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새 지평을 열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5주 동안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원작은 구보 박태원이 자신의 하루를 담은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다. 이 작품은 소설을 그대로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형식과 영상기법이라는 실험적 시도를 했다. 이를 통해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관객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연출가 성기웅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매진이 되어 기자가 표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마무리를 지어가는 시점에서의 소감을 말해 달라.
좋다(웃음). 초연할 때는 새로운 연극의 형식과 기술을 시도하는 것이라 모험이었다. 두 번째로 올리면서 작품이 자리를 잡아 관객들이 많이 와 주었다. 이 작품은 시간을 두고 완성했다. 그만큼 애착도 많이 갖고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흐뭇하다.
- 기술,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연출시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스텝들이 잘 해줘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어려웠던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이 작품에서는 배우들이 말과 행동과 마음을 분리해서 연기해야 한다. 이 분리작업이 완전히 적응되기 전에는 배우가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기가 안정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두 번째로 올리는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초연과 무엇이 달라졌나.
초연 때는 영상 사용에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번 공연을 하면서 영상사용에 완전히 적응이 됐다. 영상에는 이전보다 풍미성을 더했다. 또한 1부, 2부에서 영상들이 일관적인 양으로 노출되도록 정리했다.
스토리상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주인공은 ‘현실 속의 인물인 박태원’과 박태원의 분신인 ‘소설 속 인물 구보’ 둘로 나뉘어 있다. 역할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혼란이 올 수 있었다. 이 부분의 연극적 논리를 보강했다. 또 한 가지는 ‘이상’의 내면을 더 잘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스토리를 조정하여 이상의 내면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 문학이 주는 여백의 공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나의 베이스는 책이다. 미술, 무용 등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연극을 책에서부터 시작했다. 현재 희곡 낭독 공연 연출을 하면서 소설 낭독 공연을 하고 있다. 소설 낭독 공연의 경험이 소설을 토대로 한 공연을 연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의 특징은 글로 전달함으로써 독자에게 풍부한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대에서 글을 읽어주면서 관객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여백의 미로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 1930년대를 살아가던 지식인과 예술가의 모습이 현재의 예술가와 닮은 점이 있다면?
1930년대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고 도시문화를 자리를 잡은 시기이다. 지금의 서울이 형성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때의 예술가는 현대 예술가의 원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소설가 등의 특별게스트 낭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있나.
연극의 마지막에 낭독공연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은 전체 공연 중의 가장 심플한 낭독이다. 그 부분에 소설가와 유족 특별 초청을 해 이벤트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으로 구보시리즈를 3편 연출했다. 이 시리즈의 연작으로 네 번째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이미 2회를 진행한 바 있는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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