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장영실은 왜 사라졌는가, 연극 ‘궁리’

조선 최고의 ‘장인’이 사라졌다. 천문학, 과학, 건축까지 다양한 재주가 있었던 조선의 내로라했던 과학자 장영실. 그는 왜 사라졌는가? 혹은 왜 사라져야만 했는가?


연극 ‘궁리’는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소재로 다룬다. 장영실은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세종 시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해시계, 물시계부터 측우기, 악기, 활자까지 다양한 발명품으로 조선을 부강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작품은 당시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인문학자들, 세종을 중심으로 하는 자주 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 희생당한 ‘인간 장영실’을 조명한다.


작품은 임금이 이천으로 온천 요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영실은 세종의 명을 받아 임금이 탈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를 만든다. 이천으로 향하던 길에 장영실이 제작 감독한 수레의 바퀴가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장영실은 곧바로 의금부에 체포된다. 조정에서는 투옥된 장영실에 대한 음모설, 숙청설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세종은 온천에 도착해 등창과 눈병 등을 치료하려 한다. 이천까지 달려온 사헌부의 젊은 관리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세종을 비판한다. 단오절에 맞춰 한양으로 돌아온 세종은 근정전 조회에서 장영실과 관리들의 재판을 연다. 장영실은 곤장 100대의 형을 받는다. 세종은 이를 80대 형으로 감해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정작 수레 제작 책임자인 조순생은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다.
 

연극 ‘궁리’는 의문투성이인 장영실의 실종사건을 깊이 파고들어 간다. ‘왜 세종은 종3품 벼슬을 지내던 고급관리 장영실에게 안여를 만들라고 했을까’, ‘수레는 왜 부러졌을까’, ‘수레 제작 책임자는 풀려났는데, 장영실은 왜 80대의 곤장을 맞고 쫓겨나야 했나’ 등을 쫓는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브랜드네임 ‘이윤택’, 10여 년 만의 신작


연극 ‘궁리’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이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작품은 장영실과 세종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현재 한국의 정치, 국제적 상황을 투영한다.


이윤택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했다. 그는 연출, 극작, 연기훈련 등 폭넓은 연극작업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실험연극의 기수로 등장했다. 이후 ‘청부’, ‘문제적 인간, 연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등의 작품을 써내며 꾸준히 연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태풍’, ‘화성에서 꿈꾸다’, ‘이순신’의 연출, 제작을 맡아 창작뮤지컬에도 크게 기여했다.


연극 ‘조선 선비 조남명’ 이후 이윤택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연극 ‘궁리’는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후 5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 극장에서,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는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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