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27] 연극 ‘30분의 7’
이번에 선보인 연극 ‘30분의 7’이라는 작품은 지적 장애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지만 조금은 특별하게 구별되는 그들의 이야기다. 즉, 우리 모두 그들과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의 일원들이지만 소외되고 구석진 곳에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조금 더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단지 부분적으로 들쳐 내진 모습이나 현상으로만 평가하거나 구별됐던 그들의 삶과 정서들을 이 연극에서는 그들의 진솔하고 가슴 벅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무대를 보는 누구라도 가슴 싸한 먹먹한 호흡과 함께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무대에서는 일반인들이 봤을 때 조금 부족하고 덜떨어진 행동과 어눌한 표현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세상 어떤 부류의 사람들보다도 참으로 순수하고 소박하고 훈훈한 정으로 감싸는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가식이나 꾸밈없이 진솔하게 그대로 무대에서 펼친다.
육체적인 나이는 30살이지만 정신적인 나이는 7살인 지적 장애인을 둔 아버지와 딸의 눈물겹고 애틋한 가족 이야기는 혼탁하고 삭막한 세상에 훈훈하고 뜨거운 감동으로 가슴을 적신다. 우리 주변에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과 심지어 ‘가족의 파탄’, 아주 소박한 ‘대화마저 단절돼 화목하지 못한 가족’, ‘자식은 부모를 인정하지 않고’ ‘부모는 기대에 벗어난 자식을 자식 취급하지 않는’ 참으로 불행한 가족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연극을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이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엇보다 원작이 갖는 보편적이지만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들에 있다. 일상 언어를 예술적인 어휘로 다듬었고,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의 감정적 편린들을 놓치지 않았다. 특별한 관심으로 보듬고 느낄 수 있게 해 준 작가적인 지적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구조와 일상 언어를 무대 언어로 승화시킨 감각적이고 세련된 원작의 힘, 마치 실제 그들의 삶인 것처럼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빙의된 듯이 연기한 배우들의 혼연일체 된 호흡과 앙상블의 힘이다.
딸을 돌보려는 자상한 아버지상의 ‘김명국’을 비롯해 ‘이신성’, ‘이영진’, ‘전정로’ 등 자기 색깔이 확실한 캐릭터를 창조한 3인방까지 모든 캐스팅이 고르게 진정성을 연기적 표현으로 담아내 감동을 배가시켰다.
공연을 보는 동안 세파에 닫힌 가슴의 문을 비집고 저절로 솟아오르는 뜨거운 정서의 숨을 쉬며 감동에 젖어 있는 자신을 확인받을 수 있는 연극이 탄생한 것이다. 2011년이 가기 전에 자신이나,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에 위안을 얻고자 하는 그 누구라도 또는, 지금 하는 일에 안주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작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만 토로하거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불안정으로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자신이거나 이웃이 있다면 즉각적인 해답은 아니라도 연극 ‘30분의 7’을 꼭 추천하고 싶다. 그들로 인해 분명히 정화되고 잃어버린, 소박하지만 소중하고 위대한 그런 희망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은 11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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