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가장 자연스럽고 자유로우며 가장 자기다운 음악”,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웅산은 말로, 나윤선과 함께 한국 재즈를 이끌어가는 3대 디바다. 그녀는 ‘웅산’만이 표현할 수 있는 뛰어난 곡 해석력으로 재즈 팬들은 물론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재즈 음악가로 자리 잡았다. 저음의 목소리와 탁월한 그루브감을 자랑하는 웅산은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언제 재즈 음악을 시작하게 됐을까. 독특하게도 그녀의 음악의 출발은 ‘록’이었다. “원래 대학에서는 록 음악을 전공했다. 재즈를 만나게 된 건 1995년 겨울이었다.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want to you’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이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재즈를 시작하게 됐다”


웅산은 자신을 재즈에 입문하게 한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want to you’에 짧은 사연을 하나 덧붙였다. 그렇게도 좋아했던 노래지만 그 깊이가 깊어 쉽게 부를 수가 없는 노래라는 것이다.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는 한 번 부른 다음 7년 동안 전혀 부르지 못했다. 빌리 홀리데이의 깊이를 내 나이에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거다. 들을 땐 엄청난 감동을 받았지만 실제 불렀을 때 정말 그렇게 노래가 안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2~3년에 한 번씩 부르고 있는 것 같다. 남다른 깊이가 필요한 노래다”


웅산 음악의 원천이었던 록은 이후 그녀의 재즈 음악 인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웅산은 록 음악을 통해 재즈 특유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느낌이 아닌 소울풀하고 강렬한 그녀만의 재즈 음악을 탄생시켰다. 웅산은 록으로 시작한 음악적 성향을 재즈로 바꾸는 것도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적 특색에 대해 “록으로 시작해 그런지 재즈 음악이 자연스러워지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웅산 재즈는 강하기만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재즈 음악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록 음악을 했던 것이 안 좋은 방면으로 작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 단점이 장점화 됐다. 앨범에서는 부드러운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라이브에서는 폭발적인 느낌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산은 한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98년부터 공연을 위주로 일본 활동을 편친 그녀는 2010년에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재즈 전문 잡지 ‘스윙저널’에서 ‘골든디스크’ 상을 수상했다. 또한, 한국인 최초로 재즈 명예의 전당인 ‘블루노트’와 ‘빌보드 라이브’ 무대에 섰다. 화려하고 멋진 대형 무대에 수없이 섰지만 웅산은 오히려 소박한 무대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투어를 할 때 작은 마을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공연장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공연장이 없는 곳도 있었다. 가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 놓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재즈는 전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재즈가 태어났던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사람들에게 공연을 한 것이다. 당시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도 그런 분위기를 정말 잘 즐기고 있었다. 나만 선입견을 놓으면 되는 일이 있다. 그 때가 가장 뮤지션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서 노래하고 관객과 호흡했던 것 같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녀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재즈 아티스트로서 사랑받고 있지만 ‘재즈 음악의 길’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재즈’ 자체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웅산은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대해 “상황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었다기보다 재즈라는 음악을 들려 드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지 않은 것이 섭섭했고 안타까웠다. 이 음악 장르를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고행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재즈는 계속 닦아가야 할 길이자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연구하고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웅산은 17세의 나이에 절에서 2년간의 수행 생활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웅산’이라는 이름도 당시 받은 법명이다. 그녀의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해 ‘음악도 하나의 수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는 절에서 생활했던 사람이다. 세상 밖에서 노래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이것도 나에게 또 하나의 수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의 음악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무대에서 노래하건, 곡을 쓰건 그러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악을 선사하고 싶다”


웅산은 마니아 팬이 많은 재즈 음악계에서 대중에게 재즈의 묘미를 조금씩 알리기 시작한 재즈 3세대 보컬리스트다. 재즈 아티스트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인 만큼 재즈의 대중화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나름의 사명감으로 재즈 음악을 하고 있다. 재즈 2세대인 윤희정 씨가 재즈를 알리는데 한몫을 했다. 나를 비롯한 3세대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재즈가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라는 음악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은 곳에서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다”


재즈는 즉흥성이 강한 음악이다. 연주자 마음대로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틀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재즈의 매력은 여간해서는 빠져들기가 쉽지 않다. 웅산은 재즈를 쉽게 즐기기 위한 방법에 대해 “재즈를 쉽게 즐기려면 먼저 영화 속 등장하는 재즈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이후에는 살아있는 재즈 음악을 접해보면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라이브 재즈 음악을 자신이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더 살아있는 스윙감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웅산은 가장 닮고 싶은 아티스트로 마일스 데이비스를 꼽았다. 그녀는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해 혁명가 같은 사람이라며 “후배 뮤지션들이 연구해야 할 인물”이라고 꼽기도 했다. 그녀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과 함께 재즈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줄리 런던, 리사 오노, 로라 피지 등의 음악을 추천했다. “재즈는 다양한 음악이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가벼운 음악들로 시작해 재즈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평소 알고 있던 편안한 음 악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웅산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담겼다. “재즈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재즈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삶에 있어서 정말 멋진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세상이 빠르고 돌아가고 메말라 가고 있지만 음악을 멀리하게 되진 않았으면 한다”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3월 호에 실린 글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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