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연극 ‘신의 아그네스’, 기억 속에 슬픔을 지운 수녀 ‘아그네스’

‘아그네스’는 21살의 수녀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와 기억, 모두를 잃었다. 지난 기억 속에, 자신의 과거 속에 모든 것을 묻은 것이다. ‘아그네스’는 순진무구한 얼굴을 한 채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하얗다 못해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그 쓰린 웃음 끝에는 핏빛이 서려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리빙스턴 박사’에게 조금씩 꺼내놓는 ‘아그네스’의 눈에는 ‘광기’와 ‘슬픔’과 ‘상처’가 혼재한다. 선과 악의 경계조차 모호한 ‘아그네스’는 어떤 인물일까.

 

하얀 옷깃에 서린 붉은 순결, ‘아그네스’

 

‘아그네스’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색은 ‘흰색’이다. 동시에 순식간에 주위를 덮어버릴 듯한 강렬한 붉은색이 스쳐지나 간다. ‘아그네스’는 태어나면서부터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적 학대와 모멸을 받으며 자랐다. 아무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그녀는 순수한 ‘흰색’처럼 깨끗하다. 그녀는 어머니와의 비정상적인 생활에서 성에 대한 혐오감을 지니게 된다. ‘아그네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수녀가 된다. 어느 날, 원장 수녀는 ‘아그네스’의 방에서 죽은 아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깨끗했던 ‘흰색’이었던 ‘아그네스’는 어느새 조금씩 그녀 자신의 피로 서서히 ‘붉게’ 물들어 버린다.

 

‘아그네스’는 아이를 죽인 것으로 의심받지만 그녀의 순진무구한 얼굴은 하얗기만 하다. 그녀의 삶에 지워진 짐은 ‘아이’와 ‘기억’의 존재를 단순히 잊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잊혀지도록 만든다. ‘리빙스턴 박사’는 천상의 소리로 노래하는 ‘아그네스’를 보며 그녀에게 매료된다. ‘리빙스턴 박사’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아그네스’를 대하며 종교의 기적을 믿고 싶어질 만큼 정신과 의사로서의 객관성을 잃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희곡작가 ‘존 필미어’의 작품이다. 초연 후 브로드웨이와 전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작품은 ‘아그네스’의 순수함과 광기가 가져온 파장과 진실의 파국을 담는다. ‘아그네스’의 마지막은 어린 시절 불우했던 가정환경과 무지가 가져온 진실의 비극이다. 결국, 그녀의 하얀 얼굴 위에 서린 핏빛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진실’이다.

 

이 작품은 ‘수녀가 아기를 낳고 살해한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아그네스’ 수녀를 통해 순수함과 광기를 대비시켜 종교와 믿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원장수녀’와 ‘아그네스’, ‘리빙스턴 박사’ 세 여인의 사이에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아그네스’를 연기한 배우, ‘선우’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선우의 첫 연극이다. 그녀는 “연극이 처음이고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이 어려운 작품이라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다. 좋은 작품에 훌륭한 선배님과 같이 무대에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셨다. 선배님들이 도와주시고 챙겨주셔서 지금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우는 작품 속에서 광기와 순수함이 공존하는 ‘아그네스’를 자신의 모습에 투영시켰다. 커다란 눈망울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그네스’의 모습은 배우 ‘선우’의 모습과 잘 버무려졌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 함께 출연 중인 윤소정은 “첫 연극에 이 정도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잘 이해하고, 참 열심히 하는 배우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선우는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며 성공적인 연극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글,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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