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두 번째 항해! 뮤지컬 ‘모비딕’ 신지호, 콘(KoN) 인터뷰②

우리나라에서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오디션 열풍’과 일본에서 수 십 년째 사랑받고 있는 ‘고교야구의 인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것. 작년 뮤지컬 ‘모비딕’이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낯선 장르에도 불구하고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큰 반응을 일으킨 데에도 같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뮤지션들이 배우로서 펼치는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며 관객은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 가는 순간을 처음 목도하는 짜릿하고 신선한 감격을 받았다. 없었던 것을 처음 만들어낸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열정을 짐작한 관객들은 조금 부족함이 있어도 감동받기에 손색이 없다는 작품에 대한 별난 애착마저 생겼다.

 

무대 위에서 성장해가는 특별한 ‘액터-뮤지션’들의 이야기는 ‘모비딕’을 둘러싼 모험만큼이나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초연 이후 많은 ‘모비딕’ 팬을 확보했다. 특히 ‘모비딕’의 첫 탄생부터 함께한 배우 신지호와 콘(KoN)은 대표적인 ‘액터-뮤지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뮤지션이지만 연기에도 욕심이 있다”고 말하는 두 배우에게 연기를 한다는 것, ‘액터-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어졌다.

 

- 연기를 한다는 것

 

‘액터’로서 첫 연기를 펼치는 초연의 두 분을 보고 일반 배우의 연기와는 다른 ‘무엇’을 느꼈어요. 짜여진 연기, 능숙하고 노련한 연기가 아닌 ‘진짜’의 승부 같다고 할까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콘(KoN): 둘 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으니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있었어요. ‘모비딕’을 지호와 함께 했을 때 지호가 울면 나도 눈물이 나곤 했어요. 어제는 1장을 오랜만에 지호와 해봤거든요? 이번 캐스팅이 더블이라서 계속 다른 상대배우랑 연습하다가 어제 짬을 내서 지호랑 한 거였어요. 서로 친해지는 장면에서 제가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 작년에 했던 공연들도 생각나고 나중에 이어질 결과를 생각하니 아련해져서...

 

물론 우리는 앞으로 연기를 많이 배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스마엘과 퀴퀘그를 할 때만큼은 진심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빠지는 솔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공연에서는 보다 감정적이고 좀 더 성숙한 표현을 하고 싶어요.

 

지호 씨는 지난 콘서트 현장에서 둘의 진하고 가슴시린 우정을 기대해 달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공연 두 분의 연기에 대해서?

 

신지호: 둘의 대사는 초연보다 오히려 줄었어요.

 

콘(KoN): 선장과 스타벅의 대사가 늘어났고요.(웃음)

 

신지호: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금 짜여진 동선 자체가 뭔가 더 깊어진 느낌이에요. 심지어 우리가 1장 연습하는 것을 본 음악감독님이 우셨어요. 둘의 우정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중의 비극이 더욱 극대화돼서 다가온다고요. 초연보다 둘의 우정이 진해보이고 비극이 극대화돼서 더 슬퍼진다고 했어요. 저도 이번에는 어떻게 그림이 나올지 무척 기대가 돼요.

 

현재 재공연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스스로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신지호: 저는 내가 나아졌다고 자만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콘(KoN): 지호는 발전했어요. 옆에서 본 제가 알아요. 

 

신지호: 예전에는 무대 위에서 발성이 안 좋다고 많이 지적받았는데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느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웃음) 지금은 그 느낌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조금 더 살을 붙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나아졌다는 것 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는 게 맞아요. 예전에도 욕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열 배에요. 지금 ‘모비딕’ 배우들 전부 그런 것 같아요. 일찍 끝나도 다시 새벽까지 연습하고... 그래서 잠 못 자는 날들이지만요.(웃음)

 

콘(KoN): 저는 원래 몸을 정말 못 쓰는 사람이에요. 써본 적이 없어요. ‘페임’의 군무에서 처음으로 춤을 춰본 거였죠. 작년 초연 때는 퀴퀘그가 너무 뻣뻣해서 ‘뻣뻣댄스’라는 말도 들었어요. 지금도 몸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작년에는 정말 굳어있었어요. ‘페임’을 하면서 작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지금 ‘모비딕’을 준비하면서도 더 배워나가려고 신체적인 표현을 연습 중이에요.

