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하는 사람들의 정서와 애환 그렸다” 뮤지컬 ‘오디션’ 박용전 연출 인터뷰①

강남 한복판의 아늑한 극장, 윤당아트홀 소극장 무대에서 뮤지컬 ‘오디션’의 박용전 연출을 만났다. 공연을 열흘 남짓 앞둔 그의 얼굴은 밝았다. 박용전 연출은 “지금 14차 공연 팀 구성이 정말 잘 됐다”고 말하며 높은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캐스팅에 대해서는 “새로 투입된 멤버 중에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이 있다”며, “음악적으로 굉장히 완성도가 높아졌다. 밴드 느낌이 잘 산다”고 자신감 있는 표정을 했다. 2012년 새로운 캐스팅으로 다시 찾아온 뮤지컬 ‘오디션’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밴드라는 유기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뮤지컬 ‘오디션’은 역동적인 라이브 연주에 힘이 있는 작품인데요. 연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밴드를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내용의 전부에요. 어떤 내용을 밴드라는 형태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 밴드 내용을 그대로 무대에 풀어놓은 거죠. 그게 이 공연의 정체성이고요. 그래서 작품에서 밴드라는 유기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테면 전 국민이 기억하는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은 스포츠 스타가 한 팀에 한시적으로 모여 있는 것이지만, 밴드라는 유기체는 잘한다 못한다의 개념이 아니에요. 음악을 공유하면서 같이 성장해나가는 거죠. 배우들이 밴드의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습시간의 절반을 쓰고 있어요. 지금은 거의 밴드 냄새가 납니다.(웃음)

 

최근 섹션과 배우가 나눠지지 않고 뮤지션과 배우가 하나라는 개념으로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렇게 보면 2007년에 시작한 뮤지컬 ‘오디션’이야말로 국내 최초의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 공연에서 기타리스트 역을 하고 있는 사람이 실제 뮤지션인 동시에 작품의 배우거든요. 무대 위에서 연주도 하고 연기도 하는 ‘액터뮤지션’이죠.

 

뮤지컬 ‘오디션’은 연출님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작품 속에 경험이 어떻게 반영됐나요?

 

드라마 전체가 논픽션은 아니에요. 분명히 픽션이고 극은 맞아요. 밴드라는 상황과 디테일들이 제 경험에서 만들어졌다는 거죠. 몇몇 상황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에요. 사건 그 자체라기보다는 합주하는 장면의 대사들이나 디테일들이 다 실제로 오갔던 것들이죠. 그 디테일을 엮어서 만든 드라마 전체는 실화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황의 디테일들이 경험에서 많이 반영됐어요. 인물들 또한 가상의 인물들인 동시에 제 기억 속의 인물들이고요.

 

 

-밴드 하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 담아낸 작품

 

이 작품은 라이브 연주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한다는 점에서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만약 권투선수를 다룬 복싱체육관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하면 배우들은 모두 복싱 기본기를 익힐 거예요. 정말 배우들의 프로 근성은 대단해요.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죠. 이 작품은 밴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악기 연습을 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복싱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이라고 정말 체전에 나가서 금메달에 딸만한 기술을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의 정서, 삶, 가치, 애환을 보여주는 거죠. 그래도 출연 배우들이 어디 홍대 클럽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은 연습했어요.

 

시작할 당시에 아마추어였던 배우들이 어느 순간 뮤지션의 냄새가 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밴드 하는 사람들의 정서이고, 그들의 모습이에요. 밴드 하는 사람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밴드 안에서 진짜 뮤지션들의 사소한 행동과 제스추어들, 그들의 마음들을 담아내려 했어요. 어떤 상황을 겪을 때의 디테일한 표정들까지도요. 그런 부분들이 아마 관객에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오디션에서 특정 상황 속 굉장히 디테일한 정서 이해를 중점적으로 보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정서적인 포인트를 중시하시나요?

 

작품 속에 ‘병태’라는 인물이 있어요. 무대울렁증, 무대공포증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친구죠. 하지만 굉장히 순수하고 밴드라는 유기체를 너무 사랑해요. 이를테면 앞의 이런 내용이 전제에요. ‘순수하다, 밴드라는 유기체를 사랑한다, 무대공포증이 있다’를 어떻게 표현해 낼지는 배우의 몫이죠. 단순히 무대울렁증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고, 실생활에서까지 너무 소심해서 대인관계가 불편한 사람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은 굉장히 멋있는데 무대만 올라가면 바짝 얼어버리는 사람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고요. 실제로 그러한 전제는 대본 안에 들어있고, 어떤 인물이 어떤 사건을 통해 어떤 성장을 거쳐서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가의 디테일한 선택들은 배우에게 맡겨놓는 편이에요. 저는 처음의 전제에 맞는지, 전체 작품이 가야 할 방향에서 어긋나지 않는지를 볼 뿐이에요. 디테일한 부분을 살려내는 것은 배우의 힘이고 몫이겠죠.

 

 

- ‘지금 내 삶’에 질문을 던지는 무대

 

밴드 이야기를 통해 연출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배우들이 굉장히 궁금해하는 게 ‘오디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냐는 거예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다고 말해요. 물론 소소한 이야기들은 많이 있죠. ‘혼자보다는 함께가 좋다’, ‘젊은 시절 꿈꿨을 때가 좋았다’, ‘꿈이란 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라는 것들이요. 하지만 제가 그렇다고 ‘청춘이여 기타를 잡아라!’, ‘꿈은 계속되어야 한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려고 작품을 만든 건 아니에요. 단지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위로받고 재미있고 즐거운 와중에 질문 하나 던졌으면 해요.

 

작품 속 ‘초롱’이라는 매니저를 통해서, 마지막에 오디션을 보러 가는 ‘병태’라는 인물과 친구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준철’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의 삶이 잠시라도 무대에 들어오고, 공연이 끝날 때 질문 하나 던진다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어디 있지?’, ‘내 어제는 어땠지? 내일은 어떨까?’, ‘내가 그때 그런 꿈을 꿨었는데’ 하고 자신에게 질문 하나 던지면서 지금 내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여긴다면 좋겠어요. 관객이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하는, 추억을 곱씹는 그런 시간을 가진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인상적인 장면 하나만 꼽아주신다면요?

 

제가 관객에게 인상적이었으면 하는 부분은 매번 바뀌어요. 사소하게는 ‘선아’가 ‘지배인님! 말씀 그렇게 하지 마세요!’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고요. 어떤 날은 전날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극장을 들어오는데 병태가 ‘내 꿈의 엔진이 꺼져버리기 전에, 식어버리기 전에...’ 하는 걸 듣고 뭉클했어요. 그리고 제 입장에서는 가끔 객석을 보면서도 뭉클해요. ‘관객에게 이 작품이 가 닿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 때요. 이 작품 되게 오래 했거든요.(웃음)

 

뮤지컬 ‘오디션’을 2007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으셨을 텐데요. 작품을 계속 올릴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요?

 

‘오디션’은 지금까지 규모 있는 투자를 받은 적도 없고, 제작사나 자금력을 가진 회사가 관리해준 적이 없어요. 프로덕션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 공연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공연을 너무나 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많이 있고, 제가 잠깐 쉬고 있으면 출연했던 배우나 전혀 모르는 배우까지도 언제 ‘오디션’을 할까 계속 공연을 기다린다는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건 역시 관객들이죠. 작품을 기다리고 원하는 관객들이 있으니까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은 기자_사진 오픈런뮤지컬컴퍼니 제공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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