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1’, 이자람?김소진?이승희가 말하다-②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1’은 판소리계를 이끌어 갈 소리꾼 세 사람이 참여한다. ‘이자람’은 판소리 장르의 다양한 방향성을 실험과 시도를 통해 선보여 왔다. 뮤지컬 ‘서편제’부터 ‘아마도 이자람밴드’,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등 한국 소리계에 심상치 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승희’는 맑고 고운 목소리와 탁월한 발림, 사람 냄새나는 발군의 연기가 돋보이는 소리꾼이다. ‘김소진’은 어린 나이와는 상반된 깊이 있는 소리와 특유의 당당함이 엿보이는 연희자다. 세 명의 소리꾼은 ‘사천가’ 속 전혀 다른 매력으로 즐거움과 감동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2011’의 이모저모에 대해 세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세분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계시지만 연기하는 사람이 다른 만큼 매력도 다를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연기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앉아계신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해볼까요? 먼저 이승희 씨가 이자람 씨의 ‘사천가’ 매력을 말씀해 주세요.


이승희 : 언니의 매력은 아무래도 ‘오리지널리티’가 아닐까요? ‘사천가’ 자체가 언니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잖아요. 물론 저희도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언니가 더 열렬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떻게 보면 한발 짝 뒤에서 전수를 받은 거고요. ‘사천가’에 담긴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도 있지만, 언니가 더 깊게 전달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자람 언니는 정말 노련해요. 무대 위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 저도 저 공연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려요. 자람 언니의 공연을 보면 정말 즐거워요.


- 이번에는 이자람 씨가 김소진 씨의 ‘사천가’ 매력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자람 : 소진이는 지금 고민이 너무 많아요. 이 아이가 스물넷이에요. 제가 ‘사천가’를 처음 만들었던 게 스물여덟이었어요. 그리고 ‘사천가’를 통해 무대 위에서 말을 한다는 것을 배운 것도 스물여덟이었고요. 이 친구는 저보다 4년이나 앞섰고 ‘사천가’를 만난 시점으로 치면 6년을 앞섰어요. 저는 소진이의 앞날이 기대돼요. 정말 굉장한 소리꾼이 될 거에요. 그런데 지금 다른 동료가 자신만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너무 조급해 해요. 저는 소진이를 인정하는 이유가 그 조급한 가운데서도 ‘사천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다 익히고 있어서예요. ‘이승희’에게서 배울 것, ‘이자람’에게서 배울 것 그리고 이 전체에게서 배울 것 하나하나를 자기 알 속에 품고 있어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알’이 있잖아요. 그 알을 깨느냐 마느냐가 사람이 한 꺼풀 벗느냐 마느냐인데 소진이는 잘 해 나가고 있어요. 잘 싸우고 있고요. 승희는 지금 ‘사천가’ 초기와 지금이 달라요. 알 하나가 깨졌고 멋진 도약을 했어요. 소진이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번 주둥이로 툭툭 쳐 알에 금을 그었거든요. 이 시간이 1, 2년 정도 더 있을 거예요. 어제 연습만 해도 이 친구가 얼마나 성장했고 자기화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저는 언니로서 이 조급함을 제어해주고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해줘야죠. 계속 바라보고 싶은 친구예요. 소진의 ‘사천가’의 매력은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의 깊이감이 있는 소리와 함께 이 친구 나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싱그러움이 무대에서 빵빵 터져요. 관객이 ‘우쭈쭈’ 하면서 보게 되는 거죠. 어린 나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소리를 잘할까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또한, 소진이가 뿜어내는 무대 위의 그 재주가 그 몇십 년이라는 소리 연습을 통해 생긴 공력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 이자람 씨의 말만 들어도 두 분의 ‘사천가’가 정말 기대가 돼요. 김소진 씨는 이승희 씨의 ‘사천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소진 : 승희언니의 ‘사천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소리가 굉장히 맑다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국악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승희언니는 그것을 깨고 등장인물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살짝 자기화 시켜서 연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모두가 생각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톡톡 튀어나올 때의 재미가 있어요.


이자람 : 이승희지, 이승희.


김소진 : 맞아요.(웃음) 승희언니 공연을 보면 ‘이승희’의 공연이라는 것이 딱 보여요. 그리고 언니가 말을 못한다고 하지만 정말 잘해요. 맑은 음성으로 본인만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자람 : 승희는 반전의 매력이 있어요. 처음에 나와서 ‘이산 저산~’하고는 대목이 끝나면 ‘안녕하세요, 이승희입니다’하고 툭 던져요. ‘순덕’의 이미지나 비주얼 그리고 ‘이승희’만의 느낌을 무대 안에서 충분히 살리면서 ‘저 친구가 저런 면도 있네?’라고 관객에게 계속 발견하는 재미를 줘요. 판소리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 외의 것들을 얹어주는 것 같아요. 승희 ‘사천가’는 그래서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인간이 가진 매력에 더해 그 매력을 가진 ‘이승희’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하는 반전의 매력까지요.


