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詩 깨우러…두 거장이 뭉쳤다

한국 최초 고대시 '공무도하가' 음악극으로 이윤택 연출·안숙선 명창 합작…10년만의 조우 판소리·민요 등 전통소리 총망라 21~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악계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왼쪽)과 연극계 거장 이윤택 연출이 만난 음악극 ‘공무도하’.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이번 공연을 통해 판소리·정가·경기민요 등 전통소리의 종합편을 선보인다(사진=국립국악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한 연습실. 남녀 주인공이 전생에서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인간 다리를 만드는 연습이 한창이다. “조심해서 잘 걸어야 돼. 이쪽으로 올라와서 손을 놔봐.” 복도와 빈 강당에서 연습하던 다른 배우들은 자신의 순서가 되면 연습실로 돌아와 대사와 움직임을 맞춰본다. 한마디로 ‘헤쳐 모여’다. “자, 저쪽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이제 백수광부 나오시고.” 중간중간 세심하게 동선과 연기를 봐주는 이는 이윤택(62) 연출이다. 예순을 넘긴 연극계 거장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장면을 지도했다. 이 연출은 “판소리로 하는 음악극은 처음”이라며 “각 부문별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자유롭게 연습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그예 배를 타고 말았네. 험한 물결에 휩싸인 그대를 찾을 길 없으니. 영영 가신 님을 어이할까.” 4행시 형태로 이뤄진 한국 최초의 고대시 ‘공무도하가’가 음악극으로 재탄생한다.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공무도하’를 통해서다. 그간 우리 전통을 소재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던 이윤택이 연출을, 안숙선(6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작창을 맡았다. 전통음악과 춤이 결합된 음악극을 만들기 위해 서울·남원·진도·부산 등 4개 국악원의 단원들이 합세했다.

△연극 거장 vs 국악 거장의 만남

무엇보다 화제를 모은 건 두 거장의 만남이다. 이윤택 연출은 그간 연극 ‘시민K’와 ‘어머니’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 몰입해 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병창 예능보유자인 안숙선 명창은 국악계 프리마돈나로 통한다. 각 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극장의 재개관 기념작으로 공연한 ‘제비’에서 연출과 주인공으로 함께했다. 그러곤 10년 만에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꾼이자 이야기꾼인 을녀 역을 맡은 안 명창은 “국악인으로 살아온 지 56년이 지났지만 무대서 활용하는 몸짓 등은 이 연출에게 배운다”며 “우리의 전통은 없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작업을 통해 전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연출은 “안 명창은 꺾기와 지르기, 내려놓기 등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화법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최고의 파트너”라며 “이번 작품은 내 극작 연출의 종합정리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소리 망라한 새로운 음악극

작품은 ‘공무도하가’를 주제로 두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진다.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호수를 잃어버린 샐러리맨이 2000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북쪽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두만강을 헤엄치는 남쪽 작가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연출이 1980년대 겪은 실제 경험과 소설가 김하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전통소리를 종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판소리를 현실적인 언어로 설정해 극적 서사의 중심에 놓고, 정가와 서도소리, 경기민요, 구음, 범패 등 다양한 전통소리 체계를 코러스와 아리아로 구성해 배치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상의 언어는 ‘판소리’로 풀고 공간을 여는 소리는 ‘정가’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는 ‘서도소리’를 활용했다. 집을 잃은 사내와 경비원이 주고받는 만담형태의 대사, 남·북의 배역들이 펼치는 과장된 블랙코미디로 재미와 웃음도 선사할 예정. 이 연출은 “공무도하 설화야말로 구전돼온 전통공연예술의 원류”라며 “국악을 대중화하려는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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