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투톱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무대들!

개성적인 캐릭터의 남성 투톱이 무대를 채우는 공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의 남성 투톱 체제는 서로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감을 높이거나 특별한 우정으로 단합하는 등 매력적인 관계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예수와 보통 남자의 환상 같은 만남을 그린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칠수와 만수’, 역사 속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새로운 재조명 ‘궁리’까지 남성 투톱이 그려내는 무대의 강렬한 여운 속으로 빠져보자.

 

패셔너블한 예수 vs 엘리트 가장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012년 8월 9일까지, 윤당아트홀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평범한 엘리트 가장이 신과 함께한 저녁식사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원작인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소설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0만 부 이상을 판매했다.

 

신을 믿지 않는 엘리트 가장 ‘남궁선’이 알 수 없는 초대장을 받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보니 테이블에는 멋진 차림의 젊은 청년이 앉아 있다. 나비넥타이에 백팩을 멘 청년은 언뜻 봐도 꽤 스타일리시한데 그의 자기소개가 심상치 않다. 자신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라고 밝힌 것이다.

 

‘남궁선’은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뜨려 하지만 향기로운 저녁 만찬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는 못 이기는 척 이야기나 들어줄까 하고 테이블에 동석한다. ‘남궁선’은 기왕 동석한 김에 ‘예수 그리스도’에게 평소에 묻고 싶고 따지고 싶었던 이야기를 신랄하게 쏟아낸다.


공격적인 질문세례에 대항해 침착한 자세로 답변을 풀어가는 ‘예수’의 모습에서 관객은 ‘남궁선’과 함께 저 청년이 어쩌면 진짜 ‘예수’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키우게 된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두 남자가 펼치는 논쟁은 팽팽한 긴장감과 유머러스한 재치, 뜨끔한 일침이 오가며 객석을 집중시킨다. 얼핏 생각하면 위대한 창조주와 미개한 창조물의 관계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 두 남자의 대결은 실제 무대 위에서 꽤나 팽팽하게 맞선다. 

 

밑바닥 인생들, 칠수=만수
연극 ‘칠수와 만수’
2012년 7월 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

 

연극 ‘칠수와 만수’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청년들 ‘칠수’와 ‘만수’를 통해 자본주의 논리 아래 횡행하는 사회의 부조리, 부정부패의 면면을 통쾌하게 까발리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지금 이 시대, 내 주변의 사회 이슈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칠수’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집 나간 여동생을 찾으며, 인생역전을 꿈꾼다. ‘만수’는 매번 대형 사고를 터트리는 형 뒤치다꺼리에 바쁘지만,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안고 살아간다. 밑바닥 인생의 표본과도 같은 이 두 남자는 위태로운 곤돌라 위에서 대한민국의 ‘막장’ 현실을 조롱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장난삼아 18층 빌딩 꼭대기 철탑 위로 올라간 ‘칠수’와 ‘만수’는 쓰레기 같은 세상을 향해 마음속 분노와 울분을 속 시원히 외친다. 그러던 중 실수로 철탑 위에서 페인트 통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페인트통은 도로 위를 달리던 승용차의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만다. 이로 인해 12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사회가 외면했던 밑바닥 인생 ‘칠수’와 ‘만수’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게 된 두 밑바닥 인생의 운명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도구적 인간 장영실 vs 생각하는 인간 세종
역사극 ‘궁리’
2012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연극 ‘궁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다룬 역사극이다.

 

‘장영실’은 천문학자 이순지, 김담 등과 함께 찬란한 조선시대 과학문명 ‘세종 르네상스’를 이룬 위대한 학자다.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지금도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역사적 위인이지만 인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조선의 왕 세종의 믿음을 샀던 인간 장영실은 어떤 인간이었으며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까.

 

작품 ‘궁리’는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당시 조선을 둘러싼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재해석한다.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학자들의 사대주의와 민중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종 중심 자주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장영실’을 하나의 희생자의 의미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장영실’은 개국공신이나 양반 출신이 아닌 관노비 출생이었다. 서울 도성 사람이 아닌 부산의 지역민이었으며, 고려말 원나라 이주민 출신이란 점에서 철저한 변방인이었다. 이에 비해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세종’은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학자들의 사대주의와 민중의 시선을 늘 생각해야 한다.

 

실록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조용히 자취를 감춘 인물 ‘장영실’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 지향형 지식인이었다. ‘세종’ 또한 장영실의 천재성을 믿고, 조선의 과학경영을 펼쳐나간 미래 지향형 리더였다. 이윤택 연출은 이 둘을 통해 현대를 넘어 미래까지 유효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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