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그 후…김운기 연출가를 만나다②
- 이번 공연을 통해 윤석원, 문진아, 박성환 배우들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습니다.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배우의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하셨는지?
문진아라는 배우는 오디션이 아니라 저희 측에서 픽업했어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내 마음의 풍금’을 보고요. 오디션은 남자 배우만 진행했어요. 윤석원, 박성환 두 친구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노래, 비주얼, 연기력까지 두 배우가 오디션 본 사람들 중 역할로서 가장 출중했어요.
- 창작 작품이고 초연이다 보니 작업에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번역극을 하거나 재공연을 하면 공연의 결과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데 초연은 결과를 몰라요. 그런 것에 대해 서로 간의 이견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리고 어떤 장면을 표현할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도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원표를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냐의 문제에서 저는 상징적으로는 원표를 죽일 수 있다고 믿어요. 원표 때문에 홍규는 자신의 삶을 망친 거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어떤 조건이 있더라도 원표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거거든요. 어떻게든 원표의 행위는 처단돼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견이 있었어요.
그런 표현들이 이 작품에서는 조심스러웠어요. 원래 응징을 하려고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현실적 응징이 아니라 역사적 응징에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두 가지를 놓고 많이 고민했죠. 연기하는 배우가 원표를 죽이는 것은 너무 충격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원표를 죽이려면 그에게 0.1g이라도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원표는 서도와 홍규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에너지가 전혀 없다는 거죠.(원표는 사랑하던 여인 서도와 친구 홍규가 사랑에 빠지자 질투에 사로잡혀 배신하고 만다. 두 사람은 원표의 배신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면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다음에는 현실적으로 응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연우소극장이 ㄱ자 형태의 독특한 공간입니다. 동선이 엉키면 작품을 보는 관객이 불편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라 레볼뤼시옹’은 굉장히 관객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어요.
연우소극장은 프로시니엄 무대가 아니라 일종의 반원형 무대 구조예요. 배우들을 등지게 하면 얼굴이 안 보여 관객이 답답해할 수 있으니 최대한 장점을 살려보자고 생각했어요. 연우소극장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두 개잖아요. 각 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면 반대편에서도 또 작품을 보고 싶지 않을까 한 거죠. 예를 들어, A면에서 작품을 보고, B면에서 보면 작품이 다른 것처럼요. 그것이 관건이었어요.
연기도 가급적이면 관객이 두 곳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풀어가자고 했어요. 분명한 건 이쪽과 저쪽에서 보는 것들이 다르게 했던 거예요. 두 개의 객석에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면 프로시니엄 무대보다 놓치는 것이 많을 것 같았어요. 오히려 다르게 하면 프로시니엄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하고 의도한 거죠.
- 작품이 내용 구성에서도 조금 특이해요. 갑신정변을 연극으로 프랑스혁명을 뮤지컬로 분리하셨는데, 의미가 있으신지?
그 부분은 공연을 올리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됐어요. 프랑스혁명은 오페레타로 갑신정변은 연극적 분위기로 하는 것이 최초의 선택이었어요. 모든 스태프에게도 그렇게 요구했고요. 지나고 보니, 이러한 원칙이라는 것이 오히려 안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신정변 부분에서 서도를 보고 한순간에 마음을 뺏겨버린 홍규의 그 마음을 보충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원칙보다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진실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다음에 공연된다면 이 구조를 100%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두 사건을 연극과 오페레타로 나눴던 이유는 동일 인물이 그대로 나오다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한쪽은 소설 같은, 한쪽은 상대적으로 현실처럼 대조시키려고 했는데, 끝나고 나니 숙제 같은 면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 혁명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제목이 프랑스어라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어요. 굳이 ‘라 레볼뤼시옹’이라고 정한 이유가 있으신지?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을 프랑스에서 공연해보고 싶다는 것이 작품의 출발이었어요. 그들의 사건을 우리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우리나라 사건과 연결해서 표현한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 면에서 제목에는 우리가 이 작품을 프랑스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가 있는 셈이에요.
-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소극장 뮤지컬 초연임에도 보기 드물게 잘 다듬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운기 연출가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인간의 해학적 세계도 중요하지만 사회 카테고리 안에서 숙명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해 보고 싶다는 것이 저희의 기조예요. 뮤지컬은 어차피 대중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장르지만 지금까지 너무 한쪽 대중만을 향해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벼운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 많잖아요. 가급적이면 우리는 그것과 상반된 쪽으로 가보자 하는 것에 제작 의미가 있어요. 그렇다고 라이트한 작품들보다 저희가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고요.
- 초연이 막을 내린 지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이 작품이 실제 존재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에 서사성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극장 공간이 협소해서 리얼리티를 구현하는데 어려웠죠.
- 서사성이라면?
단순히 소설적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사건을 입증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당시 실제 상황이나 상징적으로 대표되는 사건의 이미지들, 혁명에 대한 생생한 자료를 무대에 객관적으로 투영하면서 구현하려고 했죠. 객관적 사건 속에서 인물들이 얼마나 아프고, 그 아픔을 위로하며 사랑하게 됐는지를 조명해 보고 싶었어요.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지난 1월 29일 막을 내렸지만 완전히 끝을 맺은 것은 아니다. 초연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호평으로 다양한 곳에서 재공연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관객도 작품의 재공연에 대해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작품을 어떻게 발전시킬 지 고민하고 있다”는 김운기 연출가가 이끄는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해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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