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친정엄마’ 김지성 “딸 연기하며 세상 모든 어머니는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지성은 연극계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다. 그녀는 1994년 극단에 입단하며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연극 ‘멜로드라마’, ‘춘천 거기’, ‘지하생활자들’, ‘리턴 투 햄릿’ 등과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7년에는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미현 역으로 동아연극상의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섬세한 연기력을 갖춘 김지성이 최근 출연하고 있는 연극은 ‘친정엄마’다. 연극 ‘친정엄마’는 딸이 돌아가신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그려낸다. 그는 이 작품에서 딸 역을 맡아 매회 공연마다 진심을 다한 연기로 관객을 울리고 있다. 연극 ‘친정 엄마’로 진한 여운을 전하고 있는 배우 김지성과 함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선배님들과의 공연, 영광이다”


김지성은 연극 ‘친정엄마’로 정영숙, 전원주 등 연기 대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대해 “정말 영광이다”고 말한 그녀는 “정영숙 선생님, 연운경 선생님, 전원주 선생님, 이수나 선생님을 한 번에 이렇게 다 뵐 수 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어떤 날은 이렇게 한 무대에서 같이 눈을 마주치며 대사를 주고받고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요. 그래서 매일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 ‘친정엄마’의 2011년 재공연 무대로 이 작품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공연 당시에도 정영숙, 연운경, 전원주, 이수나 등의 대선배들과 함께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 공연에도 출연한 김지성은 더욱 더 섬세해진 연기로 관객들과 함께 진한 감정을 공유한다.


김지성에게 지난해 이어 올해도 출연하게 된 작품의 매력을 묻자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가 관객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예요. 관객은 무대와 같은 선상에서 함께 걸어가요.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래서 어떤 장면은 배우보다 더 진한 감동을 갖고 가세요”라고 답했다.

 

 

“딸을 연기하면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지성은 연극 ‘친정엄마’에서 평범한 30대 기혼 여성은 연기한다. 희생적인 엄마의 사랑에 늘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면서도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딸의 마음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고 있다.


김지성은 고두심, 장영남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하는 ‘친정엄마’의 초연으로 이 작품을 먼저 만났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연극 ‘지하 생활자들’로 호흡을 맞췄던 연출가 김광보의 제안으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처음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 그가 느낀 것은 “감동은 받았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라는 의외의 소감이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감동은 받았지만 솔직히 조금 거리감이 있었어요. 사실 저희 엄마는 이러시지 않거든요. 이렇게 딸을 일일이 챙기지도, 살갑게 표현하시는 분도 아니세요. 표현도 참 무뚝뚝하시고, 딸인 제가 밤늦게 집에 들어와도 엄만 항상 먼저 잘 주무셨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확실히 난 주워왔다!’(웃음) 그런데 점점 연습을 하면서 깨닫기 시작했어요. ‘아, 표현만 다를 뿐이지, 이 세상 모든 엄마는 다 같구나’하는 것을요. 이렇게 작품을 통해서 엄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져서 감사해요”


이 작품에서 김지성이 가장 많은 눈물을 쏟는 장면은 딸의 마지막 독백이다. 이 장면은 관객들이 가장 많이 우는 장면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 장면을 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매번 눈물이 났어요. 주말 2회 공연을 하는 날에도 낮 공연에 울었는데, 저녁 공연에 또 울어질까 싶은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엄마 미안해’하는 대사를 하면 또 눈물이 나와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무대인만큼 관객의 상당수도 모녀관객이다. 연극 ‘친정엄마’와 관련된 다양한 후기에서도 모녀가 함께 극장을 찾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모녀 관객에 대한 에피소드에 대해 묻자 김지성은 “이 공연을 하면서 꼭 하게 된 일이 있다”고 먼저 운을 뗐다.


“공연 시작되기 전에 꼭 객석 모니터 화면을 봐요.(극장에서 배우들이 대기하는 곳에서는 객석 현황을 알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그러면 팔순도 넘어 보이시는 어머님들이 딸의 손을 꼭 잡고 느릿느릿 객석을 찾아들어 오시는 모습이 보여요. 그 때 참 맘이 짠해요. 생각해보면 평생토록 집안을 돌보시느라 연극이 아니라 문화생활을 거의 해본 적도 없으셨던 거잖아요. 그래서 이 공연이 부디 소중한 선물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대에 서게 돼요. 이 작품은 관객만 감동을 받는 게 아니라, 배우인 제가 먼저 관객 분들께 감동을 받고 시작하는 공연이예요. 참 특별하고 감사한 공연이죠. 어머니 관객들은 가끔 연극이 아니라 TV드라마 보는 것 같으신지 제가 택배상자를 받아 뜯어보는 장면에서 ‘윽~ 김치냄새!’ 하면, ‘그거 친정엄마가 보낸 거야~!’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도 하세요.(웃음) 이런 분위기가 참 정겨워요. 연극 ‘친정엄마’이기에 가능한 거 같아요”


김지성은 마지막으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관객이 보면서 ‘맞아, 나도 저랬는데’ 하고 공감해 주시고 더 늦지 않았기를, 조금 늦었을 후회도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어요. 연극 ‘친정엄마’를 보시는 분들께는 ‘엄마를 사랑해주세요, 지금.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연극 ‘친정엄마’는 7월 14일(토) 오후 2시와 오후 5시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Mom&Mom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4명 이상의 엄마들이 티켓을 구매하면 25%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예매는 인터넷, 전화, 현장 구매로 할 수 있다. (031-790-7979)

 

 

정지혜 기자 newstage@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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