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의 위로와 설움 노래한, 뮤지컬 ‘빨래’의 ‘서울살이 몇핸가요’

배우 차미연은 뮤지컬 ‘빨래’의 9차 공연부터 ‘나영’ 역을 맡아왔다. 그녀는 뮤지컬 ‘빨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에 대해 “요즘 ‘서울 살이 몇 핸가요’라는 넘버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이 넘버 안에서는 여러 가지 캐릭터가 나와요. 뮤지컬 ‘빨래’에 출연 중인 8명의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북적북적한 서울을 노래하거든요. ‘나영이’의 우렁찬 대답으로 시작해 관객과 처음 눈을 마주치는 이 넘버가 굉장히 설레요”라고 말했다.

 

기자의 이야기 : 서울살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서울살이 몇핸가요 / 서울살이 몇핸가요 /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

 

‘서울’은 대한민국 전 지역의 사람들이 모이는 ‘수도’다. 뮤지컬 ‘빨래’를 처음 접했던 곳은 고향과 가까웠던 부산이었다. 작품은 뮤지컬을 좋아하기 이전부터 수많은 관객의 입소문을 탄 공연이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차 공연을 보러 갔던 나는 축 처진 어깨와 길어지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당시에 상경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으로서 ‘나영’의 이야기를 웃어넘기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뮤지컬 ‘빨래’는 내게 서울살이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상경 날은 초조함 반, 설렘 반으로 무덤덤하게 지나갔다. 서울 살이 4개월 째쯤 상경 이후 첫 ‘빨래’를 보게 됐다. 그날, 남들이 이상하다고 여길 정도로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던 것인지 울음을 삼키며 컥컥거렸는데, 생각해 보니 원래 타지 생활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누가 잘해줘도, 누가 못해줘도, 밥을 먹어도, 못 먹어도 못내 서러운 것이 ‘서울살이’다. 뮤지컬 ‘빨래’는 서울로 흘러들어온 타지 사람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서울살이 몇핸가요’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연차만큼이나 쌓인 사연들은 차곡차곡 가사에 드러난다. 서울살이 십 년차의 부부, 서울살이 6년 차의 직장여성, 5년 차의 ‘나영’까지 배우 차미연의 말처럼 ‘서울의 북적북적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뮤지컬 ‘빨래’ 속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어떤 노래?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뮤지컬 ‘빨래’의 오프닝 곡이다. 작품은 ‘나영’이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이 장면에서는 극 중 등장하는 8명의 배우들이 서로 오가고 부딪히며 새로운 방으로 이사하는 풍경이 벌어진다. 이삿짐을 옮겨준 용달차 아저씨와 국제슈퍼의 CEO 아저씨, 지나가는 여고생, 직장인, 할머니, ‘나영과 솔롱고’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한 번에 등장해 각자의 서울살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사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을 최저임금, 여성들의 육아 휴직 등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다. 뮤지컬 ‘빨래’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을 건드리면서도 소박하고 따뜻한 가사로 작품의 문을 연다. 그 안에는 각자의 삶이 있고, 서울이 있고, 우리가 있다. 뮤지컬 ‘빨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오프닝에 등장해 분명하게 이 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내 준다.

 

 

‘서울살이 몇핸가요’의 가사는?

 

서울살이 몇핸가요 서울살이 몇핸가요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

 

서울살이 몇핸가요 서울살이 몇핸가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마음에 담고 살아가나요

 

서울살이 십 년 세 번째 적금통장 해지
어디 어디 살아보셨나요
봉천동 석관동 미아리 옥수동
다니고 다니다 깨진 건 적금통장
그리고 부부 금실

 

서울살이 6년 네 번째 직장
최저임금에 칠십팔만 원이면 말 다했죠
생리 휴가 육아 휴직 그런 것들은 없어요
짤리고 짤리다 늘어난 건 술 담배 그리고 변비

 

서울살이 5년 여섯 번째 이사
낡은 책상 삐걱이는 의자
보지 않는 소설책 지나간 잡지
고물라디오 기억이 가물가물한 편지
이런 것들은 버리고 와요
버리고 버려도 늘어간 세간살이 집세
그리고 내 나이

 

얻어갈 것이 많아 찾아왓던 여기
잃어만 간다는 생각에 잠 못드는 우리
당신과 내가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서울살이 늘어갑니다

 

서울살이 5년 여덟 번째 직장 (아니다, 아홉 번짼가?)
연애는 두 번
차인 게 한 번, 심하게 차인 게 한 번
사랑하다 남은 건 쓰다남긴 칫솔


서울 올 땐 꿈도 많았었는데
삼사 년 돈 벌어 대학도 가고
하지만 혼자 사는 엄마한테 편지 한 줄 못쓰는
내 꿈은 내 꿈은

 

나의 꿈 닳아서 지워진지 오래
잃어버린 꿈 어디 어느 방에 두고 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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