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절 보고 스펀지 같은 아이라고 하더라고요” 배우 고은성

배우 고은성은 해맑은 사람이었다. 아이처럼 투정 부리는 듯 힘든 점을 이야기하다가도, 이내 같은 주제로 농담도 던지며 투명한 웃음이 솟아올랐다. 각기 각색의 캐릭터들을 그 빛깔 그대로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진 배우였다.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그는 ‘스펀지’같다. 하지만 배우 고은성이 말한 ‘스펀지’의 의미는 달랐다. 그가 스스로 바라보는 배우 고은성은 어떤 사람일까.
 
- ‘대니’ 캐릭터는 많은 배우가 거쳐 갔다. 배우 고은성의 ‘대니’는?
 
뮤지컬 ‘그리스’는 춤과 노래가 많은 작품이고 화려하다. 그러다 보니 외형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배우들이 많았다. 나는 좀 다르게 ‘대니’에게 다가가고 싶다. ‘대니’의 감정에 집중하는 편이다. ‘대니’가 왜 ‘샌디’를 사랑하게 됐을까를 고민하고 그 내면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진실한 모습’을 관객들이 보고 멋있다고 느꼈으면 한다.
 
- 뮤지컬 ‘그리스’는 스타를 키우는 뮤지컬로 유명하다. 고은성이 그리는 자신의 미래는 어떤가.
 
난 아직 24살이다. 물론 유명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른 전까지는 좀 더 실속을 차리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해 연기도 더 배워야 한다. 뮤지컬 ‘그리스’도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말일지 모르지만 진중하면서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배우로 성장했으면 한다.
 
- ‘죽기 전에 이런 작품은 꼭 해보고 싶다’하는 작품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예전에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와 같은 대작들을 언급했다. 지금은 이인극을 해보고 싶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야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들 말이다.
 

 
- 배우 고은성에게 뮤지컬 ‘그리스’는 어떤 작품인가?
 
뮤지컬 ‘그리스’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다. 목 디스크가 생기기도 했다. 이 무대에 서면서 몸 관리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체력 관리 하는 것도 실력이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춤추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연기에서 겉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사실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었다. 연습 때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다. 이제는 혼나도 괜찮다.(웃음) 뮤지컬 '그리스‘는 악바리로 만든 작품이다. 연출님이 그러더라. “너는 스펀지 같은 아이다” 밟고 또 밟아도 다시 올라온다고 말이다.
 
- 몸에 무리는 없나?
 
뮤지컬 ‘그리스’를 하면서 얻은 것이 많지만 잃은 것이 한 가지 있다. 엄지발가락이다.
 
내가 키가 작다. 신발에 ‘깔창’을 엄청 깔아야 한다.(웃음) ‘깔창’을 낀 채 춤을 한 번 추면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어느 날 엄지발가락에 감각이 없더라. 피부과에 갔더니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담당 의사가 슬리퍼나 런닝화를 신고 다니라고 하더라. 엄지발가락에 감각이 아직도 없다. 뮤지컬 ‘그리스’가 아직 한 달 정도 더 남았다. 내 ‘발가락’을 위해서는 이 작품을 빨리 끝내야 하지 않겠나.(웃음)
 
‘대니’ 역은 더블캐스팅이라 매일 무대에 서지 않는다. 이틀에 한 번꼴로 공연한다. 반면 다른 캐릭터들은 매일 무대에 오른다. 내가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없는 것이 그분들 덕이다. 꼭 전하고 싶다. ‘경의를 표한다’고 말이다.(웃음)  

 


- 이 작품으로 작년 지방투어를 했었다. 지방공연과 서울공연의 반응이 다른가?
 
지방은 관객 반응이 더 크다. 관객들이 더 마음을 열고 본다. 지방은 아무래도 서울만큼 공연이 활성화 돼 있지 않다. 그래서 더 재밌게 봐준다. 어려울 줄 알았던 뮤지컬을 ‘재미있구나’하고 받아들인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더 힘이 난다.
 
- 배우 고은성, 배우 정민을 말하다.
 
정말 좋다. 일단 ‘인간미’가 철철 흐르는 사람이다. 내가 어리기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들이 있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혼나면서 배우지 않나. 정민 형은 팀에서 거의 맏형이지만 혼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로 이야기한다. 너그럽고 자상한 사람이다. 연습 때도 전혀 싫어하지 않고 하나하나 가르쳐 줬다. 나에게 있어 정민 형은 ‘대니’ 역의 교과서다.
 
외모도 키 크고 멋있어서 참 부러워했다. 나보다 ‘대니’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더블캐스팅이다 보니 막상 공연에 들어와서 얼굴 볼 일이 없다. 한 달가량 남았으니 정민 형 공연에 찾아가야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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