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 미리보기] 빛과 어둠으로 그리는 ‘나’의 공간, 연극 ‘드레싱’

득과 실을 계산하는 인간관계에 지쳐있는가. 친구를 만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 한구석은 뻥하니 뚫려있다. 연애도 스펙을 따져야 하는 ‘평가주의’ 세상은 외면하고만 싶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

 

연극 ‘드레싱’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그린다. 주인공들은 그들에게 점수 매기려 하는 사람들보다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인형과 함께한다. 관계가 깊지 않기에 감정소모도 없다. 작품은 마음 한편에 고독을 안고 사는 관객들에게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어루만진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 줄 연극 ‘드레싱’은 어떤 작품일까.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우수작 수상작

 

연극 ‘드레싱’은 2008년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우수작 수상작 연극 ‘리얼러브’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연극 ‘리얼러브’는 매력적인 운율의 대사,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09년 ‘파파프로덕션 스테이지워크샵(시범공연)’에서 공연 관계자와 마니아 관객들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연극 ‘리얼러브’는 2010년 초연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연극 ‘드레싱’은 2010년 연극 ‘리얼러브’를 연출한 파파프로덕션의 대표 이현규가 연출을 맡았다.

 

빛과 어둠의 대비만으로 상상을 자극하는 무대 연출

 

연극 ‘드레싱’은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조명의 빛과 무대의 어둠이 대립하며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작품은 오로지 빛과 공간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그린다. 연극 ‘드레싱’은 단순한 연출로 관객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이미지를 선사한다. 연극의 참 묘미인 공간의 예술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연극은 빛과 어둠을 이용해 집 앞 골목길, 카페 등의 공간을 구분해 인물들의 고독과 고립을 표현한다. 남자와 여자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빛의 공간에 갇혀버린다.

 

인간의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힐링연극 ‘드레싱’

 

흔히 위무 용품이라고 불리는 ‘리얼돌’이 연극에 등장한다. 이 인형은 여성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 작품의 ‘리얼돌’은 인간관계에 지쳐 자신만의 방으로 숨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소재다.

 

‘리얼돌’은 주인공 남자 씨와 여자 씨가 원하는 최적의 상대다. 자존심을 죽이고 상대에게 맞출 필요도 없다. ‘리얼돌’은 항상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존재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리얼돌’이 주인공의 삶을 바꾸려 들지도 않고, 토닥여 안아주지도 않는다. 관계가 깊어질 위험이 없다.

 

이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리얼돌’을 사랑한다고 믿는 주인공들은 깊은 외로움을 수면으로 끌어 올려 이야기한다. 이들이 사랑하는 ‘리얼돌’은 어떤 모습일까.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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