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이별마저 아름다운 사랑이여,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상훈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주인공 상훈은 전설적인 작곡가지만 어딘가 냉정하고 쓸쓸한 중년의 모습으로 관객의 앞에 처음 나타난다. 마치 과거의 아픔을 숨기고 있는 듯한 상훈에게 찾아온 청년 지용은 상훈의 곡들로 구성된 콘서트 ‘시를 위한 시’의 공연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한다. 지용이 썼다며 들려주는 공연의 시놉시스는 상훈이 그동안 숨겨왔던 아픈 상처의 과거를 그대로 되짚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대학생들이 자유에 목청 높이던 80년대, 시대를 느끼는 정서는 같았어도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기 달랐다. 80년대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블루아지트에는 당시에도 잘 알려진 유명작곡가 상훈과 그의 후배인 시위대학생 현우가 있다.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존재감을 알린 여주를 중심으로 상훈과 현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운명의 바퀴를 굴리기 시작한다.

 

상훈은 광화문 교보문고의 직원에 불과했던 여주를 독려해 가수로 성장시키면서 자신의 사랑 또한 조심스럽게 키워간다. 그림자처럼 여주를 지켜보는 상훈의 사랑이 조용히 제 몸을 태우는 촛불 같다면, 여주의 데뷔무대보다 시위현장을 택해 거리로 뛰쳐나간 현우의 사랑은 거침없이 모든 것들을 태우는 불꽃같다.

 

촛불같이 곁을 떠나지 않는 상훈의 온기에 위안을 얻은 여주였지만 결국 그녀는 현우와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 현우의 아이마저 함께 키우고 있던 상훈이었지만 자신의 것을 찾으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현우와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주를 위해 자신이 떠날 것을 결심한다.

 

 

작품은 현재의 상훈과 과거의 상훈이 한 무대에서 서로 교차하고 만나면서 80년대를 지나 온 관객들에게 아련한 향수와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곡가로서 성공했으나 외롭고 쓸쓸한 현재 상훈의 모습이 과거의 아름다운 사랑에서 출발했음을 알게 되면서 관객은 그의 아픔과 사랑에 자신의 것처럼 공감하게 된다.

 

외롭게 혼자 남겨져 오랜 세월을 살라온 상훈에게 지용은 과거에 왜 여주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하지 않고 떠났느냐고 묻는다. 상훈은 그 때는 ‘시간이 할퀴듯이 지나갔다’고, ‘살에만 상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아픔을 갈무리한다. 할퀴듯이 지나간 80년대의 시대를 더듬으며 청춘들의 상처 위로 쏟아지는 사랑의 멜로디들은 주인공 상훈에게는 물론이고 관객에게도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되살아나는 아픔으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뮤지컬 ‘광화문연가’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생명력을 유지해 온 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함께 한다. 상훈 역으로 동시에 무대에 서는 두 배우들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짙은 음색의 힘 있는 울림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윤도현의 노래와 옛사랑에 대한 기쁨과 상처, 아픔과 회환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는 박호산의 연기가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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