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푸르른 날에’ 재공연, 성장한 부분 잘 다스릴 것” 고선웅 연출가
연극 ‘푸르른 날에’가 일으킨 반향의 중심에는 연출가 고선웅이 있다. 그는 연극 ‘뜨거운 바다’, ‘리어외전’, ‘칼로막베스’ 등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작품들로 매 공연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출가다. 고선웅은 이 작품의 각색과 연출을 맡아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야기의 본질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고선웅 연출가와 4월 12일 유선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 연극 ‘푸르른 날에’가 5월 4일부터 6월 2일까지 세 번째 재공연 무대에 오른다.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이야기가 갖고 있는 원래의 힘이다. 된장국을 끓이면 된장 맛이 살아있어야 한다. 이야기도 이처럼 원래의 풍미가 있다. 연출은 이야기의 진정성과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1시간 45분 동안에 벌어지는 일로 상황이나 인물, 시대적 배경 등이 굉장히 기구하다. 그런 것들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것 같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잘 풀어줬다.
- 중극장 규모의 연극이 세 번이나 연이어 재공연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재공연할 때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연극은 한 번 무대에 오르고 나면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한 작품을 만들려면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재공연하면 작품이 ‘자연성숙’되는 부분이 있다. 연출과 스태프가 재공연에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 작품이 왜 재공연을 하게 됐을까’의 본질을 따라가면 더욱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 이번 무대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
‘본질’을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작품은 어느 순간이 되면 ‘자가성숙’한다. 연습하면서도 느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고 성숙해졌다. 2012년 재공연이 그랬듯이 이미 다시 공연되는 순간 진화된 거다. 달라지려 애쓰는 부분은 없다. 그동안 성장한 부분을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연극 ‘푸르른 날에’는 ‘제3회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했던 정경진 작가의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처음 희곡을 봤을 땐 어땠나.
이 작가가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어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질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형식과 연극성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작품이 본질 때문에 지나치게 진지해지면 관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만 담아내는 것 보다, 다른 얼개에 담아내는 것이 오히려 ‘본질’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 연극은 엄밀한 의미에서 허구지만, ‘허구에서 진실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고매한 진실과 진정성이 있다. 그것을 잘 쳐다보고,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
- 연극 ‘푸르른 날에’는 고선웅 연출가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연극이자 관객의 끊임없는 성원이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제 연극 ‘푸르른 날에’ 지난 공연을 촬영한 DVD를 봤다. 보면서 이 연극을 지혜롭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진심을 놓지 않으려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좋았다. 물론 이제까지의 작품도 늘 진정성 있게 하려고 해왔다.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과 좋아하는 것들을 했었다. 연극 ‘푸르른 날에’에서는 연극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과 책임 등에 대해서 고민했다. ‘고선웅’의 객기가 통제돼 만들어진 ‘착한 연극’이다.
- 최근 여러 작품으로 호평을 이끌어 내며 ‘제32회 영희연극상’을 수상했다. 소감은?
릴레이로 바통을 이어받은 것 같다. 이제는 중간쯤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잘 넘겨줘야 할 것 같다.
- ‘제32회 영희연극상’의 심사평에서 ‘연극이 지닌 본연의 연극성과 깊이 있는 사회성을 바탕으로 관객과 평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고선웅 연출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연극은 대중이 보는 것’이니까 대중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극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대중의 취향에만 맞출 수도 없다. 만드는 이들의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연극은 대중성과 진정성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 ‘영희연극상’을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런 평을 해줘서 기뻤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다.
연극 ‘푸르른 날에’ 공연 정보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등급 : 미취학아동입장불가
관람시간 : 100분
일시 : 2013.05.04 ~ 2013.06.02
출연 : 김학선, 정재은, 정승길, 이영석, 호산, 이명행, 조윤미 등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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