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한국의 판타지, 삼국유사에서 상상한다’

승려 일연이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유사를 모은 역사서, 삼국유사 속 이야기가 현대적인 해석과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연극으로 탄생한다.

오는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국립극단은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총 5편의 연극을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 불교, 판타지의 세계가 야사, 민담 등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삼국유사를 통해 더욱 확장된 시야로 독창적인 작품을 제시한다는 각오다.


5편의 창작 작품 릴레이 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건 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의 <꿈>(9.1~16). 삼국유사 중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선’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삼국유사 속 등장 인물과 소설가 이광수, 최남선을 등장시킨다. 욕망과 금기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 인물들을 통해 선행과 악행, 성과 속 등 상반된 가치 속 깨달음에 대한 물음을 진지하게 건넨다. 강신일, 남명열 등 17명의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꽃이다>(9.22~10.7)는 귀신도 탐을 낸다는 신라 당대 최고 미인 ‘수로’가 주인공이다. 요란하고 희한하며 예리하고도 흥미로운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판타지로 펼쳐질 예정. 배우, 작가, 연출가로도 활약하는 홍원기가 쓰고 박정희 연출이 지휘를 맡는다.

세 번째 작품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10.13~28)는 최치언이 쓰고 이성열이 연출한다. 무당, 상인, 호족의 아들 등 그 존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처용을 등장시켜 부조리한 현대 사회를 고발하고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의 존재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남희, 유연수, 김수현, 이명행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경순왕, 마의태자, 낙랑공주가 나오는 원전 ‘김부대왕’을 모티프로 한 네 번째 작품 <멸_滅>(11.3~18)은 권력의 중심에서 살아남고자 힘과 욕망의 줄다리기를 인물들에 집중한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말투, 행동, 의식주 등을 통해 왕가의 정치가 마피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어 현대 정치사의 한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철수영희> <민자씨의 황금시대> 등을 쓴 극작가 김태형과 <연변엄마> 등의 박상현 연출이 함께 한다.

마지막 작품 <로맨티스트 죽이기>(11.24~12.9)는 삼국유사 기이편에 실린 ‘도화녀와 비형랑’의 이야기를 비튼다. 설화는 죽은 왕의 혼령과 미녀 도화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귀 비형을 중심으로 하지만 <로맨티스트 죽이기>에서는 귀신 길달에 집중하여 당시 신라사회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뛰어난 건축술과 천문학으로 신라 발전에 큰 공헌을 했지만 역사속에서 외면 받는 꿈꾸를 로맨티스트 길달의 아픔이 무대 위에 펼쳐질 예정이다. <루시드 드림>의 작가 차근호 작, 극단 여행자의 대표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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