- 출연하는 소리꾼에 따라 작품의 매력도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작품 자체의 매력도 있잖아요. 이러한 점을 유심히 본다면 관객이 ‘사천가’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점에 대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승희 : 지금은 판소리가 옛날 음악이지만 그 당시에는 유행가처럼 불렸던 소리잖아요. 현재를 담고 있는 거죠. ‘사천가’도 소리꾼의 재간이 볼만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거든요. 이야기에 더 집중해서 이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자람 : 저는 이번 2011년 사천가에 한해서는 김소진과 이승희의 ‘사천가’를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사천가’가 큰 호응을 얻었던 이유는 ‘대한민국에 이런 소리꾼이 있어서 놀라워’가 아니라 ‘한국에는 이런 소리꾼이 이렇게 많아?’였어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민족주의는 아니지만 판소리라는 장르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해요. 이번 공연에서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훌륭한 연희자들이 있다는 것을 관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친구는 어떤 순덕이고, 세상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들의 놀라운 테크닉과 매력,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낸 시간을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김소진 : 전통 판소리는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사천가’는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사천가’에서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순덕의 감정변화예요. 작품의 핵심이자 굉장히 명확하게 나타나는 부분이에요. 순덕의 변화나 감정만 관객분들이 잘 보셔도 본인의 이야기, 나도 느껴봤던 것들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사천가’가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얻고 왔잖아요. 해외 관객이 얼마나 이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어요. 직접 겪어보신 해외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소진 :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자막처리를 한다 해도 얼마나 잘 이해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외국 관객들이 정말 잘 이해하세요. 오히려 더 솔직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와요. 우리 판소리의 발성법에 대해서도 놀라워하고 좋아해요. 이런 연기를 혼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고요.


이자람 : 제가 외국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들이 판소리라는 장르의 테크닉을 아프리카의 원주민 춤을 보듯이 신기해하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한 테크닉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정말 많이 받아요. 어떤 프랑스 여자 관객은 “작품 속의 문제는 지구 끝 마그마서부터 오는 문제다. 이것을 당신이 표면에 올려 이야기해줘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 자존심 높다는 프랑스 여자들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사천가’를 해외에서 반기는 이유는 그게 해외든, 서울이든, 부산이든 우리가 살고 있는 이야기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 저도 ‘사천가’가 담고 있는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참 깊이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이승희 씨는 ‘사천가’의 어떤 대목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승희 : 좋은 장면이 정말 많아요. 제가 관객으로서 두 분의 공연을 볼 때 감동을 느끼는 대목은 순덕이가 아기를 지키려는 마음이 가득 담긴 장면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아요.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것이 기뻐서 자장가를 불러주는 대목인데 주변 상황을 생각하니 암담한 거죠. 하지만 ‘나는 널 지켜주겠어’라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이 보는 관객에게 가장 하이라이트고 명장면이에요.


- 마지막으로 ‘사천가’가 이루어낸 성과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세분이 판소리 ‘사천가’가 국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승희 : ‘사천가’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창작판소리는 계속하고 있었어요. 여러 사람이 한 작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사천가’는 혼자 하잖아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등장인물로 왔다갔다하면서요. ‘사천가’는 혼자서 서서 소리하는 판소리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모습을 보고 소리하는 사람들이 ‘혼자서 왜 못해, 나도 창작판소리를 할 수 있어’라는 생각과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우리 현재의 이야기를 가지고요. ‘사천가’가 판소리의 새로운 롤모델이 된 것 같아요.


김소진 : ‘사천가’는 현대의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저는 이게 가장 큰 성과 같아요. 지금 이 시대 이야기를 담아서 잘 만들었고 그래서 인정을 받은 것이요. 저는 ‘사천가’가 전통 판소리 오대가처럼 현대판 오대가가 되지 않을까 해요. 작품의 내용이 요즘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공감하는 이야기거든요. 이렇게까지 공감이 잘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 있을까 해요. ‘사천가’를 통해 판소리계도 큰 파장이 왔대요. 현대 판소리가 전수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저희가 자람언니에게 배워서 전수받고 있잖아요. 판소리계도 그런 부분을 크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의 ‘사천가’는 현대 판소리의 시발점이 되는 것 같아요.


이자람 : ‘사천가’의 가장 큰 성과는 ‘관객’이에요. 국악계에도 물론 영향을 미칠 거예요. 좋은 모델을 제시해 주는 거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관객이 사라진다면 그 장르는 죽어버려요. 판소리는 관객을 잃어가고 있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사천가’는 판소리라는 장르로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어요. ‘사천가’를 만났던 사람들이 ‘억척가’를 보러 오고, ‘허세가’를 보러오기도 하거든요. 내적 성과를 말하기 전에 관객이 성장하고 있고, 생겨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완창 공연까지 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 시대에 판소리 관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사천가’가 가장 잘하고 있는 일이고 앞으로도 다른 소리꾼들에게 힘이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글,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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