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몸으로 표현하는 가야금 선율’ 국립발레단 ‘아름다운 조우’

‘발레’ 연습실에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울린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 초,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 기념작 ‘아름다운 조우’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아름다운 조우’는 ‘국악과 발레의 만남’을 주제로 국악계 거장 황병기의 음악과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에는 서로 다른 개성과 필모그래피를 지닌 세 명의 안무가 파리오페라발레단 니콜라 폴,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정혜진,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 박일이 참여한다.


세 명의 안무가는 각자에게 배정된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습에 열중이었다. 무용수들은 ‘한국적인 선율’에 맞춰 짜인 발레 안무들을 직접 몸으로 움직여 보며 아직은 어색한 동작들을 익히고 있었다. 이들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묻기도 하고, 한국 무용 전공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9월 말 ‘아름다운 조우’의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연습실을 찾았다.


STUDIO 1. 정혜진 ‘달’


첫 번째 스튜디오에는 서울예술단 정혜진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달’의 연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정혜진 예술감독은 날카로운 눈으로 무용수들의 동작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함께하는 조안무가와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정혜진 예술감독의 ‘달’은 한국적인 곡선을 이용한 동작이 많았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토슈즈를 신는 한국무용’을 보여준다. 남자 무용수들은 한국의 전통무예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동작을, 여성 무용수들은 전통 놀이인 강강술래를 연상하게 하는 ‘원을 만들고 회전하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정혜진 예술감독의 ‘달’은 황병기의 ‘침향무’, ‘밤의 소리’ 등의 음악을 사용한다. 그는 “한국 음악과 발레의 조합은 대학 다닐 때부터 많이 생각해 왔다. 옛 스승님께서 한국 무용의 세계화를 제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다. 아마 한국 무용하는 사람이 발레를 해야 한국적 정서가 흘러들어 가지 않겠느냐는 의도이셨던 것 같다. 이번 기회로 우리 문화가 발레화 함께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숙명적인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에 출연하는 무용수로는 김지영, 이은원, 박슬기, 박나리, 안효진, 고혜주, 송정빈, 김기완, 김윤식, 김희현, 김경식 등이 함께한다.


STUDIO 2. 니콜라 폴 - Nobody on the Road


두 번째 연습실에서는 니콜라 폴이 내한 전 이미 완성한 안무를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무용수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유연하고 역동적인 몸놀림으로 안무를 직접 선보였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니콜라 폴의 몸짓을 따르며 다양한 동작을 소화해냈다.

 

 

니콜라 폴의 안무는 정형화된 고전발레의 동작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안무들이 많았다. 발끝을 들어 턴을 하거나, 도자기를 품에 안고 걷는 등의 강렬하고 절제된 이미지들이 연속됐다. ‘아름다운 조우’에서 니콜라 폴은 ‘해외 안무가’가 바라본 ‘국악’의 이미지를 그려낼 예정이다.

 


니콜라 폴은 ‘아름다운 조우’에 참여한 것에 대해 “현존하는 작곡가분의 음악에 맞춰 작업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황병기 선생님의 음악을 들은 뒤 정말 와 닿아서 그 작품의 안무를 해야겠다고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황병기의 ‘비단길’ 음악을 사용한다. 그의 안무작 ‘Nobody on the Road’에는 정영재, 서재민, 배민순, 선호현, 신승원, 신혜진, 강효형, 정혜란 등이 출연한다.


STUDIO 3. 박일 - 미친 나비 날아가다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 박일은 ‘미친 나비 날아가다’를 선보인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삶과 애환을 담은 이 작품은 진지함 뿐 아니라 위트와 재미도 함께 보여준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김삿갓이 홀로 방황하면서 느꼈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 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일의 연습실은 “더 섹시하게!”라는 주문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는 연습을 지켜보며 무용수들의 위치를 정해주기도 하고, 어려워하는 동작에 대해 직접 나서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오랜 시간 함께해온 발레마스터답게 카리스마와 웃음을 동시에 아우르며 연습을 진행했다. 이날 연습에는 섹시함과 재치를 가미한 기생들의 춤, 김삿갓의 화려한 아크로바틱 등의 동작이 이어졌다. 박일의 작품에는 이동훈, 임성철, 박기현, 이영도, 이대성, 김리회, 정지영, 박예은, 김민경, 이슬비 등이 출연한다.

 


‘아름다운 조우’는 국립발레단의 창단 50주년 기념작 두 번째 프로젝트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는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와 안무가 안성수가 힘을 더한 발레 ‘포이즈’를 선보였다. 올해 ‘50년의 꿈 100년의 감동’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국립발레단은 앞으로 100년의 감동을 위한 자체 레퍼토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악과 발레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조우’는 9월 27일(목)부터 9월 28일(금)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정지혜 기자 사진_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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