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서 남자 배우가 선택하는 노래,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

악어컴퍼니 대표 조행덕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넘버로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라는 넘버를 꼽았다. 그는 “‘담배’는 뮤지컬 오디션을 볼 때 많은 남성참가자가 부르는 노래다. 100명이 오디션을 보면 30명 정도가 ‘담배’를 오디션 곡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그만큼 이 곡은 캐릭터의 수많은 감정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노래 한 곡에 가창력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볼 수 있는 넘버다”고 말했다.

 

기자의 이야기 : “스물아홉이 된 다는 것”

 

뮤지컬 ‘싱글즈’는 영화 ‘싱글즈’를 바탕으로 2007년 제작된 무비컬이다. ‘싱글즈’는 20대의 끝자락에 선 청춘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다. 김주혁, 장진영, 엄정화, 이범수 주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학을 입학할 당시 영화에 빠진 적이 있었다. 손에 잡힌 영화는 좋던 나쁘던 모두 다 보던 시절이었다. ‘싱글즈’도 그 중 하나였다. 갓 스무 살이었던 때,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스물아홉이 되면 저런 모습일까’하며 막연한 미래를 떠올렸던 기억만 있다. 영화도 뮤지컬도 이십 대 초반에 놓여있던 시기에 크게 공감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우연한 계기로 다시 듣게 된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는 식어버린 맥주처럼 쌉싸름한 뒷맛이 남는 곡이었다. 맥주를 삼키던 입가에는 스무 살 때와는 또 다른 스물아홉의 삶이 미적지근하게 식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담배의 맛은 알지 못하지만 이제는 상상하기도 벅찬 스물아홉을 떠올릴 때면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와 진짜 ‘담배 한 개비’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는 어떤 노래?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는 ‘정준’이라는 인물이 부르는 노래다. 정준은 착하기만 한 순정파 남자다. 뛰어난 능력이 있거나,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는 돈 많고 능력 좋은, 자신과는 정반대의 남성상을 원하는 ‘지혜’를 사랑하게 되면서 가슴앓이를 시작한다. 결국, 지혜는 정준보다 더 능력 있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고 싶다며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정준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 지혜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함을 탓한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좋은 남자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준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문다.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라는 넘버는 바로 이때 등장한다. 친구 ‘동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정준은 씁쓸하게 담배를 빼어 문다. 그는 오랜만에 피운 담배에 말을 걸듯 이야기하며 자조적으로 노래한다. 이 곡에는 진실로 사랑했던 여자에게 좋은 남자로 남기를 바라는 바람과 함께, 능력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 담겨 있다. 조행덕 대표의 말처럼 이 곡을 남자배우들이 오디션 곡으로 선택하는 것은 정준의 복잡한 마음과 노래 실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싱글즈’의 ‘담배’ 가사는?

 

안녕 오랜만
영원히 잊겠단 다짐을 했는데
또다시 너를 만나네
안녕 오랜만
옛 친구 너에게
내 얘기해줄게
그 바보 같은 내 사랑
그녀는 내게 말하지
내가 좋은 남자라고
난 행복했어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니까
그녀는 내게 또 말해
내가 좋은 사람이라
그래서 싫대
줄 수 있는데 그것뿐이라서
그래서

 

돈 없고 능력 없는 그런 남자
그녀에겐 그저 좋은 사람일 뿐
원하는 걸
주고 싶어도
내가 가진 것은 그것뿐
그녀는 내게 말하지
내가 좋은 남자라고
가슴이 아파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그녀는 내게 또 말해
내가 좋은 사람이라
그래서 떠난대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그녀는 내게 말하지 내가 좋은 남자라고
가슴이 아파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니까
그녀는 내게 또 말해
내가 좋은 사람이라 그래서 떠난대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그래서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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