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담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가야금 연주자 황현선
11월 10일 황현선은 연주자로서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정 하나를 앞두고 있다. 처음으로 자신만의 독주회를 갖게 된 것이다. 첫 독주회여서 “욕심도 많이 나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는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4년의 대학생활 동안 배운 것들을 토대로 자신의 역량을 관객에게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황현선은 ‘설무’, ‘달그림자’, ‘Mosaic’, ‘모차르트 교향곡’, ‘김죽파류 가야금 짧은 산조’ 등을 들려준다. 국악뿐 아니라 클래식, 현대곡 등 비슷한 느낌을 지닌 곡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곡 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독주회는 여러 종류의 가야금을 사용해 다양한 음색을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첫 곡 ‘설무’는 이상규 선생님 곡입니다. 자연(눈)과 인간(무희)의 관계를 보다 상징적인 율음으로 표현한 곡이에요. 12현 가야금으로 연주해요. ‘달그림자’는 원일 선생님 곡으로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숨고 찾는, 고향 마을과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포근한 곡이예요. 이 곡은 18현 가야금으로 연주할 거예요. 함현상 선생님의 ‘Mosaic’은 소중한 추억의 파편을 한 조각 한 조각 맞추는 것처럼 3개의 악상이 서로 다른 화성과 리듬으로 모자이크처럼 이어지는 진행이 굉장히 다채로워요. 25현 가야금으로 들려드릴 거예요. 네 번째로 ‘모차르트 교향곡’은 K'art 가야금 앙상블 첫 회 때 연주했던 곡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 이번 독주회에도 연주하게 됐어요. 마지막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는 조 변화가 다양하고 농현이 매우 섬세하고 심오한 것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여성적인 산조하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국내의 예술 수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녀는 특차로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오랫동안 가야금을 해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없느냐 묻자 “가야금을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없어요. 가야금을 연주할 때는 밝은 생각만 갖고 연주하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연주회에서 실수했던 기억이 연주자로서의 ‘성장통’으로 남지는 않았을까. 황현선은 “20살 때 처음으로 무대에서 악보를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고 내려온 경험이 있거든요. 그때 실수 이후로 완벽하게 암보한 악보여도 틈틈이 악보를 챙겨보는 버릇이 생겼어요”라고 답했다.
그녀가 가장 가야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암보’와 ‘자세’다. 연주자의 기본은 모든 선율을 익히는 것이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게 해주는 것이 자세이기 때문이다. “악보에 기보돼 있는 모든 정보를 자세히, 확실하게, 꼼꼼히 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세는 손 모양에 따라 달라져요. 가야금에는 줄을 울려서 위로 올리는 소리, 나무통을 울려서 밑으로 내는 묵직한 소리 등 자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어도 다양한 색깔을 보일 수 있거든요”
그녀에게 가야금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준 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K'art에서 만난 박설현이다. 현재 가야금앙상블 아우라와 K'art 악장을 맡고 있는 박설현은 황현선에게 가야금의 새로운 매력, 여러 가지 색을 찾는 법을 깨우쳐 줬다. 점점 가야금의 다양한 색을 알게 되면서 황현선은 더욱 가야금의 ‘손맛’에 빠지게 됐다. 정악 가야금, 산조 가야금, 18현 가야금, 25현 가야금 등 종류별로 각각 다른 색을 지닌 악기들은 어떤 자세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소리들이 손끝에서 춤을 춘다.
황현선은 가야금의 매력에 대해 “가야금은 종류별로 각각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어요. 저에게 정악은 단정한 색깔이고, 산조는 무지개, 18현은 파스텔, 25현은 비비드한 색이에요. 이 다양한 색들을 손 쓰임에 따라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점이 가야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있는지 묻자 이번 공연에서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고 전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있다기보다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하는 Mosaic이란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말 그대로 모자이크처럼 화려한 색을 많이 갖고 있는 곡이예요”라고 말했다.
국악의 대중화에서도 젊은 국악인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전했다. 황현선은 젊은층이 국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홍대나 강남역에 가면 흔히 말하는 길거리 연주하는 연주자를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요즘 유행하는 기타 연주도 역시 길거리 연주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친근해진 악기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국악을 연주장에 어렵게 찾아 가서 접하는 것 보다 길거리 연주를 통해서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가깝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앞으로 펼칠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에 대해 “순수한 삶을 살고 싶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다른 어떤 전공보다 가장 순수하고, 자유롭고, 연주자의 성격, 성품, 생각이 고스란히 그대로 드러나는 전공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나를 다 담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또 그런 음악을 통해서 나 자신도 순수한 삶을 살고 싶고요”
(*이 기사는 월간 삼호뮤직 11월호에 송출됩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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