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좇는 유머와 감동 있어요” 뮤지컬 ‘오디션’ 박용전 연출 인터뷰②

지난 5월 열린 뮤지컬 ‘오디션’의 오디션 현장에서는 기타를 멘 배우들의 연습 열기가 뜨거웠다. 소극장에 울리는 라이브 연주의 감동은 관객뿐만 아니라 밴드로 무대에 서는 배우들마저 뭉클하게 가슴을 울린다. 뮤지컬 ‘오디션’에는 소름 끼치는 반전도 눈을 현란하게 하는 환상도 없다. 하지만 무대에 선 배우에게는 ‘노래를 부르고 싶게’ 하고, 관객에게는 ‘지나간 꿈과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솔직하고 리얼한 소극장 무대 위, 뮤지컬 ‘오디션’만의 남다른 매력과 소극장 뮤지컬의 묘미에 대해 박용전 연출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연주와 연기, 노래를 함께해야 하니 어려움 작품일 수도 있는데도 배우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디션’은 아주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마치 여행을 가서 한때의 기억을 길게 떠올리듯이 그렇게 흘러가는 내용이죠. 배우들이 제게 ‘오디션’의 노래를 꼭 무대에서 불러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요. 오디션을 볼 때도 아예 제 노래를 준비해오는 배우들이 많아요. 작곡가로서 고마운 일이죠. 지금 ‘초롱’ 역을 맡은 배우가 오디션에서 ‘초롱’의 노래도 아닌데 제가 만든 곡을 와서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니 제가 쓴 건지 몰랐다는 거예요.(웃음) 뮤지컬 ‘오디션’이 한 사람이 곡 쓰고 가사 쓰고 연출하는지를 몰랐대요. 그걸 몰랐는데도 되게 곡을 아껴 부르더라고요. 마치 제가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뻤어요.

 

- 우리가 꿈꾸던 시절의 소중함

 

매년 뮤지컬 ‘오디션’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왜 이 작품을 좋아할까요?

 

관객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위로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저도 두고 온 꿈이 있어요.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고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은 꿈이죠. 누구나 두고 온 꿈이 있을 거예요. 저는 사람들이 누구나 한 가지쯤 잘하는 일이 있다거나, 한 가지쯤 천직이 있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느 대학에 가야 할지, 어느 전공을 할지 방황하고 갈등하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저는 지금 꽤 나이가 있고, 어떤 길을 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등하고 있거든요.

 

 

어떤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요. 헤매기도 하고 원하지 않은 길을 가기도 하죠. 그렇다면 내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에 매진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나 하면 그게 아니에요. 그런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방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기타가 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 거쳐 온 시간들과 두고 온 꿈들이 그저 버려진 순간들이 아니라는 걸요. 말도 안 되게 20대 스노보드 선수가 되겠다고 했던 것들이 쓸모없고 바보 같은 시간이 아니라는 거죠. 지나간 시간이 오늘의 나를 이루고 있는 거니까요.

 

맞는 말씀이세요. 그런 옛날의 나를 떠올리면 그때가 행복했다고 알게 되니까요.

 

꿈꾸고 있었던 시간의 소중함이랄까요? 뭔가를 성취하면 굉장히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성취감 자체가 행복은 아니거든요.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광고에서 ‘내 아이 글로벌 리더로 키우세요’ 하는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글로벌 리더가 되면 멋있을 수는 있지만 꼭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폼 나게 사는 게 보기 좋을 순 있어도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삶 속 소소한 행복들을 이 작품을 통해 좇아가고 있어요.

 

- ‘반짝이는’ 배우의 눈물방울이 보이는 공연장

 

이번 2012년 윤당아트홀에서의 공연, 어떤 무대가 될까요.

