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세요. 괜찮습니다’, 연극 ‘연애시대’의 연출가 김태형

연출가 김태형은 연극 무대에서 묵묵히 자신을 길을 찾아온 연출가다. 그는 대한민국 예술가들의 산실이라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다. 김태형은 연출에만 머물지 않고 조명디자인, 무대 감독 등 다양한 포지션으로 무대와 함께해 왔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 거야’, ‘옥탑방 고양이’ 등의 재기 발랄한 작품부터 ‘모범생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작품까지 맡아 넓은 연출 폭을 선보였다. 그는 얼마 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드라마 ‘연애시대’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을 마쳤다. 김태형에게 연극 ‘연애시대’의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연애하세요. 괜찮습니다”고 위로하듯 말했다. 작품이 무대에 올랐건만, 김태형은 아직도 연극 ‘연애시대’를 더 좋은 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모니터와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게 연극 ‘연애시대’에 대해 물었다.

 

 

“드라마 ‘연애시대’에 대한 부담감, 엄청났다”

 

드라마 ‘연애시대’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입니다. 많은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있는 드라마였죠. 그래서 부담이 정말 컸습니다. 아직도 가을이 되면 드라마 ‘연애시대’를 다시 봐야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또한, 드라마 ‘연애시대’의 명대사, 명장면들이 아직도 자주 블로그, SNS등에 올라와요. 그것을 보면서 지금도 ‘연애시대’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드라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을 무대로 끄집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추억이나 소중한 기억을 망쳐서는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서 ‘그 정서를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부담이 컸습니다.

 

“연극 ‘연애시대’, 긴 드라마 추리고 정리하기 어려웠다”

 

‘연애시대’는 원작 소설과 드라마가 워낙 탄탄한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속의 좋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추려내고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두 권의 소설과 16편의 드라마로 풀어냈던 내용을 두 시간으로 압축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요약’을 경계해야 하면서도, 원작의 주요한 정서와 감동을 포기하지 않고 무대 위로 잘 올려야 했으니까요. 게다가 소설이나 드라마의 방식이 아닌 연극적인 방식으로 말이에요. 그러한 지점을 찾고 고민하고 연습하는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작품의 주제, 사랑을 통해 성장하기”

 

소설 ‘연애시대’를 보면 “연애란 이기적이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눈앞의 상대를 위해 행복해지고 싶다는 이기적인 감정이 아니면 결혼은 오래갈 수 없다.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 뒤엔 ‘내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너도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구절이 소설에 나옵니다.

 

제가 소설을 통해 느꼈던 것은 ‘삶이 팍팍하고 주변의 눈치도 많이 보게 되지만 지나가 버리면 후회할 것 같은 사랑에 용기 내기’, 그리고 ‘사랑을 통해 성장하기’가 핵심이었습니다. 또한, 소설과 드라마, 희곡을 읽고 제가 얻을 수 있었던 위로와 위안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공감이 내 삶에 위안과 위로가 되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얻었던 위안을 무대 위에서 더 극적으로 관객이 체험하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체험의 방식을 관객들에게 전해주려고 애썼습니다. 원작에 드러나는 다양한 공간을 효율적이고 연극적인 무대미술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극 중 어린아이 ‘아야’ 역을 관객에게 부여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흥미로운 관극의 리듬을 놓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서로 배려하는 배우들을 만나 즐겁고 신나게 작업했다”

 

배우들은 몇 몇 사람을 제외하고 처음 만나는 배우들이 많았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공연을 하다 보면 으레 한두 명의 배우 때문에 서로 싸우는 경우도 있거든요.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 마련이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성격도 좋고, 서로 배려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들을 만나서 즐겁고 신나게 작업했습니다. 팀의 호흡도 좋고, 친하고, 분위기도 좋아요.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도 뚜렷하지 않고요. 서로의 연기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여 주는 좋은 인성의 배우들입니다. 무대에서도 그런 것들이 빛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 ‘연애하세요, 괜찮습니다’”

 

관객에게 ‘연애하세요. 괜찮습니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런 사랑도 용기를 내면 잘 만들어 갈 수 있더라. 괜찮다. 나도 해보자. 나도 힘내자’라는 위로요. ‘나도 같이 웃고, 울고, 화내고, 잠드는 사람과 함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연애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관객이 자신을 더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이런저런 다음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연극 ‘모범생들’과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다시 공연할 기회가 생길 것 같고요.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새로운 작품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연극 ‘연애시대’를 향한 김태형의 진지하고 깊은 시선을 보면, 그가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커진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 연출가 김태형과 깊이 있는 사랑이야기를 들려줄 연극 ‘연애시대’의 향후를 기대해 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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