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만 아는가? 이번엔 희극이다’ 국립극단 가을마당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등 그간 그리스 비극을 자주 만나왔다면, 이젠 그리스 희극이다. 매 시즌 참신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국립극단(예술감독 손진책)이 올 9월부터 시작되는 가을 마당에서 고대 그리스 대표 희극 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 세 편을 연이어 선보인다.

그리스 아테네 생인 아리스토파네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 전후 불안정한 아테네의 정치, 사회를 풍자한 작품을 많이 발표한 대표 작가. 무한한 상상력이 더해진 재기 발랄한 대사, 유머와 패러디로 사회 모순을 고발함과 동시에 자유에 대한 열망을 주제로 한 것이 특징이다.

첫 작품인 <개구리>(9월 3일~15일, 백성희장민호극장)는 국력이 바닥난 아테나의 재건을 위해 디오니소스가 3대 비극시인인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 중 한 명을 되돌려 오려고 저승으로 길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동정치와 무모한 전쟁론자들의 실정으로 수렁에 빠진 그리스의 실상이 비약과 모순을 통해 펼쳐지는 것이 특징으로, 박근형 연출의 이번 <개구리> 에서는 현대 대한민국으로 시공간을 옮겨, 삼보일배 고행 순례 중인 신부와 동자승이 등장한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6명의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춤, 악기 연주로 흥겨운 무대를 펼친다.

낭비벽으로 빚이 쌓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소크라테스 학교에서 궤변술을 익히게 하여 채권자들을 몰아냈지만, 급기야 아들은 궤변으로 아버지를 때리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한다. <소년이 그랬다> <사천가> <억척가> 등의 남인우가 연출하는 <구름>(9월 24일~10월 5일)은 불필요한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들의 욕망을 경쾌하게 풀어낸다.

마지막 작품 <새>(10월 22일~11월 3일)는 현실 세계에 염증을 느낀 두 노인이 이상적인 나라를 찾아 새들의 나라를 건설하며 시작된다. 윤조병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세속에 물든 인간, 자유로운 새, 절대 권력 신들의 이야기 속 삶의 진실을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선보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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