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그 후…김운기 연출가를 만나다①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이 지난 1월 29일 막을 내렸다. 뮤지컬 ‘사춘기’, ‘마마 돈 크라이’의 이희준 작가와 김운기 연출가가 다시 한 번 뭉쳐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라 레볼뤼시옹’이라는 조금은 낯선 프랑스어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초연부터 탄탄한 대본과 연출로 무섭게 입소문을 탔다. 작품의 후반부 공연에는 자리가 없어 관객이 무대 바닥에 앉을 정도였다.


김운기 연출은 이번 공연에 대해 “일종의 인큐베이팅 공연”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능성 있는 작품을 확인해 보자 하는 생각에서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단 세 명의 배우, 여섯 개의 배역, 양쪽으로 나눠진 객석, 좁은 무대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발군의 배우와 연기, 연출, 이야기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마지막 공연 후 여러 곳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고 있다는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의 끝나지 않은 행보에 대해 김운기 연출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이 1월 29일 막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우리가 제작한 작품이니 결산을 해야죠(웃음). 작품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 시킬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다음 작품에 대한 스케줄 조정, 자료 수집 등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어떻게 제작하게 되신 건가요?
이 작품을 쓴 게 10년 전이예요. 미국에 있을 때 썼는데, 4~5년 전쯤에는 어떤 대학의 연극영화과에서 워크숍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원래 콘셉트는 세 명의 배우가 나오는 것이었지만 학생들이 하기에는 벅차서 여섯 명의 배우가 했죠. 워크숍 공연을 하면서 작품의 가능성, 치밀한 구조법을 체크하게 됐어요.


- 애초에 소극장 공연으로 계획하셨나 봐요.
그렇지는 않아요. 중극장이나 소극장, 대극장도 가능한데,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체크하기 위한 소규모 공연으로 진행한 거죠. 가능성이 있으면 중극장 이상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후기를 살펴보면 중극장 정도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더라고요. 혹시, 재공연할 생각은 없으세요?
최근 몇 군데서 프러포즈를 받았어요. 아직 정확한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고요. 아직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단계입니다.


-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높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 지금은 굉장히 미니멀한 무대지만, 다른 극장에서 재공연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한 작품이에요.
재공연을 한다면 흥행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해요. 필요하다면 앙상블이 들어올 수도 있고요. 연우소극장에서 할 때는 1시간 20분에 맞춰 하다 보니 인물의 인간적인 측면을 표현하는 데 아쉬움이 있었어요. 극장 자체가 두 시간을 넘기기에는 부담스러운 공간이기도 했고요. 중극장 이상 공연이 된다면 작품의 스케일도 커져야겠죠. 지금처럼 세 명의 배우 그대로 갈 수도 있지만요. 그러한 것도 조정하는 과정에 있어요.


- 창작 초연인데 관객의 입소문을 탔어요. 공연 막바지에는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초반에 연우소극장은 다 채우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관객이 늦게 들기는 했지만 이런 작품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이 우리나라에도 있구나 했죠. 지금 공연들은 가벼운 작품이 많잖아요. 그런 작품들이 좋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일상을 다룬 작품들 속에서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차별화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 작품 자체의 소재가 ‘혁명’입니다. 혁명이라는 소재는 많이 다뤄졌지만 프랑스혁명과 갑신정변을 잇는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어떻게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셨는지?
프랑스혁명은 프랑스만의 혁명이 아니라 서구가 현대화되는 하나의 터닝포인트예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그런 혁명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 갑신정변을 떠올리게 됐죠. ‘갑신정변이 현대화를 이끌었던 정도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 점은 사적 판단의 기준하에 의한 것인데, 프랑스혁명도 처음부터 현대화의 터닝포인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뤄진 혁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소위 시민사회 발전 단계로 동기 부여를 하면서 그러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우리도 그런 면에서 역사를 바라보면 프랑스혁명과 같은 동일한 맥락의 혁명이 없을까 하고 매치해 보다 갑신정변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갑신정변 속 우리가 모르는 면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지식인들의 입장을 조금 더 발취해보기로 했죠.


- 작품에서 프랑스혁명과 갑신정변을 이어주는 끈이 ‘레옹의 죽음’이라는 책입니다. 실제하는 책인 줄 알고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이것도 픽션인가요?
픽션이에요. 완전히 거짓은 아니고요. 갑신정변 속 홍규, 원표, 서도가 그 시대에 생존할 법한 젊은 청년이듯, ‘레옹의 죽음’ 책도 현존할 확률이 아주 높은 가정인 거죠.


- 작품의 이야기가 가정이긴 하지만 현실감 있게 표현해 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요. 연출적으로 이야기를 무대에 구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셨던 점은 무엇인가요?
두 사건이 공통된 아픔과 현실을 가지고 나아가기 때문에 두 이야기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되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핵심이었어요. 이 작품이 이런 부분의 핵심만 잘 찾아 나간다면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극장에서 하기 때문에 비주얼은 만들기 어려웠지만 드라마의 구조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었어요.

 

 

(②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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