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음으로 윤리적 가치 깨닫기를” 안무가 김재덕

웃음이 줄어들었다. 너도나도 웃기 위해 웃음을 찾는다.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웃고,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웃는다.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만들어진다. 여기 ‘웃음’을 소재로 한 새로운 공연이 준비 중이다. 무용으로 풀어낸 ‘웃음’은 어떤 소리를 낼까.

 

무용 ‘웃음’은 웃음의 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한다. 원초적인 감각에 안무가 김재덕의 사유가 더해진다. 이번 공연에는 앙상블 컴퍼니 ‘모던테이블’이 함께한다. 안무가 김재덕은 2008년 26세의 나이로 첫 안무작인 ‘다크니스 품바’를 선보였다. 작품은 현대 무용과 판소리를 접목해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어웨이크’, ‘킥’, ‘시나위’ 등을 선보였다.

 

그는 “웃음을 소재로 하지만, 유쾌함이 아닌 분노와 두려움을 표현한다”고 이번 공연을 소개했다. 공연이 보여주고 있는 ‘웃음’에 대해 안무가 김재덕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무용 ‘웃음’은 어떤 공연인가.

 

2014년에 LIG문화재단의 협력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이번 공연은 협력 아티스트로 처음 진행한 작품이다. 제목은 ‘웃음’이다. 작품의 소재가 ‘웃음’인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원초적인 감정에 관심이 많다. 그중에서 내가 작업하기 편한 소재를 찾았다. ‘웃음’이 가장 편한 소재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윤리적 가치가 드러난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웃음’하면 일반적으로 유쾌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작품은 유쾌함이 아닌 ‘웃음’을 통해 분노와 두려움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아, 윤리적인 가치가 이렇게 큰 거구나!’ 느낄 수 있다.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작업했다. 이번 공연이 관객에게 윤리적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이번 공연에서는 안무와 작곡을 맡았다. 출연은 ‘모던테이블’ 멤버들이 한다. 직접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한국에서 작업한 공연은 언제나 출연과 안무를 동시에 했다. 안무만 하고 출연을 안 한 적은 없다. 이번 공연에서는 안무와 작곡만 맡고 출연은 하지 않는다.

 

싱가포르 현대무용단(T.H.E)에서 레지던스 안무가로 4년 동안 활동했다. 그곳에서는 안무와 작곡만 맡았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 앙상블컴퍼니를 정식으로 만들었다.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안무와 작곡, 출연을 분리해 객관적으로 무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작업이 그런 기회를 만들어줬다.

 

- 안무가로서 ‘모던테이블’의 무대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모던테이블’ 멤버들에게는 표현의 극대화에 신경써줄 것을 부탁했다. 그들의 무용이 섬세한 표현을 겉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가급적이면 동작을 잊어버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완벽하게 안무를 소화해야 그 감정들이 무대 위에서 제대로 표현된다. 연습기간에 비해 동작이 많을 경우, 간혹 동작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노력했다.

 

작업하면서 내가 무대에 없을 때, 내가 원하는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모던테이블’ 멤버들이 그 부분에 있어 잘 표현해줬다. 어떻게 표현이 됐는지는 공연을 통해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작업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 고민은 있었다. 오픈된 무대에 섰을 때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또는 ‘섬세하면서도 재미있는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골몰했다. 답은 나만의 개연성을 찾는 거였다. 작품 중간마다 본능적으로 만들어진 동작이 녹아있다. 그러한 동작에는 의도적으로 ‘개념’을 투영시켰다. 작품 안에서 동작은 ‘웃음’의 다양성과 양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 언제 처음 안무가의 꿈을 꾸었나.

 

단 한 번도 안무가가 되겠다는 꿈을 꾼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무용’을 전공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무용하는 지인이 많았다. 그들은 자기 생각을 안무로 풀어내고 직접 공연에 출연한다. 실은 그게 부러웠다. 내 마음대로 노래하고 춤추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모습을 보고 ‘참 멋진 일’이라 생각했다.

 

안무가는 무대에 오를 수 있어 매력이 있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안무가가 된 것은 아니다. 작곡가가 된 것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음악으로 하고 싶은 춤을 추기 위해 작곡을 시작했다. 이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내가 쓴 곡으로 안무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물론 작업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재미있는 소재를 끌고 와야 한다.

 

- 무용, 작곡, 예술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용의 매력은 무엇인가.

 

무용의 매력은 일단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이라는 거다. 땀을 흘리면 우리 몸 안에 있는 독소들이 다 빠져나간다. 정신도 맑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선한 에너지를 얻는다. 무용은 살면서 한번쯤 마주하게 되는 윤리적 가치의 충돌을 표현해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 예술적 감각은 타고난 것인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어머니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시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치는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때의 기억들, 나도 모르는 사이 쌓인 감각이 지금의 안무가 김재덕을 만들었다.

 

안무가가 아니었다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은 무용과 음악 말고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모습을 보고 배운 것이 이 두 가지다. 무용을 안 하면 음악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노래하면서 연주도 하고, 작곡까지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브라질 안무단을 맡기 위해 브라질로 떠난다. 11월에는 싱가포르로 돌아가 안무가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다. 개인적인 바람은 없다. 앙상블 컴퍼니 ‘모던테이블’ 멤버를 강력한 무용수로 육성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LIG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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