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의 유효기간은 과연? 연극 ‘러브액츄얼리’

연애란 초겨울 살얼음을 덮은 강물을 건너는 것과 같다. 어디에 발을 디뎌야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지날 수 있을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연습이라도 맘껏 하라고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라’고 했던가.

 

연극 ‘러브액츄얼리-첫 번째 사연’(이하 러브액츄얼리)은 사랑을 정의하지 않는다. 일부 로맨틱 코미디물이 ‘남자(여자)란 이런 동물’이라는 고정관념을 제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작품은 편안한 시선으로 ‘연애’를 내려다본다. 모든 사물이 ‘사랑’을 말하는 가을날, 윤당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연극 ‘러브액츄얼리’를 찾았다. 이날 공연에는 배우 김형민, 남보라, 권성민이 무대에 올랐다.

 

‘숫자’는 중요하다, Yes or No?

 

연인들에게 100일은 사랑의 콩깍지가 유효한 시기다. 작품의 주인공인 ‘수진’과 ‘재운’에게도 그렇다. 그들은 아직 서로의 성향을 완벽히 간파하지 못한 채 ‘연애 초짜’다운 모습을 보인다. 스킨십이라곤 손 잡아 본 것밖에 없는 두 연인은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1박 2일 여행 작전을 펼친다. 난생처음 ‘거사’를 결행하려니 모든 변명이 서툴다. 오직 관객만이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안다. 관객은 ‘수진’과 ‘재운’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보며 웃음 짓게 된다.

 

 

흔히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고 한다. 연인에게 1000일, 햇수로 3년쯤 되는 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연극 ‘러브액츄얼리’는 이러한 지점을 면밀히 파고든다. ‘수진’과 ‘재운’은 말 한마디, 한숨 하나에도 서로의 의중을 단번에 알아채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게 함정이다. 이들은 상대의 ‘진심’에 집착하며 서로를 몰아세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익숙함은 이내 설렘을 밀어내고 권태를 불러온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들 사이에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연극 ‘러브액츄얼리’는 ‘수진’과 ‘재운’이 나눈 오랜 시간을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물과 공기는 늘 곁에 있지만 한 번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고 떼쓰지 않는 것과 같다. 이들의 사랑도 그렇다. 가끔 얼음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비수를 꽂을지언정 다시 녹아 흐르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연극 ‘러브액츄얼리’의 사랑법이다.

 

관객의 추억을 ‘배려’하는 명품 연극

 

연극 ‘러브액츄얼리’는 연인들의 공감 코드 외에도 곳곳에 깨알 같은 재미가 숨어 있다. 작품에는 극중 ‘수진’과 ‘재운’의 친구이자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는 ‘멀티맨’이 등장한다. ‘멀티맨’의 팔색조 같은 매력은 연극 ‘러브액츄얼리’의 활력소다. 멀티맨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수진’과 ‘재운’을 팍팍 밀어주기도 하고, 권태기에 빠진 이들 사이에 다리를 놔 주기도 한다. 객석은 잊을 만하면 깜짝 튀어 오르는 그의 등장에 웃음바다가 된다.

 

이야기가 전환 국면을 타는 시점에는 관객도 주인공이 된다. 용기가 없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다. 관객이 ‘멀티맨’의 손에 이끌려 쭈뼛쭈뼛 무대에 서는 모습은 또다른 ‘수진’과 ‘재운’을 보는 듯하다. 연극 ‘러브액츄얼리’는 포근한 사랑 이야기를 무대 밖으로 끌어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의 숨은 매력은 음악과 소품에도 녹아 있다. 핑클, 김건모, HOT 등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노래가 귓전을 맴돈다. 공중전화에는 손때가 묻었고 삐삐에는 ‘58 8282’라는 암호가 찍힌다. 연극 ‘러브액츄얼리’는 사라져버린 감성을 오롯이 되살린다. 관객은 ‘추억의 열차’를 타고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노오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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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팀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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