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를 힐링하자”, 뮤지컬 ‘심야식당’
우리의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꽤 무겁다. 대부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여유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런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갇혀 그 쳇바퀴를 깨뜨리지도 못하고 있다. 뮤지컬 ‘심야식당’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다. 뮤지컬 ‘심야식당’은 울다가 공연장에 들어왔다가도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는 ‘힐링캠프’같은 공연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특별함을 주는 음악
뮤지컬 ‘심야식당’은 특별할 것도 별난 것도 없다. 음악도 소소하다. 음악이 인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긴 하지만 귀에 꽂히진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에 등장하는 소소한 음악을 들으며 관객은 힐링이 된다.
처음 등장하는 곡 ‘심야식당’은 피아노의 고음과 마스터(심야식당 주인)의 묵직한 저음이 어우러졌고, 이어 등장하는 첼로의 포근한 사운드가 곡 전체를 감싸, 관객을 힐링의 첫 단계로 이끌었다. 금관악기가 블루지(애수를 담은 듯한 뉘앙스)한 스케일을 사용하여 첼로에 이어 묵직함을 이어나갔다. 치익치익 달궈진 프라이팬에 익힌 문어발 비엔나소시지, 계란을 풀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은 후 노릇노릇 구운 계란말이, 도마 위에 울리는 또각또각 칼소리까지 무대 위에서 보이는 요리는 음악과 어우러져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심야식당 한쪽 귀퉁이에서 마스터가 요리를 하는 소리와 음식향기는 관객에게 추억을 삼키게 했으며 음악과도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다. 뮤지컬 ‘심야식당’은 대극장 뮤지컬처럼 화려하지도, 이거다 싶게 귀에 꽂히는 멜로디가 존재하지 않는다. 욕심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관객에게 편하게 어필했다. 너무 욕심을 내지 않은 걸까? 때로는 센스 있는 구성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노래 안에 어떤 악기가 어디에 나올지 마치 예고라도 해주는 뻔함보다 허를 찌르는 한두 개의 새로운 구성이 아쉬움을 남겼다.

음식보다 다양한 인생의 맛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
심야식당 손님들은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든다. 심야식당이 사람들이 잠든 후 자정부터 문을 여는 까닭이다. 얼굴에 알 수 없는 선명한 흉터를 가진 마스터(심야식당 주인), 야쿠자, 호스트바를 운영하면서 야쿠자를 사모하는 50대 게이, 나이 많은 스트리퍼, 아직 결혼 못한 노처녀 삼인방,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50대 총각 등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으며 사회에서 조금은 소외된 이웃들이다.
손님들은 신주쿠의 좁고 어두운 심야식당에 모여 사연이 깃든 음식을 매일같이 주문하면서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이야기는 마스터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마스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엄마처럼 때로는 누나처럼 늘 그들의 편이 되어주고 위로를 해준다. 손님들은 지치고 허기진 마음을 위로를 받기 위해 심야식당으로 매일 발걸음을 옮기고 거기서 주린 배도 마음도 채운다.
마스터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만 음식 앞에서 늘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오차즈케 시스터 중 한 명에게 ‘먹고 싶은 게 많은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텅 빈 마음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우리는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처럼 외롭고 지친마음을 달래주는 우리의 심야식당을 찾아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백수진 기자 사진_홍아름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