딱 하고 나온다.
이일근 : 맞다. 진짜 딱하면 딱 하고 나온다.(웃음) ‘우리 이렇게 한번 해볼까?’ 하면 ‘응, 알았어’ 하고 맞춘다. 금방 무엇인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만들어지다 보니 어제 했던 장면이 오늘 오면 바뀌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때도 음악에 변화가 있다. 방금도 하나 바꾸고 왔다.(웃음) 다들 뮤지션이라 재능이 있어서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자는 식으로 금방 잘 이뤄진다. 그런 부분은 정말 다행이다.
- 신지호 씨는 ‘국화꽃 향기’에서 음악 감독을 맡으셨는데 ‘모비딕’이랑도 어떤 관련이 있나?
신지호 : 제안이 들어왔을 때 감히 내가 할 그릇이 되냐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있는 연극이라는 콘셉트였고, 모든 곡을 작곡해야 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배해선, 이건명 씨 등 훌륭한 배우분이 출연하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모비딕’과도 일정이 겹쳤다. 지금도 매일매일 ‘국화꽃 향기’의 작곡을 하고 있다. 그 작품도 비극이고, ‘모비딕’도 비극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느끼는 비극의 감성을 가지고 작곡을 하다 보니 더 잘 되는 부분도 있다. 억지스럽게 눈물을 자아내는 멜로디도 쓸 수 있지만 그런 음악은 멋이 없는 것 같다. 눈물 또르르 날 수 있게끔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슬픔의 향기가 바람에 흩날렸을 때 드는 기분? 그런 느낌으로 작곡 중이다.
- 뮤지컬 ‘모비딕’을 딱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신지호 : 뮤지컬 ‘모비딕’은 ‘파격적이다’. ‘파격적’이라고 하면 안 좋게 들리려나?
일동 : 신선하다. 느낌이 확 온다.
신지호 : 아니면 ‘충격적이다’ 정도로 할까?(웃음)
이일근 : 뭐라고 해야 하지? 뮤지컬 ‘모비딕’은 ‘혁신적인 뮤지컬’이다.
신지호 : 나 다시 바꿀래! 뮤지컬 ‘모비딕’은 ‘아방가르드한 뮤지컬’이다.(웃음) 그냥 처음에 했던 걸로 하겠다.
-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 두 분이 어떤 음악세계를 갖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신지호 : 태어나서부터 할머니와 부모님과 20년 넘게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네 살 때 피아노를 선물해 주셨다. 어떻게 치는지 모르고 있다가 안데르센 동화의 테마곡이 TV에 나오는 데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듣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음을 눌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는 피아노를 소리 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누르다 보니 연주가 되더라. 그렇게 연주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집안의 반대가 정말 심해서 초등학교 때 까지만 배우고 그만 뒀었다.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몰래 혼자 오케스트라 들으면서 익혔다.
- 피아노는 신지호에게 어떤 의미인가?
신지호 : 나는 ‘팝 피아니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피아노를 서서 치기도 하고, 팔꿈치나 손목, 엉덩이로도 친다. 나는 ‘보는 피아노’와 ‘듣는 피아노’가 공존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피아노 뚜껑을 열면 하프가 되고 두드리면 타악기가 되는 것처럼, 피아노 전체를 악기로 사용하고 싶다. 피아노는 나에게 ‘치유제’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매개체다. 머리가 아프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을 피아노를 통해 곡을 쓰고 표현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그렇게 못했다면 정말 병이 났을 것 같다. 피아노는 내게 ‘치유제’이자 감정을 완화시켜주고 기쁘게 해주는 도구다.
- 이일근 씨는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일근 : 어렸을 때는 그냥 취미삼아 시작했다. 피아노를 하다가 손가락이 길고 가늘어서 바이올린으로 바꾸게 됐다. 중학교 때 까지는 취미로 했다. 형제가 나와 형 둘인데 장남인 형이 공부를 하게 돼서 차남인 나는 자연스럽게 서울예고를 가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공을 하게 됐다. 대학교 오면서 그냥 클래식 보다 여러 가지 확장된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뉴에이지, 일렉트로닉 음악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해봤다.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집시 음악 쪽에 매력을 느껴서 1집 앨범을 집시 음악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하게 됐다. 현재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집시 음악을 하다가도 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그쪽으로도 해보고 싶다. 다양한 여러 가지 음악들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뮤지컬도 그 중 하나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음악 공부를 많이 해서 ‘나의 음악’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신지호 : 연극 ‘국화꽃 향기’가 9월 1일부터 공연이다. 뮤지컬 ‘모비딕’을 마무리하고 나면 매일 그 작업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뮤지컬 ‘모비딕’이 끝나는 날을 상상하면 정말 슬플 것 같다. 다행히 ‘국화꽃 향기’로 바쁘기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다음 활동으로는 작곡이랑 감독을 계속 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영화를 한 편 만들어서 나오는 음악을 작곡하고 피아니스트로 출연하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처럼. 나는 욕심도 많다. 공부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관객에게 내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많이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외국에서도 많이 소개가 될 것 같다. 그것도 준비 중이다.
