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뮤지컬배우 ‘차미연’

‘차미연’은 일본극단 ‘사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온 뮤지컬배우다. 그녀는 “전공은 성악이에요. 대학교 3학년 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봤어요. 그전에도 뮤지컬을 봤었지만 ‘조승우’라는 배우를 보면서 굉장히 ‘매력적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나도 저런 직업 한번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어요”라며 뮤지컬배우를 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차미연’은 우연한 ‘갈망’으로 보게 된 일본극단 ‘사계’의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다. 극단 ‘사계’의 활동을 끝낸 뒤 한국으로 돌아와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했다. 그녀는 최근 뮤지컬 ‘빨래’의 9차 공연을 마친지 얼마지 않아 다시 10차 공연에 합류했다. 뮤지컬 ‘빨래’ 속 ‘나영’처럼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활기찬 에너지를 가진 뮤지컬배우 ‘차미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뮤지컬 ‘빨래’ 9차가 마지막 공연을 끝냈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인터뷰 당시는 뮤지컬 ‘빨래’ 10차 공연이 시작되기 얼마 전이었다.)

 

뮤지컬 ‘빨래’ 9차 공연 이후 10차 공연을 준비하면서 잠시 쉬는 중이에요.

 

- 현재 뮤지컬 ‘빨래’를 9차, 10차 연속으로 하시고 계시잖아요. ‘차미연 배우’가 받아들인 ‘나영’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요.

 

제가 해석한 뮤지컬 ‘빨래’의 ‘나영이’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홀어머니와 친구처럼 자란 아이예요. 강원도에서 티 없이 무공해처럼 긍정적으로 살아온 거죠. 그 힘으로 서울에서 겪는 힘든 일 앞에서도 울기보다는 크게 웃고 숨 한번 쉬고 잊어버릴 수 있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서울에서 받은 상처를 ‘쿨하게’ 넘기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 이번에 뮤지컬 ‘빨래’의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무대에 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2시간 30분 안에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이에요. ‘나영’이 밝은 인물이기는 하지만 서울 살이 5년 동안 많은 슬픔과 억울함을 겪었을 거예요. 그동안 ‘나영’의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극 중 저의 눈물을 통해서 관객의 슬픔과 아픔까지도 씻어내고 치유해 드리고 싶은데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나영이’의 슬픔을 드러내고 내뱉는 것, 제 내면의 슬픔과 마주해서 슬픔을 안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것 등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이 끊이지 않아요. 그런 부분이 즐겁기도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 뮤지컬 ‘빨래’는 좋은 음악으로 사랑받는 한국 창작뮤지컬이기도 하잖아요.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넘버는 어떤 곡인가요?

 

이 질문은 시기에 따라서 대답이 바뀌어요. 처음에 공연을 시작했을 때는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이라는 넘버가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은 ‘서울 살이 몇 핸가요’라는 넘버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이 넘버 안에서는 여러 가지 캐릭터가 나와요. 뮤지컬 ‘빨래’에 출연 중인 8명의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북적북적한 서울을 노래하거든요. ‘나영이’의 우렁찬 대답으로 시작해 관객과 처음 눈을 마주치는 이 넘버가 굉장히 설레요.

 

- 두 넘버 모두 정말 저도 좋아하는 넘버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영이’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서 울컥한다고 하시던데, 그 장면은 어떤 생각을 갖고 연기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가사 그대로를 생각해요. ‘한 걸음 두 걸음’ 우리 집을 걸어 올라가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해요. ‘내 방에 누구하나 기다렸으면 좋겠다, 꼭 잠긴 내방 문 앞에 우리 엄마 물김치 기다렸으면 좋겠다’ 가사 그대로를 생각하면서 불러요.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울컥하는 것이 있어요. 제가 일본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 혼자 외롭기도 했고 실제로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에 울고 웃기도 했거든요.
 
- 작품 제목이 ‘빨래’이기도 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빨래’하는 행위도 중요하게 다뤄지잖아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빨래’라는 행위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뮤지컬 ‘빨래’를 만나기 전에는 빨래할 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하다 보니 빨래를 하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더라고요. 무언가 꿀꿀한 기분이 들 때, 갑자기 누워 있다가도 답답할 때, 벌떡 일어나서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할 때가 있잖아요. 작품 속에 ‘빨래’라는 넘버에 나와 있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라는 가사가 말해주듯이 저도 답답한 마음, 복잡한 머리를 털어내고 싶을 때 빨래를 하더라고요. 빨래를 하고 나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깨끗해지고 한결 편안해져요. 손빨래를 좀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아요.

 

- 뮤지컬 ‘빨래’는 참 보는 사람에게 많은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1차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관객이 찾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차미연’ 배우님은 뮤지컬 ‘빨래’가 롱런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어서인 것 같아요.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다양한 속사정과 사연이 나의 이야기이자, 내 친구의 이야기, 우리 옆집 아줌마 이야기 같은 공감 때문에요. 저도 ‘나영이’를 연기하면서 연기가 아닌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 이번에 새롭게 공연하게 된 10차 배우분들과의 호흡은 좀 어떠세요?
 
지방공연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동료들이라 10차 배우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 배우들 간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는 어쩌면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고 상의해요. 덕분에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다들 착하고 정이 넘쳐서 무대에서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 뮤지컬 ‘빨래’ 팀은 언제봐도 호흡이 참 좋은 것 같아요. 호흡이 좋은 팀들은 에피소드가 참 많더라고요. 무대에 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으세요?

 

아무래도 라이브로 진행되는 무대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종종 발생해요. 다른 친구가 가발을 잘못 쓰고 나와 모두를 웃음바다로 빠뜨렸던 적도 있어요. 그리고 공연 제목이 ‘빨래’라 공연 중간에 실제로 빨래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대에 물이 고여 있을 때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여지없이 엉덩방아를 찧어요. 저는 얼마 전 9차 마지막 공연에서 화려하게 붕~하고 공중에 떠버리기도 했어요.(웃음)

 

- 10차 ‘빨래’와 이번에 참여하는 배우 분들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저도 10차 ‘솔롱고’들을 무대에서 만난 적은 없어요. 역대 최고의 ‘솔롱고’들이 모였어요. 정말 기대되고 많이 설레요. 9차에서도 세 명의 ‘솔롱고’의 색이 확연히 달랐었어요. 이번에는 어떤 색을 가진 ‘솔롱고’와 사랑에 빠질지 기대됩니다. ‘솔롱고’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이미 뮤지컬 ‘빨래’의 대구 공연에서부터 만났기 때문에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 뮤지컬 ‘빨래’를 통해 배우님께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너무 많은 것을 얻어서 무엇을 얻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사람’이 아닐까 해요.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과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저에게 큰 힘을 주시거든요.

 

- 그렇다면 반대로 관객이 뮤지컬 ‘빨래’를 통해 무엇을 얻어가셨으면 하나요?

 

뮤지컬 ‘빨래’를 통해서 따뜻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시면 좋겠어요. 하루 중에 잠깐이라도 하늘을 볼 수 있고, 내 옆에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수 있는 여유를 이 작품을 통해 눈뜨셨으면 해요.

 

- 이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늘을 볼 수 있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옆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으로 살다 보면 좋은 배우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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