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Up↑&Down↓] 뮤지컬 ‘군수선거’

서울에는 젊은 지식인들이 넘쳐나지만, 시골에는 노인들과 다문화 가정 등의 소외된 이웃이 소수로 모여 살아간다. 이들의 이야기를 정감 있게 다룬 작품이 뮤지컬 ‘군수선거’다. 작품은 트로트 장르로 뮤지컬 넘버를 구성했다. 단순한 가사에 경쾌한 비트의 트로트는 관객에게 신선함을 더한다. 뮤지컬 ‘군수선거’의 무대에는 선거를 중심으로 한 시골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 화끈하고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관객과의 소통

 

Up↑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관객과의 소통을 꾀하다

 

뮤지컬 ‘군수선거’는 공연 시작 전부터 사랑리 마을 주민들이 무대 위에 퍼질러 앉아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관객들이 가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공연 당일의 이슈들에 대해 옆 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대화한다. 여기서 관객들은 이미 작품에 마음을 열고 몰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이야기 속의 군수 후보들은 관객들에게 직접 유세를 하고, 마을 잔치 도중 막걸리 잔을 내밀기도 한다.

 

이러한 소통이 더욱 극적일 수 있는 것은 타깃 관객이 중년층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연륜으로 넉살좋게 지하철 옆자리 사람에게도 말을 건넬 수 있는 중년층들은 이러한 소통을 반갑고 즐겁게 받아들인다.

 

Up↑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짜임새 있는 전개

 

이 작품의 소재는 ‘선거’다. 선거라는 소재를 위트 있는 풍자와 한국적인 음악으로 경쾌하게 그려낸다. ‘선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보고, 토론을 벌였던 주제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행동은 마치 대한민국 선거판의 축소판 같다. 선거후보자들은 대단한 선거공약을 외치지만, 정작 사랑리에서 문제가 되고 필요한 노인 복지 문제, 다문화 가정 지원, 귀농 문제들은 외면한다. 후보들 가운데 ‘나훈남’ 만이 이웃들의 걱정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돕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은 ‘선거’라는 소재 뿐 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불임부부, 자폐아, 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의 이야기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들의 진심을 표현하며 감동을 주고, 때로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양한 소재를 한 번에 그려내면서도 관객이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 덕분이다.

 

 

- 감칠맛 나는 연기

 

Up↑ 배우들의 쫀득한 연기력

 

배우들의 연기는 쫀득쫀득하게 맛깔스러웠다.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은 시골의 풍경을 그려내는 주된 매개체였다. 베트남 여성 ‘뚜이’를 연기한 김혜나 배우는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를 어설픈 한국말과 함께 잘 버무려냈다. 동네 바보인 자폐아를 연기한 이기섭 배우는 실감나는 바보연기를 해내면서도 내면의 따뜻함을 잘 전달했다.

 

멀티맨의 활약도 눈부셨다. 공연 시작 전부터 구수한 입담을 펼친 이장 역의 장재권 배우는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로, 경찰로 활약하며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다. 군수 여성 후보 장미화 역의 이성경 배우도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엉터리 영어를 구사하며 얄밉도록 잘난 척하는 장미화는 바보 아들을 둔 병약하고 가슴 따스한 엄마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Down↓ 곳곳의 아쉬웠던 넘버들

 

배우들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며 웃음과 함께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배우들의 노래였다. 트로트는 듣는 이로 하여금 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해 다소 완벽한 보컬이 아니더라도 전달력이 컸다. 하지만 ‘나훈남’과 그의 아내인 베트남 여성 ‘뚜이’가 부르는 사랑노래와 같은 발라드 풍의 노래는 관객의 몰입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Down↓ 호흡을 흩트리는 군무

 

이 작품의 후반부에는 관객들이 덩실덩실 흥이 나게 하는 발랄한 음악과 함께 군무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춤추며 노래하는 신선한 무대를 선사한다. 이 장면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이 다소 맞지 않아 안타깝기도 했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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