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객들의 시간을 보다 더 귀하게 만들고 싶다” ‘클래식 세계여행’ 우광혁 교수

우광혁 교수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재치있는 입담과 KBS FM 실황음악회 DJ를 맡을 정도로 센스 있는 진행으로 수많은 무대에 서 왔다. 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음악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아이, 어른,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을 막론한 다양한 청중 앞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가 최근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세계여행’이라는 공연으로 관객을 찾는다. 우광혁 교수는 이 공연에서 자신이 세계 각국에서 조금씩 모은 70여 점의 악기를 관객과 함께 듣고 보고 연주하며 소통할 예정이다.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클래식의 뿌리들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클래식 세계여행’에 대해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 ‘클래식 세계여행’이 세계 여러 악기의 음색을 듣고, 보고, 직접 연주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들었다. 처음에 어떻게 이 공연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번 공연은 세계 여러 나라의 악기들을 한 자리에서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바이올린은 미국에 가도 있고, 영국에 가도 있지 않나. 전 세계 어디든 바이올린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바이올린은 국적이 의미가 없어진 거다. 피아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 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가 다 피아노를 만든다. 거기에 비해 쇠파이프 같은 악기는 ‘영국 스코틀랜드’하고 딱 떠오른다. 이런 악기들은 국적에 의미가 있다. 이번 공연은 국적이 분명한 악기들 70여 가지를 소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루마니아의 펜플루트, 이탈리아의 오카리나, 올리비아 쌈뽀냐, 인도네시아의 Sring을 보여준다. 이 공연은 브라질의 삼바, 멕시코 라밤바 등 국적이 분명히 드러나는 음악들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의 클래식의 뿌리들을 맛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식당으로 말하면 뷔페인 셈이다.(웃음)


이런 공연을 하는 이유는 ‘소통’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교훈을 주면 앞에서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잘 못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면 세대 간 소통이 잘 안 된다. 현 시대도 인종적으로 폐쇄적일 수 없는 시대다. 글로벌 또는 다문화라고 하지 않나. 잘 사는 나라만 따르고, 못 사는 나라를 무시하는 습관도 잘 안 고쳐진다. ‘클래식 세계여행’은 다양한 나라의 악기와 종류, 해설을 곁들인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생각을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악기와 종류를 해설과 재밌게 들을 수 있다. 들으면서 ‘인도는 못사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리듬이 멋있더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 문화 다원주의라고 하는데, 우리 문화만 좋은 게 아니라 다른 문화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 함께하는 빛소리앙상블은 어떤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나?


이 공연을 하게 된 것이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할 때 제자들과 사회복지 시설을 찾아가면서부터였다. 일종의 재능나눔봉사활동이다. 올해 1996년에 시작했으니 16년이 됐다. 기왕 하는 거 잘 하자라는 마음에 구색도 맞추고, 악기 편성도 맞췄다. 지금 공연하는 팀 중에는 그때부터 함께해온 사람들도 있다. 현재 팀의 콘트라베이스, 드럼은 그 계통에서 이름이 있는 사람이다. 보컬, 소프라노, 바리톤도 실력파들이다. 이런 실력파 뮤지션들이 무대에서 확 펼쳐놓으면 함성이 ‘확’ 터져 나오곤 한다.


- 그동안 해설자로서 연주자로서 많은 공연 무대에 서 온 걸로 알고 있다. 공연 무대에 꾸준히 서는 이유가 있나?


사실 특별한 이유는 아니다.(웃음) 오늘날의 이런 위치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나 스스로 악기가 좋고, 음악이 좋아서다. 밥은 안 먹어도 악기는 했었다. 이런 음악회를 하다 보니 문득 내가 만약 어렸을 때 이런 악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을 한 번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기마다 다른 선율과 리듬을 보여주니까 외국에도 가보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더 큰 세상을 생각하면서 자기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질 것 같고. 어릴 때는 좋은 시절인지 모르고 철없는 애들로 살지 않나. 그때 이런 공연을 봤으면 조금 더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슴에 품고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을 다른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나 같은 사람이 열심히 하면 애들이 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보따리 싸 다니면서 하는 거다.(웃음)


- 이번 공연 레퍼토리를 보니 만화영화 음악부터 시작해서, 동요, 클래식까지 굉장히 다채롭다.


아까 말씀드린 것의 연장선상이다. 나 자신을 식당에 비유했을 때 뷔페라고 생각하는 거다. 옛날에 뷔페는 배불리 먹으러 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다양하게 먹으러 가는 곳이 됐다. 뷔페에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맛이 있다 싶으면 전문점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이 공연도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다양한 걸 맛보게 해주는 거다.


한국을 대표하는 나운규 작곡가의 ‘아리랑’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아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곡이다. 그 노래가 일제 치하 암울한 시대에서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위로했지 않나. 때로는 노래 한 곡이 국가를 살리기도 한다. 그렇게 중요한 음악과 악기 소리를 아이들에게 더 많이 다양하게 들려주고 싶다. 아이들은 지루하면 안 들으니까 아이들의 음악을 솔깃하게 하는 음악들을 섞기도 하고, ‘사랑의 인사’처럼 고급스러운 정서의 클래식 음악을 넣어서 들려주고 있다.

 

 

- 직접 무대에서 해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대에서 보는 관객 반응은 어떠한가.


내가 인생을 사는 보람을 느끼는 데 큰 영향을 줄 정도로 박수와 환호가 크다. 그런 반응을 이끌어 내려면 너무 조신하게 말해도 안 된다. 해설을 할 때 쇼맨십을 많이 넣는다. 어떨 때는 뽀식이 아저씨처럼, 개그맨처럼도 말할 때가 있다.(웃음) 지루하지 말라는 나만의 노력이다.


- ‘클래식 세계여행’은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공연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이들을 사로잡는 우광혁 교수만의 노하우가 있나?


노하우가 없으면 공연이 안 된다. 노하우는 공개할 수 없다. 맛집도 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법이다.(웃음) 사실 노하우는 하나가 아니다. 그때그때 그 자리에 맞는 노하우를 쓴다. 어떤 노하우를 쓰던 노하우가 만들어지는 배경이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의식에는 ‘형평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세상에는 공평한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평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간을 PC방에서 보낼 수도 있고, 해수욕장에서 보낼 수도 있다. 독서실을 가더라도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클래식 세계여행’에 온 관객도 이 공연을 보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거다. 나는 이 음악회에 오는 사람들의 시간을 다른 데서 보내는 것보다 귀하게 만들고 싶다. 이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 마지막으로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마음의 허리띠를 풀어놓으시라. 박수는 언제 쳐야 하는지, 기분 좋다고 ‘와’하고 소리 질러도 되는 건지 걱정을 덜고 와도 된다. 왜냐면 내가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웃음)


위트 있는 해설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우광혁 교수와 빛소리 앙상블이 함께하는 ‘클래식 세계여행’은 8월 11일(토) 오후 3시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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