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극과 극! 연극 ‘뉴보잉보잉’의 순진남 vs 바람남
사랑과 여자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필살 vs 자신만만
순진남 ‘순성’은 이 시대에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랑과 여자에 대해 순진하고 소극적이다. 사랑이 가벼울 수도 있다는 것에 믿을 수 없어 한다. 이에 비해 바람남 ‘성기’의 사랑은 애초에 가벼운 것이다. 평생의 언약인 약혼마저 여자들과의 만남을 늘려가며 쿠폰에 도장 찍듯 가볍게 늘려간다. ‘성기’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세 명이다.
이를 바라보는 ‘순성’의 마음은 불편하다. ‘이것이 진정한 연애’라고 자신만만해하는 친구 ‘성기’를 바라보며 부럽다고 말하지만 그의 눈에 그것이 진정한 사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성기’의 철저한 스케줄 표, 술술 나오는 거짓말, 말은 가볍고 거짓말 속에 섞인 사랑의 고백들도 ‘순성’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랑이라도 세 여자를 위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성’은 바람남 ‘성기’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한다. 이는 달콤한 거짓말을 흘리는 바람남을 믿고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들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순성’이 가진 사랑에 대한 필살의 자세다.
관객들, “나도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순진남 ‘순성’과 바람남 ‘성기’가 관객에게 주는 매력 중에 공통적인 것도 있다. 바로 저런 친구가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매력이다. 바람남 ‘성기’는 극의 초반에서 관객을 사로잡는다. 세 명의 약혼녀를 여유롭고 노련한 미소와 화술로 유혹하는 그의 모습은 나쁜남자의 매력적인 표본이다. 욕을 하면서도 저 정도 능력이 있다면 그럴만하다고 어딘가 수긍하게 하는 매력이 ‘성기’에게 있다. 바람남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여성관객만은 아니다. 부럽다며 감탄을 내뱉는 ‘순성’처럼 남성관객들도 자신이 하지 못한 나쁜남자의 행각을 당당하게 펼치는 ‘성기’를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편, 극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바람남 ‘성기’는 위기를 맞고, 순진남 ‘순성’은 매력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한다. 친구의 바람 행각을 세 여자에게 들키지 않게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남성관객은 자신을 위해 저렇게 애쓰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고, 여성관객은 여자의 사랑을 지켜주려는 그의 땀방울이 용사의 그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성격은 너무나 다르지만 끈끈한 유대관계로 뭉친 소꿉친구 두 남자의 우정이 교묘하게 위기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관극의 묘미다.
소꿉친구는 어딘가 닮았다고 했던가. 둘은 하나같이 허술해서 오히려 밉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본인은 완벽한 바람남이라고 생각했지만 어긋난 스케줄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마는 ‘성기’의 계산도, 친구와 여자들을 위해 사랑을 지켜주려 하지만 매번 의심을 사게 하는 ‘순성’의 어설픈 변명도 미워할 수 없는 ‘허술함’이다.
백만 관객을 맞이하며 롱런해 온 이 작품의 매력은 가볍지 않다. 특히 어딘가 있을 법한 캐릭터 속에 숨어 있는 톡톡한 매력들이야말로 연극 ‘뉴보잉보잉’을 지금까지도 여전히 예매율 상위에 올려놓는 무시 못 할 저력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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