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23] 연극 ‘레드’
연극 ‘레드’는 미국 작가 존 로건이 러시아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009년 영국의 ‘돈마 웨어하우스’에서 제작 및 초연을 했다. 이후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2010년 ‘토니 어워즈’에서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신시컴퍼니’의 ‘해외 명품 연극 시리즈’ 공연의 일환으로 소개됐다. ‘신시컴퍼니’는 ‘토니어워즈’에서 수상했던 작품들을 국내 공연계에 연이어 소개했다. 해외 명품 연극을 시차 없이 국내에 소개하며 공연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연극 예술의 새로운 부활에 일조했다. 즉, 2009년 작품상을 받았던 ‘대학살의 신’과 2010년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했던 ‘33개의 변주곡’, 그리고 2011년 작품상 수상작인 ‘레드’를 순차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연극 ‘레드’는 ‘마크 로스코’라는 미술가의 이야기이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인물이지만 1950년대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작품은 ‘마크 로스코’의 예술에 대한 치열한 삶과 고통, 그리고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와 열정의 연속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조수이자 가상인물인 ‘캔’과의 대립과 반목, 견제와 회유, 그리고 포용하고 침잠하는 한 예술가의 초상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아 있었다.
연극 ‘레드’ 속 인물은 유화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것 같은 캔버스에 직접 색을 칠했다. 그들의 모습은 환희에 차있는 열정과 함께 광기에 사로잡혀 앞만 보고 달리는 안타까운 방랑자 같은 서글픔이 묻어 있어 가슴 한구석이 짠해졌다. 불멸 속에서 진실을 꿈꾸는 그의 뒷모습에 한없는 연민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맛보는 연극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진하게 온몸에 전해온 연극 ‘레드’는 이 가을 대한민국 문화계와 관객들, 모든 이에게 기분 좋은 흐뭇함이 번지게 하는 축복 같은 작품이었다. 이번 공연은 ‘마크 로스코’ 역의 ‘강신일’과 ‘켄’ 역의 ‘강필석’의 존재감과 열연이 단연 돋보이는, 올해 한국 공연계의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글_유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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