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극 ‘나비잠’은 시민에게 바치는 무대” 서울시극단 김혜련 단장 인터뷰

시와 연극은 많이 닮았다. 은유의 은근함과 상징의 날카로움이 그렇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지로 그려내는 것도 비슷하다. ‘시’가 ‘연극’이 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시극 ‘나비잠’은 서울시극단 김혜련 단장이 부임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미지의 활용과 은유화된 언어의 사용이 특징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와 오브제를 활용한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어온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등 든든한 제작군단이 함께한다. “서울시극단은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시민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 혜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김혜련 단장과 함께 시극 ‘나비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나비잠’은 ‘시극’이다. ‘시극’이란 무엇인가?
‘시극’은 사실주의적인 면에서 벗어난다. 설명을 이미지로 넣고, 말은 간결하고 응축된 단어로 표현된다. 시적 이미지와 음악, 은유화되고 단순화된 언어의 사용 등이 특징이다. ‘포에틱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 장르를 구분 짓는 것은 어렵다. ‘시극’의 패턴을 만든 사람은 없다. 모두 보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


목적이 있었다. 서울시극단은 개인 극단이 아니라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시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 극단은 자본주의 논리로 돌아간다. 생존의 문제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극단장으로 오면서 개인 극단이 못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해진 예산 속에서 최대한 다른 것을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것이 시민을 위한 기본적 자세라고 생각했다.


- 올해는 함께하는 창작자도 화려하다. 극작가이자 시인인 김경주를 비롯해 미국의 연출가 ‘테오도라 스키피타레스’도 참여한다. 협업은 어떤가?


이분들과 함께하게 돼서 영광이다. 시극단이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기꺼이 참여해주셨다. 김경주 극작가는 ‘블랙박스’라는 희곡과 시집을 읽어보고 연락했다. 언어를 잘 다루고, 깊이와 질량감이 출중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사 이야기는 다 비슷하지 않나. 어떤 언어로 풀어내느냐가 중요했다. 이번 작품은 서로 이야기를 발전시키다 보니 내용이 조금 더 확장됐다. ‘테오도라 스키피타레스’는 1990년쯤에 그분 작품을 많이 보면서 알게 됐다. 함께하게 하게 돼서 기쁘다.


- 서울시극단장으로 부임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나?


부담감은 없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고, 열심히 좋은 태도로 하려고 한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지 않나. 나뿐만이 아니라 극단원, 세종문화예술회관의 분들도 마찬가지다. 과정은 어찌 됐든 이 자리에 앉은 것은 나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면 열심히 해야 한다. 이 작품은 시민에게 바치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못하면 시민이 벌을 주실 것이다.

 

 

- 시극 ‘나비잠’의 연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미지의 활용이다. 시극 ‘나비잠’은 이미지극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있다. 우리의 내면에 아주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고통이 꿈처럼 표현된다. 이 작품에는 인형 등의 오브제가 등장한다.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러한 부분은 관객이 직접 보시고 평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 시극 ‘나비잠’이 앞으로 김혜련 단장이 이끌어 갈 서울시극단의 방향성과도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모든 예술이 다양화되고 있다. 한 가지 방향을 정해놓고 간다기보다 이 작품이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11월에는 윤정모 원작의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공연한다. 신사 참배 문제도 그렇고,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피해 국가지 않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극단이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하게 됐다. 기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하지만 작품을 나 혼자만 고를 수는 없다. 작품을 선정할 때는 서울시극단 단원이 동의해야 한다. 나는 단체의 일원일 뿐이다.


- 마지막으로 시극 ‘나비잠’을 찾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예술은 특정인들의 것이 아니라 문화 속의 일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야 한다. 즐겁다는 것은 무엇을 느껴야 얻을 수 있는 감정이다. 슬픔도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부족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많이 오셔서 즐거움을 느끼시고 격려해 주시길 바란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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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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