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2] 일년 내내 연극이 쏟아진다
빈 자리가 없다. 보조석을 깔아 놓았는데도 그 자리마저 모두 채워졌다. 연극열전2 첫번째 작품 [서툰 사람들] 공연장 모습이다. 이런 풍경은 연극열전의 두번째 작품 [늘근도둑 이야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두 늙은 도둑들의 만담이 이어지는 이 작품 역시 평일 낮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이 두 작품은 공통점을 있다. 배우 조재현이 제작에 참여하는 [연극열전2] 시리즈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점 이외에도 각각 장진, 김지훈이라는 영화계 흥행 감독들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아왔던 것. 스타성을 지닌 배우들의 참여도 물론 한 몫 했을 터다.
이런 시도로 가장 기대되는 점은 그동안 뮤지컬에 치중돼 왔던 관객들의 시선이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연극으로도 분포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아닐까.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해 2009년 초까지 꽉 찬 1년 동안 연극열전2는 지속될 예정이니, 씨앗은 뿌려지고 있다고 볼 만하다. 연극열전2의 [서툰 사람들]과 [늘근도둑 이야기], 그 이후 라인업을 살펴본다.
엉뚱하고 귀여운 도둑과 집주인. [서툰 사람들]
한 독신자 아파트. 집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혼자 맥주 한 캔을 뚝딱 마셔버리고 잠자리에 든다. 그때 아파트 현관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침입하는 도둑. 그런데 경악하는 집주인에 대고 대뜸 도둑이 소리친다. ‘아니 문을 안 잠그면 어떻게 해! 그것도 모르고 열었다 잠갔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줄 알아’
장진 감독이 23살에 썼다는 이 작품은 장진식 코미디와 엉뚱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엉뚱한 상황극이다. 잠그지도 않은 문 때문에 문밖에서 애 먹은 도둑과, 자기 비상금이 어디 있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집주인. 장진 감독 스스로가 말했듯 ‘20대 초 그때가 아니면 쓸 수 없었던’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쓰여진지 제법 시간이 지난 작품인 만큼 세련됨은 덜하지만 동화적이고 순수한 발상은 장진감독 작품 중에서도 눈에 띄게 빛난다고 할만 하다.
오랜만에 무대를 연출한 장진 감독과 한채영, 강성진, 류승룡, 장영남 등 스타배우들의 등장으로 이미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이 2주 연장된다. 그 동안 좌석이 동나 아직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듯하다.
[늘근도둑 이야기] 두 도둑들의 만담 들어보실라우?
형무소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두 늙은 도둑이 특사로 풀려난 후 고위관직자의 미술관을 털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두 도둑은 자신들이 털러 온 장소가가 ‘그 분’의 미술관인줄도 모르고 금고을 털 생각을 하며 서로의 인생에 대해 만담을 늘어놓는다. “내가 대통령을 여덟 분 다 모신 도둑놈이야”라며 어이없는 허풍을 치는 두 늙은 도둑을 통해 웃기는 풍자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生연극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공연될 당시, ‘정말 웃기는 연극’이라는 입 소문에 배우 명계남의 유명세까지 가세하여 대기표까지 만들어야 할 만큼 많은 관객들이 몰려든 바 있다. 김지훈 감독의 연극연출 데뷔작으로 스스로가 [늘근 도둑 이야기]는 스스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연극이었다고.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89년 초연 당시의 날카로운 풍자보다는 웃음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박철민, 박원상, 유형관 등 배우들의 열연이 핵심인 작품이다.
[돌아온 엄사장] [블랙버드] [리타길들이기] 등 화제는 계속된다
[서툰 사람들] [늘근도둑 이야기] 이후 예정된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우선 창작 초연작으로 2007년 상반기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한국 연극계 대부분의 상을 휩쓸며 다시 한번 최고의 연출자로써 입지를 굳힌 박근형 연출의 2008년 신작 [돌아온 엄사장]과 현재 대학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예작가 박춘근의 [민들레 바람되어]가 김낙형 연출, 조재현 캐스팅으로 초연 될 예정이다.
해외번역초연작품으로는 [블랙버드 Blackbird]가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2005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소개되어 영국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데이비드 해로우어(David Harrower)의 최신작으로 2004년 연극열전에서 [에쿠우스]로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연출가 김광보가 연출을 맡는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제작되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상연 중인 [라이프 인 더 씨어터 A Life in the Theater],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일본 최고의 흥행작가 미타니 코우키(Koki Mitani)의 [웃음의 대학 Waraino Daigaku] 등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재 공연 되는 작품으로는 유지태 원안과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육분의 륙], 2004년 연극열전에서 중년 여성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잘자요, 엄마 ‘night, Mother] 와 공연마다 화제가 되었던 윌리 러셀(Willy Russel)의 수작 [리타 길들이기 Educating Rita] 가 준비되어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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