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센스’, 실력으로 승부 건다” 뮤지컬 ‘넌센스’ 박원정 대표

뮤지컬 ‘넌센스’는 1991년 국내 초연한 후 쉼 없이 이어져왔다. 22년이나 이어온 작품의 저력은 장대한 세월이 여기저기 배어있다. 국내 최장기 공연 타이틀은 물론 박정자, 우상민, 윤석화, 양희경, 하희라, 신애라, 전수경, 양금석 등의 스타 배우들이 거쳐 간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국민뮤지컬’이라 불릴 만큼 잘 알려진 ‘넌센스’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신뢰도 적지 않다.


뮤지컬 ‘넌센스’는 2013년 현재도 대학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4월 19일(금)부터 시작된 새 시즌은 스타급 배우들 대신 ‘서바이벌 오디션’ 경쟁을 치른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 모두들 혹독한 연습기간을 거쳐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뮤지컬 ‘넌센스’ 제작사 넌센스컴퍼니의 박원정 대표는 “작품에 자신이 없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공연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힘든 부분도 많지만 1막이 끝난 뒤 재미있다고 말하는 관객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올 첫 공연을 시작한 지난 19일 넌센스컴퍼니 사무실, 날선 세월의 바람에도 풍화되지 않고 꾸준히 진화해온 뮤지컬 ‘넌센스’ 박원정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넌센스’ 관련 빚, 모두 청산했다”


제작사 넌센스컴퍼니의 박원정 대표는 2008년 처음 대표직을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오던 봉사활동을 계기로 극단 대중의 故조민 대표의 어머니를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됐다. 박원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봉사활동에서 만난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자꾸 대형 공연 티켓을 여러 장 주시니까 뭐 하시는 분인가 했다.(웃음) 알고 보니 故조민 대표님의 어머니셨다. 이후 자연스럽게 故조민 대표님을 소개받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직을 맡게 된 것도 예견된 일이었다. 故조민 대표가 ‘공연 제작을 하려는데 손을 빌려 달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는 그녀는 약 1년간 故조민 대표를 보좌하며 공연 일을 도왔다. 매표부터 시작해 점점 라이선스, 로열티 문제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이후 병마와 싸우던 故조민 대표가 생을 달리하자 생전에 말씀하신대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돌아갔다.


“대표직을 맡기 1년 전까지도 공연에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박원정 대표는 그때부터 마음을 달리 먹었다. 자신이 달라지지 않으면 뮤지컬 ‘넌센스’와 식구들을 지킬 수 없다는 강한 책임감이 마음을 다잡게 했다. 공연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중요한 자리를 맡은 만큼 주변의 의심스러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원정 대표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뢰와 신념을 바탕으로 뮤지컬 ‘넌센스’를 이끌었다. 그녀는 “치러야할 대금이 있으면 모두 주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제날짜에 지급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대표직을 맡을 당시 3년 안에 빚을 다 갚지 못하면 공연계를 떠나겠다고 다짐했었다”며 “지금은 그 빚을 모두 청산한 상태라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새로운 시즌, 또 다른 시작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뮤지컬 ‘넌센스’. 박원정 대표에게 새 시즌을 시작하는 소감을 묻자 “할 때마다 새롭다”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우리 뮤지컬은 배우들의 힘이 강하다. 현재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도 A팀이 있고, B팀이 있다. 그 외에도 지방공연을 함께하는 배우들이 있다. 이들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 느낌이다. 애드리브도 배우마다 다르고, 솔로 장면도 배우에 따라 다르다. 그것이 뮤지컬 ‘넌센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22년간 이어온 장기 공연인 만큼 신경 쓸 부분도 많다. 국내 정서에 맞는 각색과 유머 코드를 비롯해 시대에 발맞춰 리뉴얼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리뉴얼된 공연에서 ‘음향’ 쪽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였다. 소극장 뮤지컬에서 맛보기 어려운 ‘하모니’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박원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시즌 뮤지컬 ‘넌센스’는 귀가 즐거워졌다. 콘솔부터 메인 스피커까지 모두 보강해 음향 세팅을 완전히 새로 했기 때문이다. 2년 전, 뮤지컬 ‘넌센스’의 겨울 공연 당시 전기가 나가는 사건이 있었다. 내일 당장 공연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음향기기를 렌탈해 밤새 세팅해야만 했다. 공연은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그날 무대 이후, 나가는 관객들 중에는 CD 판매를 물어보는 관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박원정 대표는 “바로 음향의 힘”이라며 “관객들의 수준은 이미 아주 높은 곳이 닿아있다. 이번 공연도 음향 설비 보강으로 소극장에서도 멋진 화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 ‘넌센스’의 새 공연에는 치열한 오디션 경쟁을 통해 무대 오른 배우들이 함께한다. 최종 합격하고도 연습 도중하차한 배우가 세 명이나 된다. 박원정 대표는 “모질다고 원망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배우들의 실력이 떨어지면 작품의 질도 함께 떨어진다. 인물을 소화할 수 없는 배우는 무대에 세울 수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답했다.


뮤지컬 ‘넌센스’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작품이다. 배우들도 어렵기로 손꼽는 코미디 장르인데다 관객과 소통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박원정 대표는 “합창, 개인 솔로, 안무가 모두 골고루 있어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못한다. 배우들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는 꿈도 꾸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뮤지컬 ‘넌센스’를 이끌어 가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일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내놓은 답은 ‘홍보’였다. 그녀는 “뮤지컬 ‘넌센스’는 국내 최장기 공연이다. 할 수 있는 홍보 방법은 거의 다 한 상태다. 홍보비에 큰돈을 투자하기도 어렵다.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데 지루하지 않게 매번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 작은 공연이라서 생길 수 있는 문제다. 공연 홍보는 실력과 입소문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티켓 프로모션으로 최대한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제작사는 따로 홍보팀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획팀에서 제작부터 홍보까지 맡아서 진행하다 보면 무거운 업무량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직원도 허다하다. 박원정 대표는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회에서 매년 많은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규모 기획사 작품 홍보를 위해 협회가 대신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대형 작품은 홍보비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소규모 공연은 한정적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원정 대표에게 뮤지컬 ‘넌센스’가 지금까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이제는 제목 자체가 힘이다. 워낙 잘 알려져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지 않아도 실력 있는 배우들이 참여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스타 배우의 개런티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실력이 좋지 않은 스타 배우를 쓰면 작품의 질은 물론 이익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로에서는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뮤지컬 ‘넌센스’는 4월 19일(금)부터 8월 18일(일)까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의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