 

제가 소극장에 집중하고 드라마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예요. 소극장은 대극장의 미니어처 버전이 아니거든요. 완전히 다른 거죠. 단편 소설이 장편소설을 못 써서 쓰는 게 아닌 것처럼요. ‘오디션’을 14차까지 끌어오면서 제 자신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들이 있었어요. 스트레스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번에 공연하는 윤당아트홀은 정말 행복한 극장이 될 것 같아요. 가만히 앉아 있는 배우가 눈을 위로 치켜뜨는 것만으로도 연기가 되는 극장이거든요. 영화로 치면 와이드샷도 있다가 바스트샷, 얼굴 클로즈업까지 되는 극장이에요. 4열쯤에 앉아 있으면 무대에 앉아 있는 배우와 눈높이가 같아요. 반짝이는 배우의 눈물방울이 정말 잘 보이죠. 윤당아트홀 공연, 아주 기대하고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참 아름다운 극장이에요.(웃음)

 

최근 소극장 뮤지컬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소극장 뮤지컬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오디션’은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뮤지컬이라고 할 수 없어요. 대부분의 넘버들이 실제 상황이고, 판타지가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전범으로 ‘빨래’를 들고 싶어요. ‘빨래’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간다는 장점을 굉장히 잘 살리고 있어요. 물론 ‘아이다’나 ‘십계’ 같은 작품들이 주는 스펙터클한 장점도 있겠지만요.

 

소극장 뮤지컬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디테일한 연기와 디테일한 정서를 객석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슈퍼히어로가 잔뜩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갈 때 관객이 디테일을 감상하려고 가지는 않잖아요? 소극장 뮤지컬의 장점은 판타지와 다이내믹한 스펙터클도 있으면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디션’도 그런 디테일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작품이죠.(웃음) 다른 뮤지컬처럼 강렬한 환상이나 춤의 요소가 적다면, 집요한 디테일을 통해 유머와 감동들 추구하고 있어요.

 

 

‘오디션’의 연출, 작곡, 작사를 직접 하셨는데요. 국내 공연계의 제작환경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전체 뮤지컬계의 제작환경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대규모 프로덕션에 소속해서 일한 적이 없고 공방 형태로 작업을 해왔으니까요. 규모가 크지 않아서인지 다들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웃음) 단지 제가 바라는 건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이 재미도 있으면서 생활도 윤택해지는 거죠. 다행히도 동료들끼리 뚜렷한 룰을 정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켜오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걸 약속할 수 있기를 바라요. 제 스스로도 돌아보면 아찔하게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편안하게 일하고 있어요. 너무 느슨해지는 것도 재미없어요. 파도를 타야 예술도 나오는 것 같거든요.(웃음)

 

연출님, 신작 창작 계획도 있으신가요?

 

원래 신작 창작에 집중할 생각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어요. 내년 정도를 목표로 한창 창작 중이거든요. 그런데 올 4월 말인가 5월 초에 경남 양산에서 ‘오디션’ 지방 공연을 했어요. 지방 공연 때문에 4, 5개월 만에 배우들 모아서 연습을 하는데 연습하는 배우들이 너무나 공연을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도 공연했던 시절이 너무 그리워졌고요. 양산에서 이틀 공연하는데 객석에서 난리가 났어요.(웃음) 집에 안 가고 방방뛰면서 즐기시고요. 그걸 보면서 ‘맞다, 오디션이 이랬지’ 하면서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이번 공연 올리게 된 데는 장덕수 배우가 한몫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서 공연하자고 졸랐거든요. 좋은 배우에요.(웃음)

 

뮤지컬 ‘오디션’을 표현하는 키워드를 꼽아주신다면?

 

‘추억’, ‘꿈’, ‘젊음’, ‘청춘’, ‘기타’... 그리고 ‘록’이요. 좀 건방진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내 밴드를 가져본 사람’과 ‘내 밴드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 역시 ‘오디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내 밴드’, ‘나의 밴드’에요.

 

직접 밴드를 다시 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물론 있어요. 내년에 밴드를 할 목표로 지금부터 노력하겠습니다.(웃음)

 

 

 

 

박세은 기자_사진 오픈런뮤지컬컴퍼니 제공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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