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it] 음악극 ‘백야’, 이들의 얼굴을 보라

두 남자의 얼굴이 있다. 오른쪽 남자의 얼굴은 굳건하다. 눈을 매섭게 뜨지도 않았건만 강렬함이 느껴지는 눈빛에는 흔들리지 않은 단단함이 엿보인다. 왼쪽 남자의 얼굴은 분노가 타오른다. 그늘로 가리워진 한쪽 눈에서는 이글대는 열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포스터의 한 가운데, 정면을 보고 선 두 남자에게는 무슨 사연이 얽혀 있을까.


포스터를 가로지는 하얀 두 글자 ‘백야’는 김좌진 장군의 호(號)다. 또한, 동시에 김좌진 장군이 2천의 군사로 5만의 일본군을 대파한 청산리 전투의 하얀 밤(백야)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포스터 속의 두 남자는 음악극 ‘백야’에 등장하는 하세가와 대좌(왼쪽)와 김좌진 장군(오른쪽)이다. 독립군 부대의 김좌진 장군은 일본과 독립 전쟁을 벌이기 위한 무기를 공수하기 위해 흑두건 사건을 일으킨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에서는 하세가와 대좌를 파견한다. 하세가와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강한 자가 약한 것의 목숨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일본우월주의에 빠져있다.


음악극 ‘백야’의 포스터는 흑백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생기를 잃은 듯 빛바랜 하늘과 구름, 들과 산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환영처럼 불러들인다. 흑백의 배경 위로 비장하게 들어선 두 남자의 얼굴은 작품에서 펼쳐질 두 남자의 긴박한 이야기 전개를 예상케 한다. 하지만 전면에 김좌진 장군의 호인 ‘백야’를 내세워 놓고 하세가와의 얼굴을 동등하게 다룬 것은 왜일까.

 


작품은 군자금 모금, 독립군 훈련 등 청산리 전투가 있기까지의 실제 역사적 사건을 음악극으로 재구성한다. 사건들을 따라가며 김좌진 장군의 업적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하세가와 대좌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민욱 등 김좌진 장군과 다른 삶을 선택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음악극 ‘백야’의 연출을 맡은 최용훈은 “역사적 인물을 다룬다는 건 그 인물을 통해서 그 당시를 생각하고 지금 이 시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대의를 꿈꾸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두 인물을 충돌시키며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음악극 ‘백야’의 포스터는 김좌진 장군을 표현하는 인상적인 문구들이 있다. ‘희망을 얻지 못하는 싸움이라면 나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는 조선 독립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김좌진 장군의 굳센 의지를 엿보게 한다. 제목 아래 ‘불의한 시대에 맞서 불꽃같은 삶을 선택한 백야 김좌진 장군’이라는 문구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독립의 위해 자신의 권리를 버린 김좌진 장군의 삶을 한 줄로 담아냈다.


음악극 ‘백야’는 2월 18일부터 3월 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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