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비극 속 춤추는 경쾌한 슬픔, 뮤지컬 ‘햄릿’

지난 11월 20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뮤지컬 ‘햄릿’이 막을 올렸다. 뮤지컬 ‘햄릿’의 한국 공연은 지난 2007년 초연 이후 4번째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 체코의 국민가수 야넥 레덱츠키의 음악이 입혀져 색다른 드라마를 선사한다.

 

주인공 햄릿은 무대에서 표면의 남자다움 이면에 감춰진 불안과 격정적인 남성성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를 메우는 감정은 슬픔보다는 분노와 배신감이다. 아버지를 죽게 한 삼촌에 대한 분노와 남편을 잃자마자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이 햄릿이 가야 할 운명의 행로를 비틀기 시작한다.

 

비극의 감정, 변덕스럽고 날카로운 광기로 표현해

 

무대에서 햄릿은 변덕스럽고 날카롭다.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인다. 오필리어에 대해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다가도 수녀원에나 가버리라는 모진 말을 서슴지 않는 그에게 사는 것과 죽는 것은 매한가지다. 살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깊은 절망 속에서 햄릿은 오필리어의 사랑에도 구원되지 못하고 끝없이 추락한다. 그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아버지의 망령은 더욱더 그를 복수에 집착하게 한다.

 

무대 위의 햄릿은 비극의 감정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는다. 비극의 감정은 마치 집요하게 나타나는 선왕의 망령과도 같이 그를 따라다닌다. 오필리어와 사랑을 나누던 그날 밤, 아버지의 망령이 나타나 괴로운 몸짓으로 성의 계단을 한발 한발 내디뎌 오르는 햄릿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왕위에 오른 삼촌과 새로운 결혼생활을 시작한 어머니 앞에서 직접 삼촌의 독살 사건을 재연해내는 햄릿의 광기 어린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사랑도 잃고, 어머니도 잃고, 자신의 목숨까지 내버리고 나서야 삼촌의 몸에 칼을 꽂을 수 있었던 그의 복수는 정통 비극의 결말을 잘 보여준다.

 

햄릿, 웃고 춤추며 슬픔을 노래하다

 

뮤지컬 ‘햄릿’이 비극적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희극적인 경쾌한 느낌이 드는 데는 주인공 햄릿의 독특한 표현이 한몫한다. 뮤지컬 ‘햄릿’은 원작 ‘햄릿’의 어둠을 주인공의 절규나 독백으로 표현하기보다 유희적 요소로 표현했다. 이번 공연에서 햄릿은 경쾌하게 춤추고, 명랑하게 비꼬거나 큰 소리로 웃는 등 절망과 분노를 다채롭게 표출한다. 이러한 그의 표현 방식은 재즈, 스윙, 랩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넘버들과 더불어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햄릿’의 인기는 주인공 햄릿의 감정과 행동에 공감하는 대중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와 함께 고독한 남성성을 대표하게 된 것은 멋있게 복수에 성공해서도, 불굴의 의지로 사랑을 이뤄내서도 아니다. 오히려 상실과 절망, 실패의 번복으로 이어지는 ‘번뇌하는 햄릿’의 모습이 멋지게 복수하고 사랑도 쟁취하는 그 어느 영웅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관객의 가슴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더욱 화려하고 세련돼진 의상과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무대,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조명 등으로 한층 발전된 무대를 보여준다. 또한, 2007년과 2008년에 주인공 ‘햄릿’역을 맡았던 김수용과 제17회 한국뮤지컬 대상 신인상을 받은 박은태가 주연 ‘햄릿’을 맡아 열연한다. 여기에 서범석, 윤영석, 신영숙, 김성기, 김장섭, 강태을, 전동석, 이경수, 이미경 등 정통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해 무대의 깊이를 더한다.

 

비극을 유희적으로 표현해낸 록비트 뮤지컬 ‘햄릿’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12월 17일까지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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