이일근 : 요즘 일본 한국을 오가며 공연하고 있다. ‘모비딕’이 끝나고 나면 바로 일본 음악 방송에 출연하게 될 것 같다. 10월과 11월 사이에는 일본에서 콘서트가 많이 잡혀 있다. 나고야, 동경 순의 투어식으로 공연할 것 같다. 그리고 2집 앨범도 준비 중인데 현재 ‘모비딕’으로 잠시 멈춘 상태다. 일본 음반사 측에서 나의 앨범을 발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여서 가을에 일본 투어한 뒤에는 일본에서 음반을 내게 될 것 같다.
신지호 : 한국에 있어야 돼.
- 일본 활동이 많으면 서로 떨어지게 되니까 지호 씨가 서운한 것 같다.
이일근 : 올해 가을과 겨울에는 일본에서 토대를 더 쌓아서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활동을 하고 싶다. 그리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모비딕’을 통해서 알게 된 지호와 함께 연주를 해보고 싶다. 전에 둘이서 ‘미니콘서트’를 한 적이 있었다. 서로의 곡을 바꿔서 연주했었다. 처음엔 지호를 보고 미소년 이미지라 굉장히 예쁜 곡만 연주할 줄 알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거친 연주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연주를 시켰더니 너무 거칠게 연주를 하더라.(웃음) 정말 터프했다. 일본 연주자들은 나를 보고 ‘공격적인’ 연주자라고 한다. 지호와 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서로 잘 맞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모비딕’을 끝내고 난 뒤에도 서로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지호 : 정말 진지하게 같이 앨범을 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각자의 일이 너무 바빠서 실현은 안됐다. 우리 둘이 연주를 하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이일근 :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기본적으로 잘 어울리는 악기들이다. 좋은 조합이다. 꼭 지호와 함께 활동을 해보고 싶다.
- 두 분이 굉장히 사이가 좋다. 갑작스럽지만 서로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고 싶다.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지호 : 새로운 질문이다.(웃음) 형은 ‘모비딕’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현재 활동하는 음악가로서는 선배다. 처음에는 이미지가 선하고 좋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봤다. 실력도 좋아서 분명 까칠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어리고 순수한 피터팬 같은 면이 있는 형이다. 음악적으로도 배울만하다. 바이올린은 굉장히 예민한 악기다. 그런데 실수 하나 없이 곡을 연주한다. 그 뿐이 아니다. 노래도 너무 잘한다. 그런 부분도 부럽고 멋지다. 정말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표본은 ‘KoN(이일근)’인 것 같다. ‘KoN(이일근)’ 덕분에 이 뮤지컬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은 정말 맞다. 우리의 사이를 묻는다면 실제로도 굉장히 친하다. 죽이 잘 맞는다.(웃음)
이일근 : 지호랑 한국에서 봤을 때는 나이 차이가 약간 있고, TV에서 봤던 친구라 선입견이 있었다. 알려진 사람이라 주변에 사람들과 어울릴 때 자기가 직접 손을 내미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성격이 굉장히 소탈했다. 나는 클래식을 전공해서 주변에 피아노 치는 친구들이나 클래식 연주자들을 많이 봐왔었다. 그런 상태에서 지호를 봤는데 피아노도 잘 치지만 감정이 클래식한 부분에는 없는 독특한 것을 갖고 있다. 곡에서 지호만의 것들이 보여서 호기심이 갔다. 이 친구가 하는 음악과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웃음)
- 두 분 다 굉장히 쑥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이 처음인가?
이일근 : 처음이다. 어쨌거나 지호는 한참 어린나이고 앞날이 기대되는 친구다. 지금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나중에는 얼마나 성숙하고 멋진 아티스트가 될지 기대된다. 또, 정말 감사한 부분이 지호가 정말 애교가 많다. 나를 많이 좋아해준다. 지호와 함께 있으면서 ‘퀴퀘그’라는 캐릭터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퀴퀘그’는 ‘이스마엘’을 지켜주는 보디가드 같은 느낌이 있다. 1년 동안 같이 뮤지컬을 하면서 어쩐지 내가 지호를 지켜줘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웃음) 지금은 식구 같아서 정말 좋다. 그리고 뮤지컬 ‘모비딕’에서가 아니라 피아니스트 대 바이올리니스트로서도 교감이 정말 잘 이뤄진다. 급작스럽게 연주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호야, 이렇게 하자’하면 ‘응’하고 바로 무대에 서도 연주가 잘 됐다.(웃음) 연주를 했을 때 서로 ‘우리 정말 연주 같이 많이 해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멋진 친구를 알게 돼서 기쁘고 앞으로 같이 여러 가지를 함께 하고 싶다.
- 처음 하는 칭찬에 서로 어색해 하는 것 같은데?
신지호 : 오늘 공연 다했다.(웃음)
뉴스테이지 글_박세은 기자, 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