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캐릭터의 힘을 보여주다, 뮤지컬 ‘삼총사’ 서지영, 김아선-②

서지영과 김아선은 뮤지컬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시킨 배우들이다.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거침없이 ‘뮤지컬배우’라고 말하는 두 사람에게는 배우로서의 자긍심과 당당함이 엿보인다. 서지영은 2002년 한국뮤지컬대상 ‘더 플레이’로 여우조연상을 2003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뮤지컬 ‘풋루스’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김아선은 뮤지컬 ‘미스사이공’,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킬앤하이드’ 등에 출연하며 많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삼총사’를 통해 함께하는 두 사람은 남자들이 넘치는 무대 위에서 여성캐릭터로서의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서지영과 김아선은 ‘밀라디’와 ‘콘스탄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두 배우와 함께 두 인물에 대해 즐거운 수다를 나눴다.


-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표현할 때 어려운 점은 없나요?


서지영 : 저는 캐릭터를 볼 때 가장 먼저 나로부터 접근해요. 내 안에 분명히 ‘밀라디’가 있을 것이고, ‘콘스탄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밀라디’ 역을 하면서는 간접적, 직접적 경험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아토스’가 주는 감정을 받으려고 노력하니까 어렵지는 않아요. 물론 작품의 배경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아니고, 외국이라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인간은 모두가 똑같다고 생각해요. 후광이 비치는 연예인을 만나도 사람이더라고요.(웃음) 공연을 보러 오신 관객에게 화려한 배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해 드리고 싶어요.


김아선 : 이 역을 하면서 크게 어렵다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콘스탄스’는 십대 후반의 예쁜 역이에요. 제가 지내왔던 시간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달타냥’들과 키스신이 있거나 사랑의 듀엣을 할 때 많은 감정을 주게 되면 제가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어려 보여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어요.(웃음) 사실 행복한 고민이죠. 다양한 캐릭터의 ‘달타냥’과 함께해서 재미있고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아요. 긴장하기도 하고요.


- 두 분은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세요?


김아선 : 저는 1막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큰 공간에 세트도 없이 남자 네 사람이 서 있어요. 주위에는 별만 있고요. 그 별 벽 앞에 ‘달타냥’,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칼을 치켜들고 있는 장면이 정말 멋있어요. 무대 위에 아무런 장치 없이 배우만 있을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거든요. 또, ‘밀라디’와 ‘아토스’가 2막에서 요정들과 함께 춤추는 장면도 좋아해요. 그 장면이 참 예뻐요. 항상 언니, 오빠들 하시는 거 보면서 ‘정말 예쁘다, 저 장면에 있고 싶다, 부럽다’고 말하곤 해요.


서지영 : 저는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유준상 아토스’와 ‘신성우 아토스’는 총사들을 떠나는 장면에서 꼭 울어요. 낮 공연 끝나고 밤 공연에서 또 만날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도 울어요. 그렇게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진한 우정이 있는 거죠. 그 장면에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여자인 저에게도 느껴져요. 저도 그 장면을 보면 늘 울컥울컥 해요.


- 초연부터 뮤지컬 ‘삼총사’에 참여해오셨잖아요. 계속 이 작품에 참여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아선 : 저도 앞으로는 연령층이 높아지는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제가 언제까지 이런 십대 후반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스탄스’는 어떤 여배우나 하고 싶어 할 거예요. 작품적으로는 ‘정의는 살아 있다’는 메시지가 살아가는 가치관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돼요. 실제 제 가치관과도 비슷하고요. ‘정의는 살아 있다’와 같은 말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살고 싶고요. 이 작품은 늘 해도 또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끌림의 매력’이 있어요.


서지영 : 뮤지컬 ‘삼총사’를 하면 행복해요. 커튼콜을 할 때 관객이 주시는 박수와 환호도 감사하지만 뮤지컬 ‘삼총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아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불의를 보면 못 참아요. 그래서 ‘달타냥’이 ‘정의는 살아 있다’고 말할 때 정말 시원해요. 옆에서 ‘정말!’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관객이 이 작품을 통해서 ‘정의’에 대한 믿음을 갖고, 힘을 낼 수 있는 조그만 희망을 품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 뮤지컬 ‘삼총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어울릴까요?


서지영 : 오해의 소지도 있겠지만 뮤지컬 ‘삼총사’는 ‘왕용범’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배우 서지영은 뮤지컬 ‘삼총사’의 연출가 왕용범과 부부 사이다.) 저는 옆에서 왕용범이라는 사람을 지켜봐 왔잖아요. 뮤지컬 ‘삼총사’ 안에는 정말 ‘왕용범’이 다 들어가 있어요. 생각, 가치관, 인생사들이 있어요. 그래서 ‘왕용범’이기 때문에 ‘삼총사’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김아선 : 많은 분들이 뮤지컬 ‘삼총사’를 남성적인 작품이라고 하세요. 저는 오히려 뮤지컬 ‘삼총사’는 ‘여자들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많은 여자 관객이 좋아해요. 저는 그렇게 넓은 공연장에 많은 여자 관객이 매일 꽉 차서 공연을 보러 오는 작품 처음 봤어요. (웃음)

  

정지혜 기자 사진_김나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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