 

- 새로운 캐스팅, 새로워지는 ‘모비딕’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캐스팅도 화제가 됐는데요. 이스마엘, 퀴퀘그를 처음 만들어낸 두 분으로서 더블 캐스팅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떠셨나요.

 

신지호: 저는 더블캐스팅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굉장히 싫었어요. 일단 누구였는지도 몰랐지만요. 그냥 하면 나 혼자 다하고 아니면 다 주고 싶었어요. 물론 세상에 연기자는 많겠지만 이스마엘은 제가 처음부터 만든 캐릭터고, ‘나는 이스마엘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 하나였으면 싶었어요. 그런데 더블로 간다고 해서 고민을 했었죠. ‘이스마엘’을 나눠가져야 하고 다르게 표현되는 ‘이스마엘’을 보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캐스팅된 상대인 윤한 씨가 학교 선배였고, 저랑 너무 다른 사람인 거예요. 저는 밝다면 윤한 씨는 시크한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이스마엘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웠고요. 윤한 씨도 처음에는 자신과 이스마엘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대요. 초연 영상을 봐도 신지호와 윤한은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윤한 이스마엘도 충분히 매력이 있어요. 저와는 다른 매력이죠. 관객들은 둘 다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요. 오히려 비슷한 성질이었으면 힘들었을지도 몰라요.(웃음)

 

 

같은 역을 연기하는 새로운 배우분들에게 서로 영향을 받는 것이 있나요.

 

신지호: 물론이에요. 서로 연습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제가 잘하는 것이 있고, 윤한 이스마엘이 잘 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콘(KoN): 사실 재공연 얘기를 들었을 때 물론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이동되는 것도 있고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도 너무 많이 바뀐 거예요. 더블캐스팅도 처음엔 충격이었죠. 하지만 지현준 씨는 연기 전문가여서 퀴퀘그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어요. 확고하게 새로운 콘셉트의 퀴퀘그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지현준 씨의 퀴퀘그가 원초적이고 야성적이라면 저는 그에 비해 일 년이라도 문명 사회에서 더 산 느낌이랄까요. 말도 지현준 퀴퀘그보다는 한 두 마디 정도 더 알아듣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웃음)

 

같은 더블 캐스팅이라고 해도 지호랑 윤한은 둘 다 뮤지션인데 비해 퀴퀘그는 한 명이 전문 연기자잖아요. 아무래도 연기는 제가 보면서 많이 배우죠. 물론 서로의 캐릭터가 다르지만 지현준 씨가 연기적 완성도가 높아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만의 퀴퀘그도 만들어야 하는데 저만의 퀴퀘그를 만드는 과정도 지현준 씨가 도와주고 있어요. 음악적이나 연기적이나 서로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지호: 지현준 씨는 정말 연기를 잘하세요. 퀴퀘그를 하신다고 할 때 너무 잘 어울려서 진짜 퀴퀘그다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역 시범보일 때 보니까 이스마엘을 하면 이스마엘이고, 스타벅을 하면 스타벅이 되는 거에요.

 

콘(KoN): 플라스크의 그 촐싹대는 모습으로 확 변할 때도 깜짝 놀랐어요.

 

신지호: 모든 배역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분이에요.

콘(KoN): 이게 전문연기자구나 싶었죠. 터프한 퀴퀘그 같은 캐릭터만 잘하는 분일 줄 알았는데 다재다능한 연기자에요.

 

신지호: 지금은 다 같이 현준 형한테 배우고 있어요.

 

콘(KoN): 연강홀에서 하는 이번 공연에 정말 잘 캐스팅 된 분이에요. 우리들 전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계세요. 저도 바이올린 연주 부분에서는 약간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부분도 있지만요.

 

콘서트 현장에서 악기관리법을 알려주신다는 말을 하셨는데?

 

콘(KoN): (웃음)일단 악기관리는 닦는 것부터 하시라고 했죠. 지현준 씨도 황건 선장처럼 전문연기자다 보니 약간 악기를 소품처럼 생각하실 때가 있어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액션을 취할 때가 있는데 악기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그런 동작들이 나와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재미있고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박세은 기자_사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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