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감성을 지키되 현대 사회의 빠른 템포를 적용했다” 김진영 연출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12월 6일부터 15일까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는 부산 센텀시티소향시어터 무대에 서고 2014년 1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는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정식 라이선스로 돌아온 8년 만의 무대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오랫동안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은 시대적 감성을 지키되 바쁜 현대 사회의 템포도 적용했다. 작품의 내용처럼 무대를 준비하는 내내 즐겁게 일했다는 김진영 연출가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영화와 뮤지컬로 이미 유명한 작품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작품의 유명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최근 한국 뮤지컬계의 트렌드는 어둡고 무거운 색깔이라 밝고 즐거운 뮤지컬이 많지 않다.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이번 무대를 끌고 가는 것에 대해 용기를 내야 했다.

 

- 기존의 작품들과 어떤 점을 차별화했나?

 

기존의 영화와 뮤지컬의 좋은 점을 잘 섞어 표현했다. 작품의 정서를 지키되 한국의 정서와도 어울리게 연출했다. 예로 뮤지컬에서는 ‘엘자’와 ‘막스’가 크게 다뤄지지 않는데 영화에서는 무게감 있는 캐릭터다. 한국 사람들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더 익숙해서 둘의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 그러지 않으면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아서다.(웃음) 그 당시의 감성을 표현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나 음악의 템포는 현재 시대에 맞춰서 빠르게 바꿨다.

 

-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함께했는데 어떤 작업이었나.

 

그동안 브로드웨이 제작진들과 같이 많은 일들을 했다. ‘지니 리먼 프렌치’는 브로드웨이에서 ‘마리아’와 ‘원장수녀’ 역을 한 여배우다. 그녀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과 30여 년 가까이 함께 일해 와서 작품에 정통한 사람이다. ‘지니 리먼 프렌치’는 이번 공연에서 보이스코치로 함께했다.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맞추는 작업에 힘썼다.

 

이번 공연의 편곡을 함께한 ‘조셉 베이커’와는 1999년부터 함께 뮤지컬 작업을 해왔다. 15년 가까이 같이 일하다 보니 이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다. 그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안다. ‘조셉 베이커’는 이번 공연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살리되 외국인들도 받아들이기 쉽게 편곡하는 작업을 했다.

 

-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명장면이나 넘버를 꼽는다면?

 

1막 마지막 부분에 ‘원장수녀’가 부르는 ‘산 위에 올라’라는 곡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노래는 모든 성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노래 중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소명을 찾아라’는 가사가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흔들리고 지칠 때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우리 제작진도 힘들고 지칠 때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작품의 내용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 연출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과 배우들이 표현하는 것 사이에서 조절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연출할 때마다 겪는 문제다. 관객들이 얼마나 빠르게 흡수할 것인가를 예단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동안 창작 작품을 많이 해왔다. 오리지널 라이선스 작품은 창의성에 관한 한계점이 있다. 그 한계점 안에서 최고로 만들어내야 한다. 라이선스 작품을 할 때는 한계가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제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 이번 공연을 통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이번 작품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길 바란다.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현재 우리와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국이 일제강점기를 겪었듯, 극의 당시 상황도 평온한 시기는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신념을 지키고 옳은 일을 하는 내용이 있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힘든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용기와 가족의 소중함을 얻어 가길 바란다.

 

-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그냥 즐기시면 된다.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작품이 아니다. 보고 듣는 대로 느끼면 정말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가족끼리 함께 와서 보기도 좋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접했을 40~60대에게도 좋다. 무대를 통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보며 ‘저런 장면도 있었지’, ‘이런 노래가 있었지’ 하며 향수에 젖게 될 것이다.

 

- 향후 계획은?

 

그동안 창작 뮤지컬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해왔다. 이번 공연을 통해 라이선스 작품만의 매력을 발견했다. 앞으로는 창작과 라이선스를 두루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제작진, 배우들, 관객 모두가 더 잘 즐길 수 있는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고 싶다.

 

 

 

김민음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극단 현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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