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서 쾌감? 현대미술의 함정에 빠지다

서울대학교미술관 '숭고의 마조히즘' 전 고창선·구동희·박준범·손몽주 등 7인 감상 넘어 참여 이끄는 설치·영상 등 15점 4월19일까지
관람객이 마치 미로 속에 있는 것처럼 새로우면서도 불편한 느낌을 주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손몽주의 ‘확장-파장-연장’(사진=서울대학교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마조히즘’은 병적인 심리상태란 뜻이다. 독일 정신의학자 크라프트 에빙이 이성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을 때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오스트리아 작가 마조흐의 소설을 읽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상대에게서 신체적 혹은 언어적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괴로움 대신 쾌감을 느끼는 상태를 일컫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올해 처음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숭고의 마조히즘’ 전은 마조히즘을 전시 주제로 잡았다. 여기에 ‘숭고’라는 개념을 붙여 관람객과 작가가 맺는 관계에 집중한다. 비용을 지불하고 미술관에 입장했지만 오히려 작가가 설정해 놓은 작품 속 부속인 양 피동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그 불편함이 바로 전시 의도다. 관람객은 작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작가는 그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바꿔놓는다.

고창선, 구동희, 박준범, 손몽주, 오용석, 임상빈, 정재연 등 젊은 작가 7명이 사진, 설치, 비디오아트 등 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지만 하나의 의도에 맞춰졌다. 관람객은 작가가 걸어놓은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작품에 직접 참여하거나 작동해 서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보라는 것이다. 마조히즘이란 제목 때문에 자칫 얼굴이 붉어질 작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전시는 ‘19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가슴보다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작품들이 많다. 감상보다는 체험, 체험보다는 참여를 다른 시각으로 유도하는 데 전시의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고창선의 ‘모션 & 피드백 2014. V1.2’나 ‘중계상황 2015’는 작가가 설치한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행동하면 그 행위 자체를 다른 관람객이 모니터로 구경하게끔 만들었다. ‘긴장하는 스피커’ 앞에 서면 작품의 의도대로 관람객은 깜짝 놀란다. 또 구동희의 ‘무제’는 차단봉과 안전바로 전시장을 미로처럼 만들어 그곳을 통과하는 관람객이 우왕좌왕하는 동선 자체를 작품으로 설정했다. 덕분에 관람객은 정적인 감상 대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내내 궁리를 해야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품의 불편함이 예술적인 쾌감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것. 전시 의도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 숭고와 마조히즘이란 단어만큼의 파격이나 절실함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일반 3000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2000원. 02-880-9513.

고창선 ‘긴장하는 스피커’. 관람객이 스피커 앞에 서면 진동과 함께 굉음이 나 관람객을 놀라게 만든다(사진=서울대학교미술관)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