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60] 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는 국내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로 잘 알려진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고,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개막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작품은 브람 스토커(Bram Stoker, 1847~1912)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동안 브람 스토커의 소설은 각국에서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왕성하게 재창작됐다. 특히 드라큘라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변모해왔다. 드라큘라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영화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렛미인’,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많은 영화의 소재로 활용됐다.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위협적이고 배타적이며 악마적이다. 때문에 드라큘라는 퇴치의 대상이었다. 그런 드라큘라가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끊임없이 활용되고, 변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큘라는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욕망 그림자’와 같다. 인간은 오랜 세월 공생해 온 드라큘라를 연민의 대상, 영원불멸한 구원과 사랑의 대상으로 숭앙한다. 이것이 드라큘라가 아직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양산되고 있는 이유다. 드라큘라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만 여전히 거칠고 매력적인 콘텐츠의 보고다.
국내에서는 체코에서 제작된 뮤지컬 ‘드라큘라’가 2006년 공연됐다. 당시 작품은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와 정서적 공감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한눈에 반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큘라’는 사랑의 열병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인적인 위협과 같은 섬뜩한 불안을 보인다. 작품은 ‘드라큘라’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며 숨이 막힐 것 같은 불안을 조장한다. 작품 말미에 ‘드라큘라’는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영원불멸)을 포기하는 가장 순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거듭난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존 텍스트의 흐름과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스토리 라인은 다소 밋밋하고, 캐릭터와 사건도 전혀 새롭지 않다. 작품의 긴장감과 밀도 역시 충분하지 않다. 음악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처럼 전반적으로 풍성하다. 뮤지컬 넘버는 텍스트의 흐름을 리드하거나 정서를 환기시키며 긴장과 이완을 넘나든다. 아쉬운 점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강력한 한방의 넘버와 흐름, 구성이 없다는 것이다.
작품은 오페라하우스의 깊이 있는 무대를 반만 사용했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일지 모르지만, 뮤지컬 ‘드라큘라’는 주로 무대의 전면부만 활용했다. 이는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지만 무대세트는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하며 드라마의 깊이를 구축했다. 전면부를 활용한 세트는 세련된 무대 운영으로 장면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제3의 인물을 입체화한 듯한 영상은 다양한 볼거리의 미쟝센을 더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톡톡히 제 몫을 해냈다. 배우들의 열연은 쫓고 쫓기는, 차갑고도 뜨거운, 울림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정신병원에 갇힌 ‘렌필드’ 역은 이승원이 맡았다. 그는 칼로 잰 듯한 극한의 연기로 작품의 도입부를 책임졌다. ‘미나’ 역은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단아하지만 화려한 배우 정선아가 연기했다. ‘드라큘라’를 쫓는 ‘반헬싱’ 역은 양준모가 분했다. 그는 시원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드라큘라’ 역은 김준수가 열연했다.
김준수는 매 신 마다 적절하고 강인한 에너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호소력 짙은 감성과 시원스런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가 재창조한 ‘드라큘라’는 강인한 흡입력을 가졌다. 무대 위 ‘드라큘라’는 누구라도 저절로 빠져들고,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아우라로 무장했다. 그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사를 끊임없이 유발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7월 15일부터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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